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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미래 차 산업 생태계, 위기가 아닌 기회인 이유

2024.02.15신기호

대 중국과 대 미국의 사이에 선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글 / 임현진(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

COVID-19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지나면서 국내 완성차 산업은 현재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3년 1~3분기 완성차 수출액(승용 완성차 중 신차 수출액 자료 기준)은 COVID-19 확산 전인 2019년 동기 대비 약 84.2퍼센트가 증가한 5백5억 달러를 기록했다. 차종별로 수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내연차는 동기간 약 1.5퍼센트 감소한 반면 하이브리드 (HEV/PHEV)는 4퍼센트, 전기차(BEV/FCEV)는 40.9퍼센트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나라의 전기차 수출액 증가율은 2021년 44.4퍼센트, 2022년 44.1퍼센트, 2023년 40.9퍼센트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또 전체 완성차 수출액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3.6퍼센트, 2022년 17.1퍼센트, 2023년 22.6퍼센트로 전기차 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액은 얘기가 좀 다르다. 2023년 1~3분기 완성차 수입액 (승용 완성차 중 신차 수입액 자료 기준)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약 12퍼센트가 감소하는 등 수출 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내연차 수입액은 무려 22.5퍼센트가 하락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곧 향후 완성차 수입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임을 암시하는 지표라는 점이다. 나아가 주목할 부분은 중국으로부터의 완성차 수입액 비중이다. 2020년 1.5퍼센트, 2021년 1.2퍼센트, 2022년 2.4퍼센트, 2023년 4.3퍼센트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내연차 수입액 비중은 큰 변화가 없으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입액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특히 대 중국 전기차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2020년 1.9퍼센트, 2021년 2.3퍼센트, 2022년 8.5퍼센트, 2023년 18.8퍼센트)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입의 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중국 로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다시 중국 내에서 생산된 TESLA MODEL Y, POLESTAR 2 등 미국과 유럽계 브랜드의 중국산 제품의 판매 호조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1~3분기 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산 MODEL Y와 POLESTAR 2는 각각 3천9백86대, 1천1백2대를 수입한 바 있다. 이렇듯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중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향후에는 중국산 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완성차가 아닌 부품 산업 쪽은 어떠한가. 자동차 부품 산업 수출액(HS 코드 8708 ‘차량용 부분품과 부속품’ 기준)은 2023년 1~3분기 약 1백4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동기 대비 4.6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같은 기간 동안 84.2퍼센트가 증가한 완성차 산업과는 달리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 수출과 관련한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 있다. 대 미국 수출과 관련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계속해서 대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 비중이 최대치를 갱신 중이다. 비중은 2020년 28.2퍼센트, 2021년 30.8퍼센트, 2022년 35퍼센트, 2023년 35.7퍼센트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의 규모가 2018~2022년 4년 동안 연평균 10.1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만 보면, 우리나라는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의 대 미국 수출 확대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이 외에도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따른 미국의 대 중국 자동차 부품 수입 감소 등의 이슈도 단기간 동안은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역시 자동차 부품의 대 중국 수출은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계속해서 자동차 부품 수출 상위 국가에 자리했으나 2023년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벗어났으며, 2018년 22.7억 달러, 2019년 16.2억 달러, 2021년 14.5억 달러, 2022년 11.1억 달러를 기록하며 4년 동안 연평균 마이너스 16.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 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 감소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과 이를 위한 자국 공급망 보호를 위한 정책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자국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전기차 관련 기업들 간 공급망 구축 노력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향후 전기차 분야 공급망을 자국에서 완결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더 확대된다면 우리나라 부품 업체의 중국 진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및 자율주행 시장의 확대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차 관련 품목의 무역 규모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1~3분기 전기차 배터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8퍼센트 증가한 21.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대 미국 수출 비중이 무려 64.7퍼센트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이차전지는 배터리 소재 및 셀 제조 등 간접 수출을 통한 국내 경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다. 따라서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수출이 함께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주력 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기차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현재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는 내연차 대비 전기차의 상대적 가격이 소비자 구매 결정과 각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 확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각 완성차사 및 부품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특히 전기차 생산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의 경우,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한 가지 예로, 중국이 주력해온 LFP 배터리는 원재료의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완성차사들의 점유율 확대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 LFP 배터리 채택율이 늘어나면서 국내 배터리사에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전기차 배터리는 2023년 1~3분기 약 30억 달러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으며,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우리나라로 역수입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고 있으나 수입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 중국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상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는 현재 기회와 위기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위기 요인으로는 중국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환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중 갈등, EU의 반보 조금 조사 등으로 인해 향후 중국의 해외 진출 확장이 제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 전망은 어떻게 관측될까? 먼저 국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양호한 상품성과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완성차 수출 호조 또한 당분간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의 전동화·지능화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국내 완성차 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전기차 배터리, 카메라, 센서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차 생태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이라는 위협 요소, 지정학적 갈등,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 등도 분명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우리가 넘어야 할 허들인 동시에 새로운 미래 차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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