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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위해, 왁싱을 해야 하는 이유

2022.08.08박한빛누리

이건 100% 경험담이다. 그녀의 추천으로 왁싱을 했는데, 삶이 달라졌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풋살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으며 무심결에 바지를 내렸다. 남자끼리 있었기에 별생각이 없었는데 친구 한 놈이 내 코끼리를 가리키며 깜짝 놀라는 거다. 왁싱을 한 거냐며. 역시 에디터라 그런가 트렌디하다며 비웃었다. 아니 뭐, 대동법 시행하던 조선시대 중기도 아니고 호들갑은. 일부러 바지를 늦게 치켜 올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남자의 왁싱은 조금 이른 걸까. 이렇게 종종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하면서도 한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고 있다. 벌써 일 년이나 됐다. 깔끔한 건 물론이고 침대 위에서는 민둥산이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사실. 100% 경험담에서 나온 왁싱 해서 좋은 이유들.

호감
티스토리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친구가 왁싱을 했다면?’ 이라는 질문에 성인 여성 500명 중 22%의 여성이 좋다고 답했다. 49%는 별로 상관없다고 했고 약 28%는 싫다고 했다. 종합하자면 70% 이상의 여성이 괜찮다는 입장이다. 좋은 이유도 제각각이다. 위생적이다. 본인이 했기 때문에. 평소에 만나보지 못해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등의 의견.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여성 중 90%가 몸에 털이 적은 남성을 선호했다. 털을 뽑아야 할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

청결과 위생
신한카드 빅데이터 트렌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왁싱숍을 찾는 남성 고객은 2년 새 6배 늘 정도로 급증 추세다. SNS에서는 ‘왁싱’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된 빈도수도 10배 넘게 늘었다. 나 같은 사람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다. 단골 왁싱샵 관리사는 ‘왁싱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공감한다. 잡초를 제거했으니 벌초한 것처럼 깔끔해진다. 특히 여름철에 땀이 많이 나면 허벅지 안쪽, 그러니까 고환 주변으로 중독성 강한 향기가 난다. 흔히 은어로 ‘꼬카인’이라고 부르는데, 컴퓨터를 하다가 고환을 긁고 자연스레 코로 가져갈 만큼 매혹적이면서 꾸릿하다. 왁싱을 하면 이 지저분한 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게다가 용변 후에도 털에 묻는 게 없으니 깔끔하게 닦인다. 왁싱하면 아랫도리가 뽀송해진다.

침대에서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다. 유치원생으로 돌아간 느낌. 물론 물건의 크기는 그대로니 위압감은 여전했다. 그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모를 한다고 했다. 피차 똑같은 상황이 되니 부끄러움은 금방 사라졌다. 그녀는 귀엽다며 자연스럽게 매만지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왜 이렇게 적극적이냐며 아침에 오쏘몰을 먹었는지 물어볼 틈도 없이 격렬한 스킨십이 이어졌다. 우린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포개져 서로의 것을 탐닉했고 그녀도 수문이 열린 듯 금세 축축해졌다. 예열할 필요도 없었다.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이래서 왁싱을 한 번만 사람은 없다고 했구나.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을 했고 우린 더 거칠어졌다. 침대가 흥건할 정도로 젖었다.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 폭주 기관차가 따로 없었다. 온몸이 달아올랐고 그녀는 더 격렬하게 해달라며 한 번도 지른 적이 없는 신음 소리를 냈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여섯 번째 감각이 깨어난 것처럼. 우린 차원이 다른 섹스를 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매일 두 번씩 했다. 털이 더 자라기 전에, 그 매끈함을 어떻게든 더 느끼고 싶어서. 관계가 소원해진 커플들이여. 왁싱을 하라.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니.

에디터
글 / 리효(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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