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피셔의 ‘할리우드의 마지막 왕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1970년대 영화 산업을 어떻게 되살렸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품게 만든다.

무엇을 볼지 고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쏟아지는 스트리밍 콘텐츠 속에서 진짜 볼 만한 작품을 찾고 싶다면 이 기사를 추천한다.
나는 앞으로 영화가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A24의 독립 호러 영화 ‘백룸스’ 같은 오리지널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마블 영화급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번 주 초 미국 GQ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훌륭하게 다뤘다. 실제 장소에서 촬영된 대규모 블록버스터인 이 작품은 올여름 최고의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 속에서 놀란은 영화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신뢰할 만한 목소리답게 이렇게 말했다. “할리우드를 사랑하고, 할리우드의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것입니다.”
듣기 좋은 말 아닌가. 새로운 것은 좋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는 끝없이 형태만 조금씩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들이마시며 살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스파이더맨 세 명이 동시에 나오는 버전은 어떠세요?’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큰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 1970년대 영화를 다룬 한 권의 책이다.
몇 주 전, 인터미션 인터뷰이이자 드라마 ‘라이벌스’의 배우 알렉스 하셀은 폴 피셔의 신작 ‘할리우드의 마지막 왕들’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1970년대 미국 영화 산업을 어떻게 완전히 되살려냈는지를 다룬 책이다. 그의 추천은 적중했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혁명적인 영화 제작으로 가득했던 10년의 역사를 소화하기 쉬운 이야기로 압축하면서도, 영화 잡지 독자라면 다리가 풀릴 정도로 흥미로운 디테일 수백 개를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세 사람이 남긴 작품들을 다시 사랑하게 됐다.
‘대부’, ‘스타워즈’, ‘죠스’ 같은 작품들은 너무나 위대하고 유명한 나머지 이제는 우리 문화적 의식의 가구 같은 존재가 됐다. 너무 익숙해서 그 예술성을 잠시 멈춰 감탄할 기회조차 별로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할리우드의 마지막 왕들’은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도 나를 낙관적으로 만들었다. 예술적·상업적 침체기를 지나 다시 부활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1960년대 중반의 할리우드는 지금과 놀랄 만큼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사들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뮤지컬이나 역사 대작 같은 낡은 형식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TV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화관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지난 10년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관에 가했던 위협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코폴라, 루카스, 스필버그가 등장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 세 사람은 이후 15년 동안 영화 역사상 가장 인기 있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재능, 행운, 기업 조직 곳곳에서 벌어진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 그리고 아마도 어떤 초월적 존재의 개입까지 뒤섞인 흥미로운 조합에 있다.
책 속에서 이들의 영화 제작 과정은 가능한 한 가장 무질서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세 사람 모두 이전 60년간의 영화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예술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돈을 대는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작품의 흠을 찾아 깎아내리려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감독 모두 뛰어난 천재로 묘사되면서도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결함 많은 인간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은 재능보다도 끈기와 자기 확신, 그리고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요함에 있었다.
‘대부’는 코폴라가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독립 영화사가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맡은 프로젝트였다. 조지 루카스는 데뷔작이 완전히 실패하면서 커리어가 거의 끝날 뻔했다. 스필버그는 ‘죠스’를 만드는 동안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서 매 순간 해고 직전까지 몰렸다. 계속 고장 나는 기계 상어도 그의 골칫거리였다. 이 세 사람이 서로의 삶 속을 드나들며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를 끌어올리고, 분명 경쟁도 하면서 영화 산업의 판을 바꿔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나는 믿고 싶다. 아니, 적어도 믿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괴짜 천재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다고.
물론 놀란은 다르다. 그는 이미 확고한 흥행 기록을 바탕으로 전설이 된 감독이다. 하지만 한편에는 ‘백룸스’를 구상하고 연출한 20세 유튜버 케인 파슨스도 있다. 그의 영화는 초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인 작품인데, 제작비가 16배나 더 많이 든 디즈니의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보다 더 좋은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했다.
관객은 분명 새로운 것을 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딘가에는 영화학교를 막 졸업하고 또 한 번 게임의 규칙을 바꿀 기회를 기다리는 ‘제2의 코폴라’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로 할리우드의 마지막 왕들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