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에 존재감 제대로 뽐낼 다이버 워치 9

2026.06.11.조서형, Vivian Morelli

네온 컬러의 마이크로 브랜드부터 그랜드 세이코의 정교함까지. 이 빛나는 다이브 워치들은 수영장 옆 피냐 콜라다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묘한 의식처럼 다이버 워치를 찾아보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워치리뷰블로그의 설립자 매튜 카텔리어는 그 이유를 ‘분위기의 변화’에서 찾는다. “여름에 출시되는 다이버 워치는 대개 강렬한 색감을 담고 있습니다. 사이렌처럼 눈에 띄는 오렌지 컬러도 있고, 복고풍 파스텔 톤도 있죠. 모두 무더위 속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계들입니다.” 이제 6월 중순 밖에 되지 않았는데 2026년은 이미 풍성한 다이버 워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몇 년 동안 거대하고 실용성 위주의 디자인이 유행한 뒤, 다이버 워치는 다시 재미를 되찾고 있다. 론진, 유니매틱, 독사 같은 브랜드들은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자유분방한 부활을 이끌고 있다. 보석처럼 화려한 컬러의 베젤, 빛을 받으면 살아나는 빈티지 스타일 다이얼, 예상 밖의 색상을 입힌 세라믹 인서트, 그리고 가격을 납득하게 만드는 정밀한 무브먼트까지.

매튜는 말한다. “방수 성능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호텔 수영장이나 다음 해변 여행에 딱 맞습니다. 이건 사야 해요.” 더 놀라운 점은 스펙트럼의 넓이다. 마이크로 브랜드들은 체급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고,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마침내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며,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지금 시대의 감각을 담은 화려한 다이얼을 선보이고 있다.

디트래시 미드나이트 플라밍고

1980년대를 넘어 영원히 살아남아야 할 마이애미 바이스풍 색 조합이다. 검게 처리한 재활용 스틸 케이스와 네온 핑크 다이얼을 결합했으며, 200m 방수, 사파이어 크리스털, 세이코 오토매틱 무브먼트까지 갖춘 정통 다이버다. 시계 수집가 빌 애들러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시계의 기준은 사진을 계속 다시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트래시 미드나이트 플라밍고가 바로 그렇죠. 해가 진 뒤 해변 바에서 열대 칵테일을 마실 때 차고 싶은 시계입니다. 핑크 캘리포니아 다이얼은 즐거움 그 자체예요.” 해양 플라스틱 스트랩과 재활용 소재는 단순한 마케팅 요소도 아니다. 판매 금액의 1%는 해양 보존 단체에 기부된다.

론진 하이드로콘퀘스트

사무실에서도 어울리고 바다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래커 마감의 그린 다이얼. 39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300m 방수를 갖춘 론진의 다이버 워치는 마치 열대 지방에서 부는 한 줄기의 산들바람 같다. 애들러는 말한다. “세라믹 단방향 회전 베젤, 슈퍼 루미노바 인덱스, 날짜창까지 더해지면 전형적인 클래식 다이버 워치가 완성됩니다. 게다가 다이얼 종류도 여덟 가지나 되죠. 문제는 고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씨페어러

부드러운 베이지 다이얼에 강력한 하드웨어를 담았다. 42mm 스틸 케이스, 80시간 파워리저브, 태그호이어 인하우스 TH20-04 무브먼트를 갖췄다. 씨페어러의 특별함은 조수 간만 표시 기능이다. 단순한 크로노그래프가 아니라 바다를 기억하는 시계인 셈이다. 마치 오래된 해변 엽서 같은 낭만을 품고 있다. 100m 방수 성능 덕분에 전문 다이버보다는 스쿠버다이빙 감성을 즐기는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블루 스티치가 들어간 텍스타일 스트랩 역시 그런 분위기를 완성한다. 확실한 존재감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이다.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U.F.A. 우시오 300 다이버

그랜드 세이코가 마침내 해냈다. 일본 바다의 조류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 다이얼은 특유의 입체적인 다이얼 마감 덕분에 빛을 받으면 놀라운 표정을 보여준다. 40.8mm 티타늄 케이스, 300m 방수, 그리고 초고정밀 스프링 드라이브 UFA 무브먼트까지. 날짜창도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절제된 디자인 안에 일본식 엔지니어링의 정수가 담겨 있다.

발틱 아쿠아스카프 GMT

진짜 여행자를 위한 GMT. 발틱의 대표작인 아쿠아스카프 케이스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24시간 핸드는 여권 도장을 하나 더 찍은 듯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에서 조립되며, 빈티지 스타일을 매우 의도적으로 구현했다. 39mm 스틸 케이스, 소프로 무브먼트, 42시간 파워리저브, 더블 돔 사파이어 크리스털까지. 이토록 화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독사 샤크헌터

끝없이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며 정보의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요즘 남자들을 위한 빈티지 다이버. 40mm 스틸 케이스, GMT 기능, 250m 방수, 50시간 파워리저브를 갖춘 스위스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타임텔링 매거진 창립자 왈리드 벤라는 독사의 시계를 이렇게 평가한다. “40mm라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실제 착용감은 훨씬 작게 느껴지죠. 모든 다이버 워치가 44mm짜리 거대한 덩어리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렌지와 블랙 조합을 제대로 구현한 시계다.

유니매틱 모델로 트레 U3FB-ROPS

블랙 DLC 케이스와 금빛 다이얼의 만남. 미니멀하지만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툴 워치의 공식을 새롭게 해석한다. 메카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40mm 크로노그래프이며, 300m 방수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카텔리어는 말한다. “가격 대비 완성도가 놀랍습니다. 제작 방식은 독사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카시오 MRG-BF1000EB-1A

Ti64 티타늄 케이스에 코발트-크롬 합금 ‘코바리온’ 베젤을 적용했다. 수작업으로 마감한 딥 블루 패싯 디자인과 사파이어 디테일까지 더해졌다. 애들러는 단언한다. “이보다 튼튼한 시계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름답기까지 하죠.” 수중에서도 버튼 조작이 가능하다. 그는 덧붙인다. “저도 예전 프로그맨 모델을 갖고 있는데, 도쿄에 태풍이 오면 항상 그 시계를 찹니다.”

예마 스킨 다이버 슬림 브론즈 CMM.20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단색 디자인. 애들러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파이어 단방향 회전 베젤에는 전통적인 다이버 워치처럼 0~60분 눈금이 들어가 있습니다. 12·3·6·9시 숫자는 강한 빈티지 감성을 풍기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숀 코너리 시절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브론즈 케이스와 버클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파티나가 생긴다. 39mm 케이스, 300m 방수,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있어지도록 설계된 다이버 워치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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