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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워치 메이커 ‘미셸 나바스’를 만났다

2022.01.08김유진

루이 비통 워치 메이커 미셸 나바스가 말하는 시간이 예술이 되는 순간.

루이 비통 워치 메이커 미셸 나바스.

GQ 한국은 첫 방문이신가요?
MN 네 맞습니다. 처음이에요. 너무 좋습니다. 한국에서의 행사를 무척 기대하고 있고, 오늘 서울에서의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언젠가 꼭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GQ 오늘은 어떤 시계를 착용하셨어요?
MN 지금 차고 있는 건 스핀 타임이에요. 전 이 시계를 무척 사랑합니다. 중앙에 플라잉 투르비옹이 있는 스켈레톤 디자인의 오토매틱 워치인데 이 셰이프와 트랙의 디테일, 색깔 때문에 이 시계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거의 매일 착용합니다. 참, 이건 프로토타입이에요.
GQ 완제품이 아니라 프로토타입을 착용하고 계신다는 건가요?
MN 맞습니다. 이 시계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에요. 아주 흥미롭고 멋지죠?
GQ 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뱀이나 해골은 어쩌면 굉장히 상징적이고 강렬한 바니타스 도상인데 이를 과감히 시계에 적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MN 네, 저희는 몇 년 전 이런 시도를 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기존에 특별한 고객을 위해 특수 주문 제작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한 적은 없었어요. 저희로서는 워치메이킹의 세계에서 얼마나 높이 도달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엔지니어, 디자이너들과 모여서 바니타스 도상을 테마로 의논했고 결국 만들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15세기에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해골, 죽은 꽃, 모래시계 그리고 뱀이 있는 회화나 그림이 굉장히 흔했죠. 이러한 상징이 말하는 건 ‘인생은 유한하다’라는 겁니다.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에요. 일견 어두워 보이지만 결코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이 시계를 잘 보면 해골이 웃고 있어요. 케이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해골의 턱 부분이 움직이면서 웃음 지어요. 그리고 해골의 눈이 깜빡거리면서 둥근 꽃 모양이 뾰족한 꽃 모양으로 변하죠. 동시에 뱀이 움직이며 해골의 이마에 낸 창을 통해 시간을 알려줍니다.

오토마톤 기능을 통해 다이얼 요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땅부르 카르페 디엠. 핑크 골드 및 혼horn으로 완성한 케이스 지름은 46.8밀리미터다.

GQ 턱이 움직일 때마다 웃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거네요.
MN 네, 맞습니다. 시계를 자세히 보면 해골이 움직일 때마다 웃고 있어요. 보통 해골은 어둡고 음산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해골이 가진 죽음과 같은 상징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니까 즐겨야 한다는 것이에요. 인생 전체를 즐기려면, 하루하루를 즐겨야 하고요.
GQ 점핑 아워, 레트로 그레이드 미닛, 파워 리저브, 움직이는 오토마톤까지 4가지 기능을 갖춘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시계입니다.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MN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워치메이킹과 오토마톤이라는 두 세계를 섞는 거였습니다. 두 세계의 성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시계 제작의 세계는 지극히 데카르트적이에요. 무척 수학적인 세계죠. 시간을 어떻게 나타낼 건지 세심하게 계산해야 해요. 반면에 오토마톤의 세계는 굉장히 인간적인 세계예요. 동물들의 세계이기도 하고요. 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경우 뱀이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 뱀을 보시면 실제 뱀처럼 천천히 움직여요. 꼬리나 머리 부분도 진짜 뱀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었어요. 완전히 대비되는 반대의 세계죠. 시계의 버튼을 누르면 그 두 세계가 뒤섞이는 거예요. 그때 모든 요소들이 진짜처럼 움직여야 하고요. 이렇듯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GQ 그만큼 멋진 시계지만 직관적으로 시간을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할 때 아주 잠깐이지만 시간과 공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MN 이건 시계가 아니에요. 내 손목 위에 올려놓는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아요. 손목 위에 두고 감상하면서 이 작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는 거죠. 시간이 알고 싶다면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다이얼 속에 있는 뱀이 몇 시인지 알려줄 거예요. 말하자면 이건 시계 이상의 무언가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시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루이 비통의 라 파브리크 뒤 텅에서 말 그대로 최고의 팀이 뭉쳤거든요. 이러한 종류의 시계 제작에 필요한 기술, 재료, 장인정신, 노하우가 모두 있죠. 저에겐 저희 워치메이커들이 꼭 필요해요. 우리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도 저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 최고의 에나멜 기술자 아니타 포르셰와 음각 세공을 담당한 딕 스틴맨과 같은 사람들 말이죠. 이 모두가 뭉쳐서 멋진 팀을 이루어 이 시계를 만들어낸 겁니다. 제가 종전에 소속되어 있던 곳에서는 이런 도전적인 시계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어요. 이곳 루이 비통 라 파브리크 뒤 텅에서는 가능했습니다.
GQ 짧은 기간 동안 루이 비통 워치의 세계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탄생은 루이 비통 워치 메이킹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MN 카르페 디엠을 창조하고자 했던 건 우리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과 대범함, 하이 워치메이킹에 대한 경외심까지 모두 갖췄어요. 내관에 있어선 최고의 품질을 추구해요. 최고의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말이죠. 외관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요. 이번에는 바니타스였지만, 앞으로 다른 스타일의 시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GQ 땅부르라는 컬렉션을 하나로 만드는 중심은 무엇인가요? 이것만은 고집한다 싶은 것이 있나요?
MN 셰이프입니다. 2002년부터 땅부르 컬렉션은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그 디자인을 중심으로 컬렉션에서 계속 자리를 지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땅부르, 땅부르 슬림, 땅부르 문, 땅부르 커브까지 땅부르 컬렉션을 이루는 4가지 대표적인 시계가 하나의 셰이프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저희가 땅부르의 세계에서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땅부르 컬렉션의 범위 안에 남아 있을 거예요.

GQ 고도로 세밀하면서도 도전적인 시계를 만든 사람치곤 온화한 인상을 갖고 계세요. 당신의 어떤 점이 이런 시계들을 탄생하게 했나요?
MN 저는 원래 앞에 나서지 않는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저도 여러 워치메이커 중의 한 명이고 팀원으로 함께 일했으니까요. 이런 시계의 탄생엔 저희 팀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제 팀을 정말 사랑합니다. 팀원들의 장인정신과 숙련도, 최고의 역량이 어우러져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할 때 가장 큰 만족감을 얻습니다. 저 역시 워치메이커이고 이 세계에서 해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이렇게 놀라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저에게는 제 동료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온 것도 루이 비통의 라 파브리크 뒤 텅을 대표해서 온 것이나 다름없죠.
GQ 루이 비통의 워치 메이커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MN 모든 사람이 루이 비통의 강점에 대해 잘 알아요. 가죽 제품부터 레디-투-웨어, 슈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인정받아 왔어요. 그러나 워치메이킹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졌죠. 우리가 시계 부문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루이 비통 워치는 시작한 지 불과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가장 럭셔리한 회사에 제 기술과 노하우를 투입해 저의 팀을 하이 워치메이킹 영역에 알려가는 게 매우 즐겁습니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루이 비통에 걸맞게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끌어내야 해요. 저는 훌륭한 퀄리티가 어떤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고 제품 안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아요. 그래서 시계의 내부에는 제가 갖고 있는 워치메이이킹 사고를 불어넣고, 외관에는 루이 비통의 현대적인 터치를 가미하는 거예요. 이건 워치메이커에게 엄청나게 신나는 일입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루이 비통의 워치메이커라는 것이 좋습니다.
GQ 평생 워치 메이커로 살아오셨습니다. 시계 말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MN 시계 외엔 인생을 사랑해요. 저는 예술, 여행, 그리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요. 여기 이곳에 당신과 있는 게 좋고요. 물론 워치메이킹을 가장 사랑하지만 그 외의 다른 많은 분야도 좋아해요. 항상 영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요. 여행, 예술, 문화, 이런 것들을 사랑하죠.
GQ 땅부르 컬렉션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MN 한 단어라,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이게 좋겠네요. 고유함(Original).

    패션 에디터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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