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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열대 우림 깊숙한 곳, 야수들의 땅

2023.02.18GQ

정글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야수들의 유대감

블랙백 수컷 고릴라.

장가-상가의 정글 진입로.

빛이 들지 않는 어두움 속에서 우리는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안내하던 트래커는 모두에게 조용히 걸음을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우리는 좁은 숲길에 석상처럼 가만히 선 채 숨을 참고 귀를 기울였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날이 밝기 직전인 오전 6시. 지구에서 가장 큰 열대 우림 중 하나인 이곳에서 숲의 짙푸른 심부를 향해 살금살금 일렬로 이동하며 로랜드고릴라 가족의 자취를 더듬어 유인원들의 세계로 향하는 중이었다. 트래커 개빈 오켈레로부터 갑작스럽게 움직이거나 큰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고릴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고 진작 주의를 들은 터였다. 미국 남부의 레드넥들이 모이는 바에 들어선 외지인처럼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라는 얘기였다. 맨 앞에서 걷던 오켈레는 땅에 웅크린 채 낮게 자란 식물 사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몸을 돌린 그가 “가까워요”라고 말했다. 별안간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고릴라가 수풀을 헤치며 나타났다. 새까만 몸에 등을 따라 은빛이 번득이던 고릴라는 곧장 덤불과 나무 뒤로 모습을 감췄다. 처음으로 고릴라를 목격한 그 순간이 어찌나 기이하면서도 으스스했는지, 잠시간 내가 헛것을 본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내가 본 것은 진짜였다. 우리는 그 후로도 1시간 동안 웅크려 앉은 채로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 사이를 훔쳐보았다. 우두머리 수컷인 실버백과 8마리쯤으로 구성된 고릴라 무리는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침 식사를 했다. 아마도 나는 조금 더 활동적이거나 사건이라 할 만한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다. 서로 다투거나 가슴을 두드리거나 번갈아가며 짝짓기를 한다거나 말이다. 또는 무리에서 아래에 있는 수컷이 우두머리의 부인과 몰래 짝짓기를 하다 걸려 난리가 나는 것도 좋았겠다. 그렇지만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고릴라들의 아침 식사는 티 파티마냥 세련되고 고상했다.

젊은 고릴라.

콩고 분지 적도 근처의 열대 우림.
두꺼운 목에 어깨가 떡 벌어져 통나무 같은 팔이 달린 이 거대한 유인원들은 땅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이곳저곳에서 작은 나뭇잎들을 조심스레 뜯어 커다란 턱으로 신중하게 씹었고, 그것을 삼킨 뒤에는 입술을 핥고서 다음 나뭇잎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다분히 정적이면서 평화롭고 꽤나 우아하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몸을 숙여 자수로 꽃을 피우는 데 열중한 스모 선수를 우연히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그보다 더 신기한 건 고릴라들이 우리에게 무심했다는 사실이다. 체중이 27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실버백이 덮쳐오는 사태보다는 우리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게 차라리 나을 테지만, 그들의 무관심이 살짝 실망스럽기는 했다. 어쩌면 나는 우리와 고릴라들 사이의 상호 인식이랄까,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순간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고릴라는 자신과 외관이 유사하고 비슷하게 움직이는 인간을 보며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쪽으로 시선을 주기는 했지만, 우리의 존재를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한 듯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행한 콩고 출신 연구자 라비 미실로우 보우카카가 바쁘게 서부로랜드고릴라들의 행동을 기록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들을 관찰했다.내가 기대했던 고릴라와 인간 사이의 접촉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체험할 수 있었다. 첫 목격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 장가-상가 국립공원의 빽빽한 숲속 바아카 부족 거주 지역에서였다. 행운이 따라 다시 한번 정글 깊숙이 자리 잡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내 얼굴을 기억하고 알아봐줄 고릴라를 최소 한 마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서 여섯 개 나라에 걸쳐 형성된 콩고 분지는 녹음이 울창하고 강을 품고 있으며, 아마존 분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 우림으로 총면적은 서유럽 전체 면적과 비슷한 120만 제곱마일이나 되는 데다 매년 이산화탄소를 12톤씩 흡수하기도 한다. 이곳의 숲이 없다면 고릴라들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행성 전체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콩고 분지는 지구의 폐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한편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유명하기도 하다. 나무 600여 종에 더해 1만 종이 넘는 동물이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둥근귀코끼리, 침팬지, 오카피, 표범, 사자, 그리고 우리가 만나러 온 신출귀몰한 로랜드고릴라가 포함된다.

상가강.

마란타 잎사귀.

바아카 부족의 소년.

상가 보호 구역의 캐시디 폭포.

강물에 비친 세네갈 대추야자나무.

키모토이 나비.

상가강의 통나무 카누.

상가강 인근 주민들.

거대한 편평등 노래기.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 강이 우리를 대륙의 한 가운데로 이끌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콩고는 신비와 경이의 땅이다. 풍요로우면서도 어딘가 기이한 이곳 열대 우림은 구석구석 믿기 어려운 광경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비현실적인 존재는 바로 곤충이다. 침입자를 쫓아내기 위해 무리 지어 머리를 두드리며 방울뱀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흰개미가 있는가 하면, 나뭇잎을 꿰매어 아름다운 둥지를 짓는 개미가 있고, 암살자처럼 위장하고 표적에게 다가가는 곤충이 있다. 콩고 분지에는 곤충의 몸에 기생해 숙주를 좀비로 만들어 조종하는 동충하초가 있고, 어떤 흰개미는 다른 개미가 굴에 침입하면 물리치기 위해 자폭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유독 물질을 끼얹고 입구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이곳의 곤충들에 비하면 고릴라 정도는 꽤 평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얼굴과 손짓, 섬세한 손톱과 표정, 그리고 굳게 오므린 입술을 생각한다면 우리와 그토록 닮은 존재가 정글 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콩고의 가장 큰 신비가 아닐까 싶다. 다녀온 곳은 콩고공화국 북부의 오잘라 코코우아 국립공원이다. 5,200제곱마일이 넘는 광대한 면적으로 이뤄졌고, 1935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국립공원 중 하나임에도 오늘날 가장 덜 알려진 국립공원 중 하나로 남았다. 관리 주체인 아프리카 파크는 비영리 자연 보전 기구인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취약하고 상업성이 덜한 22개 공원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오잘라 국립공원이 간직한 외딴 사바나와 열대 우림을 다녀가는 건 운이 좋은 극소수의 방문객들뿐이다. 공원 부지 내에는 콩고 컨저베이션 컴퍼니가 운영하는 총 세 채의 고급 숙박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찾아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이 바로 즐거움의 일부다. 브라자빌에서 소형 수상기에 탑승해 구불구불 이어진 물줄기로 수놓인 광활한 숲 위를 지나면 잔디가 깔린 활주로에 착륙하게 된다. 비행장이라 해봤자 활주로 근처에 양철로 지은 헛간 몇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을 뿐이다. 거기서부터는 4륜구동 차량을 타고 두어 시간 정도 진흙길을 달려야 하는데, 코끼리가 돌진해오는 탓에 잠깐 멈춰야 할 수 있고, 이따금 장작이나 밀가루 포대, 또는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걷는 사람들을 지나칠 수도 있다. 그렇게 지금껏 겪어본 가장 외진 곳을 향해 이동하다 보면 별안간 응강가 캠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음보모 마을에서 만난 소녀.

열대 우림 깊숙한 곳에 세워진 호화로운 오아시스 같은 이곳에서 기둥 위에 세워진 스타일리시한 카바나들은 초가지붕을 얹었고, 보도를 따라서는 조명이 설치되었으며, 매끼 환상적인 식사가 제공된다. 널따란 플랫폼 라운지는 소파와 쿠션에 더해 서적과 쌍안경을 구비했고, 삼면이 창으로 둘러싸인 덕에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프리카의 어마어마한 나무들과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응강가 캠프의 사치와 향락 누리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 관광은 도구다. 방문객은 숙박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오잘라 국립공원의 자연 보호 및 보전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대는 셈이고, 공원 경비대 운영과 지역사회 교육, 그리고 3천여 명의 마을 주민을 돌보는 이동형 병원을 지원할 뿐 아니라 일자리가 너무나도 귀한 이곳에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응강가 캠프는 마그다 베르메조 박사와 게르만 일레라 박사가 진행하는 로랜드고릴라 연구도 후원한다. 연구진은 세 차례나 고릴라 가족을 성공적으로 길들인 바 있고, 그 덕에 우리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고릴라들의 아침 식사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강둑에 모인 바아카족 아이들.

우산나무.

한 마운틴고릴라는 콩고공화국과 르완다, 그리고 우간다의 국경에 접한 분쟁 지역으로부터 약 1,6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서식지가 있다. 위버가 연기한 보호 활동가 다이앤 포시의 매력과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다큐멘터리에 감명받은 이들로 인해 마운틴고릴라는 꾸준히 방문객을 유치해왔다. 로랜드고릴라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채였고, 따라서 방문객도 그만큼 적었다. 모든 고릴라 종은 호미니드라는 특별하고 좁은 계통에 속하며 유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계통은 오직 네 개의 속으로만 분류된다. 그중 하나인 타파눌리오랑우탄은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정글에서 발견된다. 긴 머리에 사려 깊은 철학자의 풍모를 가진 오랑우탄이다. 아프리카에는 침팬지속이 있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둘은 얼마나 유사한지 한때 동일 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방식은 서로 놀라울 정도로 상이하다. 침팬지는 늘 관심을 추구하며 히스테리를 부린다. 꽥꽥 소리를 지르고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 인간으로 치면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보노보는 열대 우림 세계 최고의 호색가로서 우리 인간만큼이나 성적인 상상력이 풍부하다. 보노보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좋고 나쁜 상황은 항상 짝짓기로 귀결된다. 호미니드 계통에 포함되는 또 다른 속으로는 그 크기와 엄청난 힘으로 잘 알려진 고릴라가 있다. 한 손에는 아리따운 숙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복엽기를 잡아 부수는 폭력적인 이미지를 억울하게 뒤집어쓴 바로 그 고릴라 말이다. 그러나 이 좁고 좁은 호미니드 계통의 마지막 속으로서 진정으로 폭력적인 건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다. 영장류의 다른 종들과 인간의 유사성은 놀라운 수준인데, 인간과 고릴라는 유전적으로 98퍼센트나 일치한다고 한다. 수백 년 전, 지금과 똑같이 넘실대는 강과 티없이 깨끗한 땅을 거닐었을 우리의 공통 조상들도 이 숲에서 잠을 잤을 것이다.

장가 바이의 젊은 수컷 코끼리들.

로드 캐시디와 타마르 캐시디가 운영하는 상가 산장은 배로 5시간 떨어진 낯선 땅에 있었다. 간달프처럼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로드는 인근 마을에서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외진 곳에 터를 잡고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를 모두 보내며 반군과 전염병에 맞서 싸워왔다. 이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산장 중 하나인 상가를 목표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방문객이 다시 생겨서 기쁘다고 한다. 상가 산장은 오잘라 국립공원의 숙소들처럼 럭셔리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편안하고 매력적인 곳이다. 게다가 테라스에서는 안개가 곱게 내리는 새벽부터 사방에 물드는 저녁놀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강의 분위기와 색을 감상할 수 있는데, 명상을 위한 장소로 이보다 좋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산장의 와이파이 연결 상태는 조금 불안정할 수 있겠으나 그 대신 아찔할 정도로 엄청난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 장가 바이에서 보낸 하루 동안 거의 100마리 가까이 되는 코끼리들이 오고 가며 어울려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린 코끼리들은 서로를 쫓아다니는 장난을 쳐댔고 어른들은 짝짓기를 했으며, 어미들은 수심이 깊은 웅덩이에 빠진 새끼들을 건져냈다. 다음 날 일정은 고릴라 관찰이었다. 안내를 맡은 응갈라는 바아카족의 일원이다. 우리는 한시도 빼놓지 않고 그의 뒤에 있어야 하고, 고릴라가 다가온다면 서서히 뒷걸음질로 물러나야 하고 절대로 당당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그건 그리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는 이곳에서 낮고 작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잘라 코코우아 국립공원의 서부로랜드고릴라 모자.

원시 인류가 닦아둔 길을 따라 숲에 진입했다. 침묵 속에서 나뭇잎을 헤집고 나아가는 트래커들은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우리가 다가가고 있음을 고릴라에게 고지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었을까, 고릴라 무리가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알록달록한 협곡에서 어린 고릴라들이 체조선수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나무를 잽싸게 오르고 내리는가 하면 덩굴을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애정과 승부욕을 담아 레슬링을 하듯 서로의 팔다리가 엉킨 채 뒹굴었다. 이들의 놀이는 매번 길고 따뜻한 포옹으로 끝이 났고, 어미들은 근처에서 맛난 나뭇잎으로 피크닉을 즐겼다. 숲속 더 깊은 곳에서 마쿰바라는 이름을 가진 실버백 고릴라를 만났다. 그들은 나무를 등지고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고, 발 위에 앉은 한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 고릴라를 제외하면 주변에 다른 고릴라는 없었다. 40대 초반인 마쿰바는 고릴라치고 나이가 꽤 많은 편이고, 무리에 새로운 여성 고릴라를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숲에 내리쬐는 촉촉한 햇빛 아래에서 과일을 나눠 먹는 나이 든 실버백과 아기 고릴라의 모습으로부터 고릴라 일생의 시작과 끝을 목도해버린 것 같은 묘한 감상이 들었다. 마쿰바는 곁에 있는 한참 어린 고릴라를 세심하고 주의 깊게 챙기느라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기 고릴라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호기심 어린 표정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몸을 일으킨 그는 여느 아기처럼 뒤뚱거리며 우리를 향해 뒷발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쿰바가 낮게 그르렁대며 주의를 주었지만 우리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아기 고릴라는 개의치 않고 단서를 찾아 우리의 얼굴을 뜯어보고 살펴보았다. 그는 뒤뚱뒤뚱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는데, 몸을 숙여 악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녀석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내 얼굴과 눈을 응시했다. 앞서 말한 어떤 유대감이 느껴지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고릴라도 나도 서로를 바라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눈앞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생명체의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이윽고 아기 고릴라는 아빠 고릴라에게로 돌아갔다. 늙은 실버백 마쿰바는 일어서 있었고, 둘은 몸을 돌려 콩고 분지의 깊은 숲속으로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두 고릴라의 형체는 서서히 나무들 사이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적막한 강을 따라 복귀하는 배 위에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와 그 아기 고릴라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혼란 속에서 나라는 생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겠지만, 나는 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호기심 어린 아기 고릴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정말로 알고자 했던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체였던 것이다.

    에디터
    STANLEY STEWART
    포토그래퍼
    ALISTAIR TAYLOR-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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