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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자동차광이 뽑은 드라이브 하기 좋은 차와 코스

2022.04.26신기호

5월, 어디든 떠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차에 오르겠습니까.

CITROËN C4 CACTUS 신기호 <지큐> 피처 디렉터
드라이브 마이 카 씨트로엥 C4 칵투스
목적지를 입력하세요 목적지는 강원도 춘천, 경유지는 김유정 문학관
목적의 이유 춘천의 지명에 ‘봄 춘’자가 들어가서 그럴까, 요절한 작가 김유정이 쓴 소설의 제목 때문일까. 어쨌든 봄은 남쪽에서 출발하지만, 춘천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봄이 오면 늘 춘천을 찾았고, 춘천의 길목에 들어서면, 휴게소처럼 꼭 김유정 문학관에 들르곤 했다.
부가 서비스 서울보다 조금 늦게 시작되는 꽃놀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장소로는 북한강을 끼고 흐르는 중도 물레길, 넓은 부지의 강원대학교 캠퍼스가 좋겠다.
이 차에 오른 이유 똑같은 출퇴근길. 그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내 차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줘야지! 이왕이면 지루한 고속도로보다는 달리는 재미가, 감상하는 호사가, 아무 때나 멈춰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국도라면 더 좋겠다.
나침반 서울의 북쪽에서 출발하면, 구리 IC로 진입해 퇴계원 IC로 빠지면서 시작되는 ‘신경춘로’를 이용해보길! 지금은 사라진 경춘선를 따라 난 국도인데, 46번에서 75번 국도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만나는 대성리역, 청평역, 가평역, 강촌역 등 옛 기차역들이 반갑다.
드라이브 뮤직 음악보다는 FM 라디오가 좋겠다. 주파수를 이러저리 맞추다 좋은 목소리가 나오면 스톱. 뭐든지 보는 시대에 잠깐이나마 들으며 집중하는 지금이 소중하게 느껴질 테니까.

 

MERCEDES-BENZ SL 560 R107 허재영 피치스 CD
드라이브 마이 카 메르세데스-벤츠 SL 560 R107(1987년형)
목적지를 입력하세요 MMCA 과천(국립 현대 미술관)
목적의 이유 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여정의 즐거움. 국도와 고속도로, 그리고 경마장 옆의 넓은 도로를 지나면 나타나는 산골짜기까지. 변검처럼 모습을 바꾸는 각양각색의 도로 위에서 즐기는 드라이빙은 지루할 틈이 없다.
부가 서비스 MMCA 입구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보트’(작가가 1995년 미국에서 귀국했을 당시 유일하게 갖고 들어온 미완성 작품을 제자들이 2018년 재현)를 감상해보시라.
이 차에 오른 이유 차량의 소프트 톱을 열고 하루는 아버지와 미술관으로, 하루는 딸과 동물원으로 향하고 싶다. 여기에 1980년대 데이비드 보위David Robert Hayward Jones의 음악이나, 2021년 테이프로 발매된 라디오피어 RadioFear의 음악을 들으며 달려보면 어떨까. 뭐가 됐든 1987년식 SL이라면, 내가 상상하는 장면 속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나침반 클래식 차량의 특성상 서울 사대문 안으로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월로를 시작으로 남산 도서관에서 U턴을 하고, 잠수교를 지나 우면산 터널을 이용해 경마장 IC로 진입한다면 문제없다. 거리도 왕복 40킬로미터 정도로 클래식 카를 타기에 딱 적당하다.
드라이브 뮤직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Out of Time’(The Weeknd, 2022)과 그 원곡, ‘Midnight Pretenders’(Tomoko Aran, 1983)을 번갈아가며 들어보면 좋겠다.

 

JAGUAR XK140 김선관 자동차 전문 기자
드라이브 마이 카 재규어 XK140(1956년형)
목적지를 입력하세요 포르투갈 호카곶(유라시아 최서단)
적의 이유 세상의 끝을 향해 달린다는 건 뭉클하면서도 장엄한 행위다. 9년 전 5월에도 포르투갈의 호카곶Cabo da Roca을 향하고 있었다. 유럽 유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는 길에 의미 따위는 없었다. 대신 드넓은 대서양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만들어낸 풍경, 날리는 나뭇잎과 어린 나무들이 만든 그늘, 가슴까지 일렁이게 만드는 파도가 자릴 채웠다.
부가 서비스 호카곶에 가면 세상의 끝에 도착했다는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가격은 10유로 정도. 호카곶에서만 판매하는 엽서도 있다. 재미있는 건 1유로를 추가로 지불하면 미래의 나 혹은 소중한 누군가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이 차에 오른 이유 영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사라 미셸 겔러의 농염한 눈빛 때문에 선택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남은 건 라이언 필립이 타고 달리는 재규어 XK 140 1956년형이다.
나침반 해안도로를 타고 호카곶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거나. 하지만 호카곶을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위에서 내려오는 걸 선호한다. 최대한 가까이 바다를 곁에 두려는 의도다.
드라이브 뮤직 해변과 XK 140이 있는데 무슨 음악이 필요할까. 해안 절벽을 내리치는 파도와 바람, 직렬 6기통 3.4리터 엔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소리가 곧 훌륭한 BGM인데.

 

VOLKSWAGEN BEETLE CLASSIC 현우 배우
드라이브 마이 카 폭스바겐 클래식 비틀
목적지를 입력하세요 제주도 서귀포시
목적의 이유 언젠가 클래식 비틀을 몰고 제주도에 간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를 빙 돌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일주의 하이라이트는 신창 풍차 해안도로에서 맞이하겠다고 생각했다. 친절하지 않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비틀을 타고 달려보는 상상에는 언제나 낭만이 있었다. 머리 위로 지나는 풍차는 또 어떻고.
부가 서비스 서귀포시 남쪽 해안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를 꺼내 들어보자. 제주가 펼쳐 보이는 풍경은 동화 속 그림보다 황홀할 테고, 서있는 배경 앞으로 클래식 비틀까지 슬쩍 밀어 넣어 촬영한다면 1970년대 영화 포스터가 뚝딱, 재현될 수도 있다.
이 차에 오른 이유 조용한 해안도로라면 지금의 정숙하고, 편안하며, 친절한 차보다는 이왕이면 터프하고 기계적인 드라이빙을 느끼며 달려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차가 전하는 감성을 느끼며 달려보고 싶었는데, 이런 조건이라면 클래식 비틀이 제격이지 않은가.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드림카이기도 했고.
나침반 커다란 풍차가 솟대처럼 솟아있는 신창 풍차 해안도로를 추천한다. 바로 향하는 최단 경로보다는 공항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빙 둘러 따라 내려가다 만나는 여유 있는 코스가 더 좋겠다.
드라이브 뮤직 클래식에 클래식을 더해볼까? 비발디 사계 협주곡 1번 마장조. 8번 ‘봄’ 3악장.

 

BMW M1 PROCAR 이지윤 바이브바입스, 꾸에르노 대표
드라이브 마이 카 BMW M1 Procar
목적지를 입력하세요 독일 모터스포츠의 성지이자 자동차 산업의 역사의 현장인 뉘르부르크링.
목적의 이유 이곳은 늘 선망의 대상이자 목표하는 드라이빙 코스였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유일하게 일반 산간 도로를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최장거리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높은 고저차가 존재해 매 순간 차와 드라이버를 극한으로 내몬다. 변수와 위험이 있기에 모험과 도전이 의미 있는 곳이니까.
부가 서비스 뉘르부르크링은 일반인도 트랙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곳이다. 또 서킷 투어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어 프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차에 오른 이유 M1 프로카는 BMW에서 콘셉트 카로 선보였던 모델. e31의 경우 투어링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M1 프로카는 오직 달리는 데만 집중된 차다.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는 목적과 딱 맞아떨어진다.
나침반 “용기 있는 자의 코너”라 불리는 카루셀 구간은 코너의 r값이 가장 크고, 도로가 상대적으로 많이 뉘어 있어 드라이버가 정교하게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험이 크면 짜릿함도 배가 되는 법이니까. 이곳을 정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와 매 순간 느껴지는 역동성을 경험해보시길!
드라이브 뮤직 사실 서킷을 탈 때 노래를 들을 여유는 없다. 하지만 이건 상상이니까. The Clipse의 ‘grindin’은 어떨까.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 와인딩을 갈 때면 듣는 나만의 루틴이기도 하다.

 

PORSCHE 911 GT3 김태영 자동차 저널리스트
드라이브 마이 카 포르쉐 911 GT3
목적지를 입력하세 강원도 한계령 휴게소
목적의 이유 내게 자동차 드라이브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한계령 휴게소는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만족감을 안겨준다. 인제~양양 간 국도를 따라 굽이치는 산길을 달려서 설악산국립공원 속 높은 고개를 넘는다. 높이 1천4미터의 정상 휴게소에서 감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절경이라니, 더 이상 어떤 이유가 필요한가.
부가 서비스 한계령 휴게소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양양, 속초, 강릉이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제철 수산물과 맛 집이 즐비하단 얘기다.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1시간을 달리면 평창과 횡성으로 이어지니, 최고급 한우도 즐기기 좋다. 수십 킬로미터를 기꺼이 달려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차에 오른 이유 포르쉐 911 GT3는 도로 위에서 탈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드라이빙 머신이다. 운전자가 코너의 입구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차가 반응하고, 곧바로 다음 명령을 실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911 GT3는 장거리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황홀하게 달리게 해줄 수 있는 차니까.
나침반 한계 교차로에서 한계령 방향으로 진입해 구 한계령 도로를 넘으면, 설악산 달마봉을 오른쪽으로 끼고 달릴 수 있는 외설악의 절경 코스가 나타난다.
드라이브 뮤직 달리는 도로가 굽이치는 산길이라면 Wham의 ‘Wake Me Up Before You Go-Go’만한 노래가 없다. 리드미컬한 후렴구가 꼭 한계령의 도로를 닮았다.

    피처 에디터
    신기호
    그래픽 디자이너
    NOSUN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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