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집가들의 트렌드, 같은 색 시계만 모으기

2026.06.06.조서형, Vivian Morelli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 지금만큼 화려한 컬러 다이얼 시계를 고를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일상에 활기를 더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컬러 다이얼 시계만 한 것도 없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컬러는 파란색이나 초록색 정도가 아니다. 보기만 해도 선글라스를 꺼내야 할 정도의 강렬한 색상을 말한다. 형광이 없는 색이라면 인정하지 않는다.

시계 시장에는 이미 컬러 다이얼 시계가 넘쳐난다. 시계 수집가이자 워치오니스타 CEO인 앤드루 러프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브랜드와 워치메이커들은 확실히 색상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고객과 컬렉터들이 이제는 단순한 드레스 워치나 스포츠 워치 이상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컬러 세라믹과 복합 소재를 비롯해 새로운 소재 개발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밝은 색상의 러버 스트랩도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낸 중요한 요소입니다.”

러프는 컬러 시계의 전문가다. 그가 수집하는 시계는 오직 오렌지색뿐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컴플리케이션과 상황별 시계, 브랜드를 모으는 수집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계가 너무 많아져서 정기적으로 모두 착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시기에 그는 여러 독립 워치메이커들과 협업해 자신만의 특별한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의 시계 컬렉션에는 오렌지색이라는 공통점이 생겼다. 물론 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의 컬렉터 크로노피스는 파란색 시계를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러프의 친구이자 더 호로파일로 알려진 암르 신디는 보라색 시계 애호가로 유명하다.그렇다면 지금 가장 눈여겨볼 컬러 시계들을 살펴보자.

핑크

바비코어 열풍은 2023년 여름에 잠깐 지나가는 유행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올여름에도 기분을 끌어올리는 핑크는 계속된다. 심지어 브래드 피트도 입었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버블껌 핑크 컬러의 태그호이어 까레라 데이트, 강렬한 핫핑크를 전면에 내세운 디원 밀라노, 그리고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오리스 다이버스 65 코튼 캔디 에디션까지.

조금 반항적인 취향이라면 미스터 존스 베리 레이트 어게인을 추천한다. 딸기 모양의 시 표시와 함께 한 시간에 한 번만 선명하게 나타나는 숨겨진 메시지가 특징이다. 아예 손목시계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다. AP x 스와치 로열 펍은 8가지 팝아트 컬러웨이로 출시됐는데, 그중에서도 연핑크와 강렬한 레드 포인트 조합이 특히 눈에 띈다. 목에 걸거나 가방에 달 수 있는 회중시계다. 2026년에 누가 핑크는 손목에만 차야 한다고 말했나?

옐로

은은함과는 거리가 먼 색상이지만 하루를 밝게 만들어주는 데는 최고다. 레몬색 다이얼이 적용된 F.P. 주른 라인스포트 옥타 스포츠처럼 비교적 얌전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혹은 허블롯 빅뱅 투르비용처럼 반투명 옐로 케이스와 복잡한 다이얼을 갖춘 모델로 과감하게 갈 수도 있다. 보다 실용적인 선택으로는 네온 옐로 컬러의 카시오 지샥이 있다. 아마 평생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존재감을 원한다면 초박형 케이스와 선샤인 옐로 러버 스트랩을 갖춘 제럴드 찰스 마에스트로 8.0 스켈레톤이 있다. 또 하나의 강력한 선택지는 시티즌 츠요사 오토매틱이다. 299파운드, 약 55만 원 가격대의 시계 가운데 통합형 스틸 브레이슬릿에 선레이 옐로 다이얼을 과감하게 적용한 모델은 많지 않다. 정기적으로 품절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레드

온도를 높이고 싶다면 레드 컬러가 답이다. 부담 없이 시작하고 싶다면 2024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GMT ‘도쿄 라이언’을 살펴보자. 오렌지에서 레드로 이어지는 석양 같은 그라데이션이 특징이다. 자동차 애호가라면 브라이틀링 탑 타임 B01 쉐보레 콜벳도 좋은 선택이다. 온몸을 레드로 물들이고 싶다면 복고풍 디자인의 모바도 모던 47이 있다. 혹은 젊은 중국 브랜드 베렌스가 만든 울트라 라이트 11G도 눈여겨볼 만하다. 레드 다이얼에 레드 스트랩을 조합한 미래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오렌지

“오렌지는 밝고 행복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색입니다.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들죠.” 러프의 설명이다. 차이트빈켈 188° 막스 오랑주 데두아르는 정교한 래커 다이얼로 비타민 C 같은 활력을 선사한다. 러프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 중 하나는 제니스 디파이 랩이다. “정말 특별한 시계입니다. 착용할 때마다 좋은 추억이 떠오르죠. 사실 매일 차기에는 아까운 시계지만 너무 좋아해서 자주 착용합니다.”

또 다른 선택으로 그는 네덜란드 브랜드 그로넨펠트의 원 헤르츠를 꼽았다. 오렌지 스트랩이 적용된 이 시계는 그가 제작 과정에도 참여한 모델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가격대에서는 오리엔트 스트레토 데이트 한정판이 있다. 38.5mm 통합형 브레이슬릿에 선버스트 오렌지 다이얼을 적용했으며 가격은 350파운드 이하, 약 64만 원 수준이다. 한정판이라 재고가 소진되면 다시 구할 수 없다.

터키시 블루

파텍 필립 노틸러스 티파니 블루를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밝은 블루 컬러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다. 마찬가지로 구하기 어렵지만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은 여전히 위시리스트 최상단에 있다. 투자 가치도 뛰어나고 켄드릭 라마와 같은 시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유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아름다운 블루 라군 퓌메 다이얼을 갖춘 H. 모저 파이오니어 역시 훌륭하다. 바다 속에 들어온 듯한 깊은 색감을 보여준다. 가성비를 원한다면 노모스 클럽 캠퍼스 38이 있다. 뛰어난 품질과 하늘색 다이얼을 갖췄다. 독사 서브 300T 아쿠아마린 역시 훌륭한 3핸즈 다이버 워치다.

마지막으로 노르케인은 프리덤 크로노 엔조이 라이프 ‘스프링클스’에서 디저트 카트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야광 스프링클 장식과 함께 7일마다 아이스크림 콘 아이콘으로 바뀌는 날짜창이 특징이다. 상자 안에는 선글라스까지 포함된다. 정말 필요할지도 모른다.

멀티컬러

아무튼 이런 류는 더 화려할수록 좋다. 멀티컬러 시계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트렌드 중 하나였으며, 오늘날 하이엔드 워치 컬렉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예산이 무한대라면 프랑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시릴 콩고와 협업한 리차드 밀 투르비용을 추천한다.

음악 애호가라면 오디오 레벨 미터를 연상시키는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프쇼어 뮤직 에디션이 마음에 들 것이다. 강렬한 네온 컬러의 벨 앤 로스 BR03 사이버 레인보우 역시 인상적이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는 타이맥스 레인보우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공개된 밍의 티타늄 29.06 핍쇼가 있다. 시계이면서 동시에 마술 같은 작품이다. 시침과 분침이 겹쳐질 때 무지갯빛 기요셰 다이얼은 모든 색을 폭발시키듯 드러낸다. 하지만 두 바늘이 90도로 벌어지면 다이얼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한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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