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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연애하는 사람들의 불행회로

2022.06.18주현욱

외로움에 의해 누군가를 만나는 건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실수록 갈증은 더해 가고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분명한 건 외로움을 잊기 위해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된다.

1 아무나 만난다
배고프다고 빨리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연애도 급하게 하면 잘못 만날 확률이 높다. 특히 주변에서 나이를 들먹이며 유통기한 직전에 할인하는 상품 취급이라도 한다면, 겉으로는 쿨한 척 넘어가도 속에서는 열불이 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웬만한 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자는 속 편한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자신과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홧김에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2 상대에게 끌려다닌다
어차피 외로워서 만나는 것이다 보니 연애 상대를 까다롭게 고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큰 기대도 없는 편이다. 주도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관계의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주도권이야 언제든지 가져오면 되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관계도 일종의 관성이라 한두 번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3 연애를 해도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누가 내 입맛에 맞게 모든 것들을 채워줄 수 있을까. 연애를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했을 때 상대를 원망하며 더 집착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외로워서 시작한 연애를 이어가는 것이다 보니 상대방에게 의지하게 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기대한다. 이로 인해 실망도 많이 한다. 자꾸 연락을 요구하게 되고, 늘 불안감에 휩싸이며 고맙게 여져져야 할 것들이 점점 당연시 되게 된다.

4 또다시 헤어진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긋난 만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또 헤어진다. 남의 장단에 맞춰 계속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백 번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잦은 이별은 사람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혼자인 시간을 견뎌내지 못해 쉽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써야 할 에너지까지 가치 없는 관계에 투자하느라 계속 텅 빈 마음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5 인생이 힘들어진다
‘만나봐서 아닌 것 같으면 헤어지면 되지’, ‘애초에 만나려는 노력도 안 하면 평생 못 만날 거 아니냐’는 등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유를 들어가며 연애에 열과 성을 다한다. 내 인생 자체를 흔드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가 되었든 한 명만 걸려라 하던 찰나에 나를 만날 수도 있고, 애초에 철저히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인생이 심각하게 꼬일 수 있다는 걸 처절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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