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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과도기의 시작, 과연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24.01.07신기호

‘순수 전기차’라는 깨끗하고 효율적인 미래 앞에 지금, 우리가 회의감에 젖어드는 이유.

글 / 김태영(자동차 전문 기자)

EV의 장점은 다양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설명은 이제 열 살짜리 아이도 안다. 하지만 이건 EV 특징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배터리가 차 밑에 깔리는 낮은 무게중심은 차의 구조적 관점에서는 진화였다. 인류가 지난 1백년간 내연기관으로 발전시켜 온 공학적 지식보다 탄탄한 기본기로 일약 도약한 것이다. 내연기관의 한계였던 12V 전기 시스템에서 벗어나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한 48V를 사용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덕분에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여줄 첨단 전자 제어 장비를 대거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0년간 EV는 차세대 이동수단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했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EV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가 여전히 부족해요. 집과 사무실에 아무리 충전 시스템이 보장되어도 언젠가는 분명 불편한 상황이 생겨요.” 일반 내연기관 운전자들은 공영 주차장이나 아파트에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이 있다고 부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EV를 운영해보면 배터리 충전과 관련한 불편을 종종 경험한다. 특히 충전 전용 주차 공간에서는 배터리가 모두 충전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차를 이동해야 하기에 종종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 고전압 자동차 배터리의 잠재적 위험도 빼놓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 도로를 달리는 EV에 달린 고전압 배터리가 대량 생산 시설을 거쳐 양산된 것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소비자가 겪을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안전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컨트롤 유닛의 오류로 배터리가 과충전돼 화재가 발생하거나 외부 충격으로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급발진 사고로 이어졌다는 소식은 순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퍼센트밖에 안되는 한국에서도 종종 듣는 이야기다.

물론 매스컴의 모든 소식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모든 것에는 동전처럼 앞면과 뒷면이 존재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량이 최고점이었던 2016~2018년 이후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줄고 있다. 해석해보면 EV를 비롯한 전동화 자동차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시장 점유율(볼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나 현대 자동차처럼 특정 브랜드의 점유율로는 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수 없다. 전동화 제품으로 방향을 바꾼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다.

사실 EV로 세상이 전환된다는 방향성과 결과는 이미 수년 전에 정해졌다. 영국과 EU 전체 국가는 2035년에 전체 내연기관 자동차 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도록 법규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북미)은 203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의 절반이 순수 전기차이거나 배출가스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 예고했다. 그러니 EV가 세상을 바꾸고 미래의 차세대 동력 수단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단지 현재는 소비자가 EV와 내연기관 중 구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고, EV의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동반되기에 사회 각 부분에서 EV의 존재에 대한 의견이 충돌한다고 풀이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EV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이고, 자동차 회사들이 이 부분에 맞춰 명확하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순수 전기차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동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서다. 석유와 석탄을 태우지 않고 에너지를 쓰면서 지구의 온난화 가속도를 늦춘다는 공익적인 이유가 핵심이다. 그런데 요즘 EV 시장의 기술 발전 동향은 에너지 효율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용량이 커진 전기 플랫폼은 최첨단 전자 제어 기술과 편의 장비를 추가하며 상품성으로 경쟁하는 구도로 전락했다. 요즘은 일반적인 전기차도 출력이 3백~4백 마력을 훌쩍 넘는다. 고성능 스포츠 모델은 6백~1천 마력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 단 2.5초 만에 도달하는 전기차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럴 만한 철학과 이유가 있더라도 분명 환경을 위한 일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원격 주차, 차 안에서 물건을 쇼핑할 수 있는 인카페이먼트, 10개가 넘는 스피커로 구현한 최고급 오디오와 나파 가죽과 스웨이드로 만든 실내 장식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지난 1백 년간 발전시켜 온 이런 사치스러운 상품성은 혁신적인 발전이나 개념의 변화 없이 EV로 그대로 전해지는 추세다.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큰 그림으로 보면 EV의 핵심은 편의 장비를 덜어내는 데 있다.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만큼, 더 적은 에너지로 멀리 이동할 수 있기에 진짜 친환경 이동수단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50년 안에 지구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고갈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석유가 곧 고갈된다는 주장도 관련 분야의 모두가 동의하는 기정사실은 아니다.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라는 말도 비슷한 주장이다. 모두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지만, 실제 수치로 보면 개인 운송 영역보다는 전동화 전환이 필요한 분야가 훨씬 많다. 전 세계 석유 사용 비중에서 개인의 이동수단이 차지하는 수준은 10퍼센트 정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퍼센트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 발생한다. 나머지는 산업 분야에서 20퍼센트, 농업 분야에서 5퍼센트, 수송 분야에서 15퍼센트 정도 발생한다.(기타 20퍼센트.) 심지어 수송 분야에서는 항공과 선박을 제외한 일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3~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친환경 자동차나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EV의 본질적인 태생 이유와 필요성에서 벗어난 상품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활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V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이동 수단이 맞다.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 밀도의 EV 배터리를 채우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발전소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정밀하게 계산해보면 EV를 타지 않고 전기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친환경 활동에 더 도움되는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자동차 회사의 모든 전략 뒤에는 똑똑한 장사꾼들의 계획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안다. 프린터 제조 회사가 잉크 카트리지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제품과 잉크의 수명을 제어하는 것이나, 커피 머신 회사가 캡슐을 팔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관점으로는 EV는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의 패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전기 에너지를 다루는 기업, 그리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가진 배터리 회사가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친환경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 규제와 세금을 교묘하게 피하면서도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서 미래 인프라에 투자 중이다.

어쨌든 “차세대 동력을 이용한 이동수단”이라는 설명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하는 것은 단기간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의미로 지금 EV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접점에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이 과도기가 10년으로 끝날지 혹은 50년을 더 이어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상품성이 아니라 환경 중심으로 생각하는 누군가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1막에서 자동차 회사가 멋지고 기능적인 EV로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면, 2막에서는 과거보다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EV로 대중의 호응과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 진짜 친환경적인 EV가 등장하지 않는 한 지구의 환경오염을 막을 방법은 없다. 물론 혁신적인 변화를 위한 작은 행동은 어렵고, 그것을 비판하기는 언제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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