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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목해야 할 도쿄 호텔 2

2023.06.20전희란

도쿄에 사는 사람, 도쿄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

더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 I The Tokyo Edition Toranomon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핫하다”라는 말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찌나 핫한 곳이 널렸는지 가끔은 지구가 온통 불바다인가 싶다. 도쿄에 사는 친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를 안내하고 싶은 곳으로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의 좌표를 보내왔을 때, 솔직히 조금은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도쿄를 몇 번 오갔는지 셀 수 없지만, 도쿄 타워의 가장 예쁜 얼굴을 본 건 최근이다.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의 로비가 있는 31층으로 이동했을 때,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건축가 쿠마 켄고가 디자인을 도맡은 호텔은 창밖의 빌딩숲을 가장 따뜻한 형태로 끌어들인 것 같았다.

창밖으로 도쿄 타워와 도쿄만의 풍경이 펼쳐지는 동안, 격자 나무 디자인을 가미한 호텔 내부는 창밖의 풍경과 자기만 뽐내려고 하는 핫과 힙의 공간들이 오로지 자기를 빛내는 데 치중하는 동안, 이 호텔은 주변과의 화합을 꿈꾼다. 다소 팬시한 호텔에서 캐주얼 다이닝과 섬세한 칵테일,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로비 바와 블루 룸은 호텔 게스트뿐 아니라 도쿄에 사는 사람, 도쿄를 찾는 사람들도 목적지로 체크해두는 곳이다. 호텔 바 치고는 꽤 합리적인 가격이라 가볍게 낮술을 즐기러 들르기 좋다. 그런가 하면 같은 층에 있는 제이드 룸은 궁극의 파인 다이닝을 표방하는 공간이다. 미쉐린 스타 셰프 톰 아이켄스가 진두지휘하는 이곳은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계절을 담아 섬세한 요리를 표현한다. 잘 알려진 지역의 와인부터 제3세계 와인, 화이트 와인처럼 산뜻한 니혼슈를 차별 없이 다루는 와인 페어링도 흥미롭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보고 지나칠 1층의 ‘골드 바’는 촌스럽지 않을 만큼만 화려하다. 에디션 호텔을 위해 특별히 만든 향을 담은 르라보 ‘에디션 호텔’ 어메니티는 마치 호텔 전체에 멋스럽게 향수를 뿌린 듯 은은하게 향을 뿜어낸다. 미니 바에 영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도, 이곳에 묵는다면 반드시 서랍을 열어봐야 한다. 그 안에는 벼린 취향으로 수집한 아기자기한 도쿄의 물건들이 작은 편집 숍처럼 담겨 있다. 힙의 중심에서 평안의 시간을 보낸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웨스틴 요코하마 I Westin Yokohama

뉴 요코하마의 상징, 웨스틴 요코하마.

여행자로서 점점 고민하는 건 ‘럭셔리’의 정의다. 비싼 것, 호화로운 것, 화려한 것을 럭셔리라 부르던 시대는 지났고, 값비싼 것과 값진 것은 엄연히 다르다. 어제보다 내일을 조금 더 고민하는 여행자가 되려 하는 이유는, 대단히 의식 있는 여행자라서가 아니라 여행을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말 오픈한 웨스틴 요코하마는 요코하마의 새로운 럭셔리를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며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연결과 상생을 추구하는 웨스틴 요코하마는 호텔 전반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한다. 고층에 있는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가로로 길게 들어오는 창의 프레임이 작품처럼 반짝인다. 저 멀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마치 거대한 크루즈에 승선한 기분도 드는데, 이는 항구 도시인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의 정체성을 호텔로 끌어들인 것이다. 초록 식물로 빼곡한 메인 로비는 숲을 연상시키고, 호텔 전반은 따뜻한 나무로 안온한 분위기를 낸다. 자연의 컬러와 모양으로 장식한 객실에는 나뭇잎을 통과해 들어오는 햇빛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조명과 일본 전통 종이 ‘와시’로 제작한 헤드보드 침대가 놓여 있다. 웨스틴 호텔의 시그니처 ‘헤븐리 베드’는 호캉스족들 사이에서 멜라토닌보다 숙면 효과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도는데, 경험해보니 과연 그랬다.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옷장에 구비해놓은 여러 베개,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매트리스, 덕분에 이불에 몸을 콕 묻고 간만에 깊은 잠을 잤다.

코드 바.

술꾼이라면 웨스틴 요코하마에 갈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호텔 로비 층에 있는 ‘코드 바’다. 요코하마 안팎 지역의 우편번호를 딴 칵테일이 시그니처인데, 단지 이름만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맛을 낸다. 동행인이 각각 다른 지역의 칵테일을 주문해 ‘짠’하는 순간은 마치 여행에서 느끼는 스파크와 닮았다. 그러는 동안 창밖에는 신도시 요코하마의 고가를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이 주얼리처럼 착 늘어진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식재료를 앞장 서서 사용하는 호텔 내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 브라세리 뒤 케, 모던 이자카야 스타일 레스토랑 키수이-센, 천국 같던 헤븐리 스파는 떠난 뒤에도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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