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찍은 사진도 살린다,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 카메라 업그레이드

2026.06.23.조서형, Robert Leedham

애플이 올해 공개할 새로운 아이폰 카메라 기능은 단순한 사진 보정이 아니다. 사진의 구도를 촬영 후 다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사진’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이폰 카메라는 지난 20년 가까이 급진적인 변화를 피하며 발전해왔다. 한 번 찍고 바로 가족 단톡방에 올릴 수 있는 사진. 그것이 아이폰 카메라의 철학이었다.

애플 카메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인 존 맥코맥 역시 그 원칙을 지켜온 인물이다. 아버지 세대 사용자부터 영화 ’28년 후’의 감독 대니 보일까지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만큼 변화는 신중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만난 매코맥은 올해 말 공개될 iOS 27의 새로운 AI 카메라 기능을 소개했다. 그 중심에는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이 있다. “처음 이 기능을 설치했을 때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완전히 혁신적이거나 둘 중 하나였죠.”

일단 찍고 나중에 구도를 바꾼다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은 촬영한 사진의 구도를 나중에 변경하는 기능이다. 사용자는 사진을 찍은 뒤 화면을 손가락으로 드래그하는 것만으로 프레임을 재구성할 수 있다. 강아지가 카메라를 보지 않았거나, 머리 뒤로 나뭇가지가 튀어나온 사진이라도 AI가 부족한 영역을 자연스럽게 채워 넣는다. 애플은 이를 단순한 생성형 AI 기능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매코맥은 “사진 속 의도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개념을 예로 든다. “아이의 결정적 순간은 아이가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단체 사진을 부탁했더니 이상한 각도에서 내리 찍어 사진을 망쳐 버렸다면 어떻게 할까요?” 애플의 답은 촬영 후 구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AI가 사진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이번 기능은 사실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애플은 이미 2023년 ‘클린 업’ 기능을 통해 사진 속 불필요한 사람이나 물체를 제거하는 AI 편집 기능을 도입했다. 올해는 여기에 ‘익스텐드’ 기능이 추가된다. 인물 사진의 주변 배경을 AI가 확장해 세로 사진을 배경화면에 맞게 넓게 만들 수 있다.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가상의 카메라를 사진 안에서 움직여 원래 없던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애플은 사진을 완전히 새로 생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카메라 및 사진 앱 제품 매니저인 델라 허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말을 지웠다면 AI가 배경에 또 다른 말을 만들어 넣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풀밭과 하늘을 채우는 것입니다.”

사실 아이폰 사진은 이미 AI였다. 많은 사용자는 AI가 올해 처음 카메라에 들어오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2019년 등장한 ‘딥 퓨전’ 역시 AI 기반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 기술이다. 셔터를 한 번 누르면 실제로는 여러 장의 사진이 동시에 촬영되고, AI가 이를 합성해 최종 이미지를 만든다. 엄밀히 말하면 실제 존재했던 단일 순간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사용자의 기억과 경험에 매우 가깝다. 애플은 이번에도 같은 철학을 유지하려 한다.

생성형 AI 기능이 확대되면서 애플은 투명성도 강조한다.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이나 익스텐드 기능을 사용한 사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SynthID’ 워터마크가 삽입된다. 사용자는 해당 이미지에 AI가 개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애플의 이미지 생성 앱인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진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어야 합니다” 매코맥은 생성형 AI 시대에도 사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에게 사진이란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는 수년 동안 자연과 야생을 촬영해온 사진가이기도 하다. 그의 사진집에는 스발바르의 얼음 동굴과 거대한 홍학 떼 같은 실제 풍경이 담겨 있다. 인터뷰 말미에 델라 허프는 최근 직접 촬영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캘리포니아 빅서 해안 위로 두 겹의 무지개가 걸린 장면이었다. “비도 와야 하고, 햇빛도 비쳐야 하고,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실제로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20년 동안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장면을 마침내 촬영하는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올해 공개될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은 아이폰 카메라를 가장 크게 바꾸는 기능이 될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여전히 한 가지 선은 넘지 않으려 한다. 사진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있어도,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을 만드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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