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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인가 ‘서울모빌리티쇼’인가?

2022.01.13신기호

1995년부터 열리던 ‘서울모터쇼’가 2021년부터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꿔 개최됐다. 그런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사회가 일상 회복을 꿈꾸던 11월 말. 4월부터 미루고 미루던 2021 서울모빌리티쇼가 드디어 개최됐다. 서울모빌리티쇼는 1995년부터 열린 서울모터쇼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모빌리티라는 미래적 주제를 겨냥한다. 이번 모터쇼의 이름이 바뀐 배경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산학협력이 있었다. 모터쇼 조직위는 참가 업체를 대상으로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조사·발굴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이 이에 적합한 연구 인력을 매칭해 관련 전문 기업과 기술을 교류하는 형태로 국내 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아주 건강하고 생산적인 접근 방법이다.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 2019년에 비한다면 모터쇼 규모가 대폭 줄었다. 전 세계 6개국, 100개 기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가 전부였고, 아우디, BMW, 미니,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수입차 브랜드도 7개만 참가했다. 19종의 신차 중에서는 세계 최초 혹은 아시아 최초 모델이 6종뿐이라는 사실도 아쉽다. 사실 규모가 축소된 것은 비대면 시대적 흐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면 진짜 문제는 규모가 아니었다. 모빌리티라는 관점에서 내용이 턱없이 부실했다. 쇼에 참가한 업체 대부분이 순수 전기차를 무대 중심에 내세웠지만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모빌리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모빌리티란 무엇인가? 서울모빌리티쇼는 어떤 내용들로 더 채워져야 했을까?

수년 전부터 자동차 회사들의 최대 고민은 모빌리티 시대의 전환이었다. 모빌리티란 특정 이동 수단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는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 부분에서 현재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자율 주행 자동차, 드론과 에어 택시(UAM), 개인용 마이크로 모빌리티, 카셰어링, 승차 공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경계를 넘어 융합되는 영역에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 IT 스타트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모습이 모빌리티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이다.
여기서 자동차 회사들의 고민이 깊다. 모빌리티 시대, 미래 자동차는 어떤 관점에서 디자인해야 할까. 자율 주행이 현실화되거나, 타인과 완벽하게 공유하는 시대가 온다면 이동과 공간의 가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를 향한 궁금증은 지금도 끝없이 이어진다. 몇 년 전, 폭스바겐 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그룹에 속한 많은 기술자와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이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때 컨퍼런스 구석구석에서 자동차 업계의 유명 기술자와 모빌리티적 사고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마크 리히테 아우디 디자인 총괄은 이렇게 말했다. “모빌리티적 사고에서 미래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용 목적에 1백 퍼센트 부합하게 될 겁니다. 지금처럼 여러 기능을 갖출 필요가 없어요. 장거리를 이동하는 차는 푹신한 소파나 침대를 달 수 있어요. 시내를 주행하는 차와 주말에 레저 용도로 쓰는 차는 전혀 다른 패키지로 만들어지겠죠.” 그의 말처럼 모빌리티 관점의 자동차는 사용 목적이 지금보다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즉, 이동 자체가 아니라 이동하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가치일 수 있다. 예컨대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엔 노래방으로 꾸며진 차를 어플리케이션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노래방 기계가 달린 차에 타고 신나게 놀면서 금요일 퇴근길을 즐긴다.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공간 활용성은 다양하다. 게임방, 영화관, 심지어 식당이나 스파도 준비될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에 직접 결합되는 이동 수단의 새로운 영역. 이것이 모빌리티다.

마이클 마우어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에 따르면, 모빌리티 시대엔 자동차 디자인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주로 기술적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레이더의 개수나 센서의 범위를 두고 치열하게 기술 경쟁 중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기술의 혁신이 어려워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간의 모방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모빌리티는 디자인이 담긴 개성의 영역이고, 개성이 없는 브랜드는 자동차를 공유하는 시대에도 존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모빌리티 시대의 개성이란 무엇일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예측하고,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멀미를 제어하는 연구가 대표적이겠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탄 승객이 멀미를 느끼는 상황에서 대응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뒷좌석 승객이 멀미를 할 때 차를 세우거나 창문을 열어주는 행동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운전사가 없이 완벽하게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차는 어떨까? 차 안에 구토 봉투를 배치하는 것이 최선일까?일반적으로 멀미는 인체의 시각 정보와 방향이나 속도에 대한 감각, 귀 안쪽의 반고리관의 평형 정보가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멀미는 체질이나 환경에 따라 느끼는 범위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완벽히 해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은 인간이 멀미를 느끼는 조건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멀미 직전에 안면 근육이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자동차 실내에 달린 카메라에서 승객의 얼굴 표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그럼 자율 주행 자동차가 멀미를 느끼는 순간을 파악하고 미리 주행 패턴을 바꾸거나 잠깐 멈추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 이것이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그 이상의 모빌리티적 사고다.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일어날 인간과 기계 사이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모빌리티는 이동이란 행위에 속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환경 속에 다양한 사물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가 동선에 맞춰 주변 모든 사물과 정보를 나눈다. 개인용 자동차와 셔틀버스, 택시, 트럭 같은 이동 수단이 자율 주행 시스템에 연결되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눈감고도 파악할 수 있다. 내가 탄 자동차 주변의 모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의 목적지와 다음 순간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도시의 교차로에는 더 이상 신호등이 필요하지 않다. 사물 인터넷 기반의 자율 주행 네트워크는 우리 일상 속 공간의 질을 개선시킨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용하지 않을 때 스스로 도시 외곽의 주차 공간으로 이동한다. 집이나 회사 근처에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거주지가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하게 변한다. 이동 수단을 유지 보수하면서 소비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가 자율주행 시스템에 연결되어 도시 외각으로 이동하는 동안 전기 충전소에 들려 스스로 배터리를 채운다. 고장 난 곳을 수리하거나 심지어 세차도 알아서 할 것이다. 자동차 생태계 완벽한 변화. 그것이 모빌리티의 진정한 의미다.
그럼 다시 2021 서울모빌리티쇼로 돌아와서. 이번 모터쇼는 모빌리티란 이름을 쓰지만, 앞서 소개한 모빌리티적 사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5G 자율주행 통신을 소개한 SK 텔레콤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정도가 모빌리티와 관련된 기술이었다. 영감을 받을 만한 새로움도 없었다. 그저 이름만 그럴싸하게 변경했을 뿐. 2년 전에 비해 규모가 축소된 서울모터쇼였다. 글 / 김태영(자동차 칼럼니스트)

    피처 에디터
    신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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