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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15인이 고른 요즘 맥주

2021.06.11전희란

요즘 무슨 맥주 마셔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술 애호가 15명이 제각기 보내온 회신.

Hidden Track, Groove Track Trio
이지은 바 니트 오너 바텐더
What 양주 지역 로컬 브루어리 히든트랙 브루잉의 커피 스타우트, 그루브 트랙 트리오. 콜드브루 원액과 스타우트 맥주의 유쾌한 만남이 낳은 결과다. 적당한 탄산감에 체리 향이 황홀한 맛. How 고블렛 잔에 너무 차갑지 않은 온도로 커피 향을 진하게 느끼며 마신다. Where 히든트랙 펍에서 탭으로 신선하게 마시는 게 가장 좋지만, 히든트랙 캐그를 다루는 펍에서도 맛있게 즐긴다. When 까무룩 잠이 밀려드는 따뜻한 오후에 달콤한 디저트 대신 진한 커피 스타우트 한잔!

Omnipollo, Bianca Peaches & Cream Wild Wild Brett
유민국 파인앤코 바텐더
What 옴니폴로 브루잉의 비앙카 피치 & 크림 와일드 와일드 브렛. 특유의 신맛, 향긋한 복숭아, 부드러운 바닐라 풍미가 공존한다. 진피즈나 하이랜드쿨러 같은 청량감 있는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에게 적극 추천. How 향과 맛을 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라거보다 높은 7~10도에서 입구가 좁은 고블렛 잔에 따라 마신다. Where 탁 트인 테라스에서. with Whom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네 친구와 함께. When 햇살 좋은 오후 2~3시. 허브와 레몬을 곁들인 갓 구운 생선 요리와 함께라면!

Weathered Souls Brewing Co., Black is Beautiful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장
What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시작된 맥주. 기본 레시피만 제공하고 각 브루어리의 창의성을 더해 완성하는 캠페인이다. 80퍼센트 다크 초콜릿과 카카오 향이 올라오고, 풍성한 헤이즐넛 향, 커피 향, 구운 견과류 향과 토스트가 입안을 물들인다. How 섭씨 12도, 브랜드 잔으로 알려진 스니프터 잔에 마신다. 밑이 둥글고 꽃송이처럼 생긴 이 잔을 들고 체온으로 맥주를 데우면 숨어 있던 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콜릿 케이크, 구운 견과류, 치크 케이크와 함께 마시면 좋다.

Stone Brewing, Buenaveza Salt & Lime
전희란 에디터
What 스톤 브루잉의 솔트 & 라임 라거 부에나베자. 온당한 탄산과 짭짤한 라임 풍미가 아주 쿨하다. How 패키지를 미술 작품 감상하듯 바라보면서 꿀꺽. 유자 소금을 뿌린 김부각을 곁들이면 신맛, 짠맛을 더불어 상승시켜 재미있는 하모니를 낸다. Where 유튜브로 록 페스티벌 영상을 무제한 재생하며 마시면, 그토록 그리운 축제의 열기가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진다. with Whom 감성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면 함께, 없다면 기꺼이 홀로. When 오전 11시, 아점 먹기 전 식욕을 바짝 끌어올리고 싶을 때.

3 Fonteinen, Oude Geuze
임병진 바 참, 바 뽐 오너 바텐더
What 3 폰타인 오드 괴즈. 1·2·3년 된 람빅을 혼합해 추가 숙성시킨 괴즈 람빅이다. How 입구가 넓은 와인 잔에 따라 자신을 괴롭힌다는 느낌으로 향을 먼저 맡는다. 찌르는 맛 뒤로 우디하고 꿉꿉한 풍미가 복잡한데, 전반적으로 맛이 차분하고 안정감 있다. 일반 상면발효 맥주보다는 더 시원하게 마시는데, 온도의 변화에 따른 풍미를 즐기기 위함이다. Where 옥상에서 밤의 성곽길을 보며. with Whom 신맛에 환장하는 입맛 변태와 함께. When 퇴근 후 고생한 나를 달랠 때, Bgm은 윤종신의 ‘야경’.

Jeju Beer, Pimms Cup
이진용 바 정글북 바텐더
What 제주 에일로 만든 핌스컵. How 제철 과일, 오이, 민트를 넣어 핌스컵 스타일로 즐긴다. 기주는 레몬 계열의 시트러스와 신선한 열대 과일 아로마, 흙과 나무 향기가 나는 펠롱 에일도 좋고, 향긋한 에일이라면 무엇이든. 얼음을 넣어 와인 잔에 마시거나, 탄산감을 강조하고 싶을 땐 샴페인 잔에 따라서 마신다. Where 주로 로컬이 찾는 서귀포의 남원, 표선 바다에서 조용하게. with Whom 파티 드링크 스타일로 커다란 자Jar에 만들어 친한 지인들과 나누면 더 맛이 좋다.

Monkish, BrewingBeer
이현수 <베네룩스 맥주 산책>, <미국 서부 맥주 산책> 저자
What 몽키쉬 브루잉 맥주. 뉴잉 IPA 3대 명가로 알려진 곳이라 출시 당일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인데, 코로나19 이후 택배 배송을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직구가 가능하다. How 3가지 맥주를 한 번에 개봉해 작은 테이스팅 글라스에 따라 한입씩 맛보면서 즐긴다. 크루 중 비어긱이 있다면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순서를 정하는 것도 유쾌하다. Where 미국 브루어리 투어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산 콘텐츠를 틀어놓고 거실에서 마신다.

Rochefort, Rochefort10
정재훈 푸드 라이터
What 로슈포르 10. 견과류를 넣은 초콜릿 향에 감귤 껍질이 살짝 얹어진 풍미를 낸다. How 12~13도에서 성배 모양의 챌리스 잔에 따라 마신다. 달달한 캐러멜과 초콜릿 향이 올라와 마치 디저트를 먹는 느낌이다. 마트에서 발견할 때마다 쟁여두고 와인셀러에 3~4일 보관한 뒤 홀짝홀짝 마시면 좋다. When 오후 서너시 쯤 늦은 점심으로 햄버거와 함께 마시면 멀리 여행온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햄버거 먹으면서 반 병, 햄버거 다 먹고 나머지 반 병을 마시고 30분 뒤에 낮잠 한숨 자면 딱.

Seoul Gipsy, Twist IPA
김윤수 피제리아 호키포키 대표
What 서울집시 양조장의 트위스트 IPA. 막걸리 누룩을 이용해 만든 사워 IPA다. 씁쓸하고 너티한 IPA 특징이 드러나면서도 파인애플, 자몽 주스 같은 상큼한 향이 일품. How 마시기 10분 전 꺼내놓고 온도가 살짝 오르길 기다린다. 투명하고 얇은 우수하리 잔에 재빨리 따르고 거품이 꺼지기 전에 한 번에 세 모금 벌컥벌컥. with Whom 맥주와 나, Just The Two Of Us. When 300도 넘는 화덕 오븐 앞에서 종일 익었다가 퇴근했는데 가고 싶은 펍의 라스트 오더까지 15분 남았을 때?

Mikkeller x Lindemans, Spontan Basil
신우철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발행인
What 팬텀 브루어리로 유명한 미켈러와 람빅 전문 브루어리 린데만스가 협업해 탄생한 스폰탄 바질. 투명하고 옅은 오렌지색에 풍부한 바질 향을 품고 있어 오감으로 즐기기 좋은 맥주. How 빅 보틀 병입 후 2차 발효하는 방식이므로 와인 오프너로 따서 린데만스 전용 잔 혹은 와인 잔에 따라 마신다. 풍성한 탄산과 기분 좋은 산미가 있어 식전주로도 훌륭. with Whom 화이트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When 캠핑 사이트나 바람이 살랑대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바질 향 만끽하며.

The Veil Brewing, Never Never Gonna Get It
이승용 미스터리 브루어리 대표
What 맥주로 적셔진 헤비 드링커 인생이라, 맥주가 간과 입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 때 마시는 스무디 스타일의 사워 맥주를 마신다. 네버 거너 겟잇의 더블 버전으로, 라즈베리, 보이젠베리, 블랙베리 퓌레를 두 배 넣은 베리 고제의 끝판왕. Where 나 같은 비어 긱들은 업장을 마감하고 집에서 조용히 마실 때가 가장 좋다. with Whom 그러니까 혼자서. When 늦은 밤, 알코올은 당기는데 안주는 더하기 싫을 때. 술보다 주스를 마신다는 느낌으로 벌컥벌컥 들이켠다.

Affligen, Blonde
이수원 바 숙희 오너 바텐더
What 벨기에 에비에일 종류 맥주 아플리겜. 그중에서도 가볍고 맥아 향, 꽃향이 있는 블론드를 주로 마신다. How 반드시 전용 잔과 함께. 전용 잔은 큰 잔과 작은 잔이 있는데, 병의 90퍼센트를 큰 잔에 따르고 나머지는 작은 잔에 따른다. 병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를 분리해서 즐기는 음용법. 버번 위스키랑 섞어 마시거나 커피, 토마토를 넣어 맥주 칵테일로 만들어도 풍미가 훌륭하다. When 종일 바 안에서 꼼짝 못하고, 배는 고픈데 맥은 못 추겠고 긴장은 탁 풀린 녹초 상태에서 각성제처럼 한 모금.

Guinness, Hop House
황욱 영화감독
What 홉하우스 13. 라거인데 묘하게 과일 향도 나고, 맥주의 진한 홉 풍미도 느껴진다. 첫 모금의 청량감은 역시 기네스 출신이란 이름값하는 느낌. How 차갑게 칠링해두고 500밀리리터 맥주잔에 한 번에 따라 마신다. 조미김이랑 단짠 조합을 좋아한다. Where 잠실대교와 청담대교 사이 잔디밭에서. with Whom 공동 집필 작가와 시나리오 피드백 주고받다가 아이디어가 꽉 막히면 편의점으로 향한다. 순간 스며드는 취기에 헛소리를 주고받다가 의외로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Westvletere, XII
김병건 바인하우스 오너 바텐더
What 베스트블레테렌 압트 12, 시계로 치면 맥주계의 파텍 필립. 세인트 식스투스 수도원의 맥주 중 가장 농후한 술. 마시는 사람을 철학자로 만든다. How 상온 보관하다가 마시기 30분 전 냉장고에 넣는다. 따를 때 거품이 많이 나므로 볼이 넓은 브랜디 잔이나 언더록 잔이 좋다. 풍성하게 숙성된 고다 치즈를 두툼하게 베어 물고 한 모금! with Whom 조용한 밤 홀로 찾아준 단골손님과 함께. When 마틴 스코세이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드니 빌뇌브의 영화와 함께.

HiteJinro,Terra
이지아 수수보리 아카데미 실장
What 깨끗하고 잡맛이 없으면서 청량한 테라. 믹싱용으로 좋아서 냉장고에 쟁여두고 마신다. How 작은 맥주잔 위 1센티미터 정도 남기고 가득 따른다. 샷 잔 절반 정도 위스키나 백주를 채워 맥주 위에 조심히 붓는다. 그대로 원샷! 밋밋했던 라거가 순식간에 풍미 가득한 술로 탈바꿈한다. 위스키는 하이볼용, 백주는 파인애플 향이 가득한 것으로. 맥주만 마실 땐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샤워 후 머리 말리는 동안 잠깐 꺼내둔 뒤 깨끗한 파인트 잔에 따라 마신다.

    에디터
    전희란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