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결국 성공할 남자를 위한 시계

2026.05.23.조서형, Josiah Gogarty

팀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한 바로 그 주에 그는 지샥 앰배서더가 됐다. 결국 중요한 건 회복력이다.

아스널 팬이 아니라면, 당신 주변의 아스널 팬 친구나 동료, 혹은 연인이 이미 신나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22년의 기다림 끝에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북런던은 붉게 물들었고, 앤 해서웨이와 스파이크 리, 조란 맘다니 같은 유명 팬들도 황홀경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어떨까? 누구보다 이 순간을 만끽할 자격이 있는 이들은 바로 그들이다. 오늘 새벽 5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밖에는 에베레치 에제와 부카요 사카, 위리엔 팀버, 데클런 라이스 등이 모여 광란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스널 유소년 팀에서 뛰었던 뒤 이번 시즌 다시 팀에 합류한 에제는 인스타그램에 우승 기념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아스널 로고가 붙은 생수병도 등장했는데, 이는 팀이 마침내 우승 경쟁에서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비튼 농담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 에제에게는 또 하나 중요한 일이 있었다. 월요일, 그는 카시오의 지샥 공식 앰배서더로 공개됐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이를 활용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밖에서 찍은 우승 사진 속 그의 손목에는 DW-5600RL-1ER 모델이 채워져 있었다.

이 복잡한 숫자와 알파벳 조합이 의미하는 건,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초기 지샥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당시 지샥의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내구성이었다. 초창기 광고 중 하나에서는 이 시계를 하키 퍽처럼 내동댕이쳐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커다랗고 투박한 디자인은 오히려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센트럴 씨 같은 아티스트는 직접 협업 모델을 만들 정도가 됐다.

에제에게 지샥은 꽤나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인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억 원짜리 오데마 피게나 리차드 밀에 거액을 쏟아붓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지난해 아스널 입단 당시에도 그는 약 4만 원짜리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번 지샥 역시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약 20만 원 수준이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고급 기계식 시계 가격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상의 충격과 스크래치를 견디도록 설계된 지샥 특유의 거친 디자인은, 에제라는 인물과도 꽤 잘 어울린다. 그는 13살 때 아스널에서 방출됐고, 이후 풀럼과 레딩, 밀월에서도 계약 해지를 경험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 팀으로 돌아왔고, 마침 팀 역사상 가장 극적인 부활의 순간과 함께하게 됐다. 압박 속에서 쉽게 무너지거나 겁먹는 사람이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아스널 레드 컬러의 ‘에베레치 에제 지샥’이 곧 나오는 걸까? 지금 분위기라면 꽤 잘 어울릴 것 같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a href="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68041" target="_blank">'여름이 너무해'</a>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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