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전문의들이 여름에도 더 오래, 더 깊고,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호텔에서 사람들이 유난히 꿀잠을 자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북극처럼 차갑게 설정된 에어컨 온도와 완벽한 어둠을 불러오는 두꺼운 암막 커튼, 무엇보다 휴가 중이라는 사실 덕분에 일과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잠시 멀어진다. 하지만 집에서 자는 것은, 특히 여름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폭염이 찾아오면 에어컨도 한계가 있다. 중앙 냉방 시스템이 설치된 집이라도 침실만큼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름밤은 뒤척이고, 땀에 젖은 이불 위에서 잠을 설치며 보내기 쉽다. 우리가 날씨를 바꿀 수 없지만, 체온과 침실 온도를 낮출 방법은 있다. 수면 전문의들에게 더운 날씨에도 숙면하는 최고의 방법을 물었다.
잠자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이상적으로는 침실 온도가 일 년 내내 섭씨 약 16~19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수면 및 생체리듬 과학자이자 리비스 헬스 최고과학책임자인 엘런 스토서드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성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약 18~19도입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적정 범위는 약 16~19도 정도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토서드는 우리 몸의 생체리듬 때문에 밤이 되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체온 저하가 뇌에 ‘이제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너무 더우면 이 과정이 방해를 받아 자주 깨거나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2026년 학술지 ‘빌딩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발표된 연구를 비롯한 여러 수면 연구에 따르면, 지나치게 더운 환경에서 자면 잠이 자주 끊기고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렘수면과 깊은 수면 시간이 모두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수면과 깊은 수면은 인지 기능 회복과 신체 회복에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인스피라 헬스 수면의학 전문의 스콧 로젠버그는 저녁이 되면 뇌 한가운데 위치한 송과선이 멜라토닌을 분비한다고 설명한다. 멜라토닌은 체온을 낮추고 몸을 수면 상태로 준비시킨다. 하지만 중심 체온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몸은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더운 날씨에도 잘 자는 방법
항상 침실을 섭씨 16~19도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9월까지 잠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 전문의들이 추천하는 체온을 낮추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여름에 맞는 침구를 사용하라
12월에는 포근했던 이불과 침대 시트가 여름에는 오히려 열을 가두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인터뷰한 세 명의 수면 전문의 모두 리넨, 퍼케일 면, 대나무 유래 섬유처럼 천연 소재를 여름 침구로 가장 추천했다. 슬립 투 리브 웰 재단 설립자이자 의료 책임자인 로저 워싱턴은 이런 소재가 통기성이 가장 뛰어나고 열을 가장 적게 가둔다고 설명했다. 면 시트를 선택한다면 실 굵기보다 ‘직물 밀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직물 밀도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여름에는 오히려 반대다. “직물 밀도가 높을수록 조직이 촘촘해져 단열 효과가 생기고 열이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따라서 여름용 면 침구를 산다면 스레드 카운트는 200~400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2. 잠들기 전에 침실을 미리 식혀라
햇빛이 침실 창문으로 들어오면 실내 온도는 계속 올라간다. 스콧 로젠버그는 잠들기 몇 시간 전부터 블라인드와 커튼을 닫아 침실을 미리 식혀둘 것을 권한다. 선풍기가 있다면 아직 잠들 시간이 아니더라도 미리 켜두는 것이 좋다. 전자기기도 다른 공간에서 충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엘런 스토서드는 이렇게 말한다. “전자기기와 충전기는 생각보다 많은 열을 발생시킵니다. 작은 침실에서 휴대전화를 밤새 충전하면 그만큼 실내 온도가 올라갑니다.” 휴대전화를 알람으로 사용한다면 낮 동안 미리 충전해 밤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건전지 방식의 알람시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3. 물을 많이 마셔라
잠들기 직전에 물을 한 통씩 마시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로저 워싱턴은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탈수 상태가 되면 중심 체온이 올라간다. 몸이 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않아 열이 몸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섭씨 약 29도를 넘는 날에는 하루 약 2.5L, 일반적인 물컵 기준으로 약 10잔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4. 잠들기 직전에 먹지 마라
잠들기 전에 먹는 음식이 생체리듬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콧 로젠버그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덧붙인다. 많은 양의 식사는 체온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늦은 시간의 푸짐한 식사보다 가벼운 저녁을 먹는 것이 좋다.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드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몸이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 자체가 체온을 올리기 때문이다. 엘런 스토서드는 매운 음식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 역시 체온을 높이므로 최소 잠들기 두 시간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반면 로저 워싱턴은 조금 다른 의견이다. 그는 잠들기 몇 시간 전에만 먹는다면 매운 음식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멕시코, 인도, 에티오피아, 동남아시아처럼 더운 나라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매운 음식은 체온을 올리지만 동시에 땀을 흘리게 만들어 몸을 식혀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피하는 것이 좋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경우든 잠들기 직전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5. 찬물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라
더운 여름밤에는 차가운 물로 샤워해야 잠이 잘 올 것 같지만, 인터뷰한 세 명의 전문의 모두 따뜻한 물 샤워가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스콧 로젠버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몸속 열이 빠져나가 중심 체온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찬물 샤워는 혈관을 수축시켜 몸이 오히려 열을 붙잡아 두게 됩니다.” 폭염이 찾아왔을 때는 바꿀 수 없는 날씨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을 식히고 침실을 시원하게 만드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숙면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