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부유함 판단 기준, 자산 말고 이렇게 변했다

2026.06.10.조서형

부모님 세대가 무엇을 소유했는가를 기준으로 부유함을 판단했다면, 현재는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명품 시계와 슈퍼카, 고급 가구로 통하는 전통적 부의 상징에 더해 훨씬 더 미묘해진 부자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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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비싼 물건을 사서 자신의 지위를 뽐내는 행동이다. 최근 영국 조사에 따르면 시계, 자동차, 예술품 같은 고급품은 여전히 강력한 지위의 신호다. 문제는 누구나 이를 할부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부의 신호는 어디로 이동했을까?

시간 통제권

가장 강력한 요즘 부의 상징은 시간이다. 출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사람,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도 생활비에 문제가 없는 사람, 월요일 오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 이는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럭셔리 산업을 분석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시간’, ‘자유’, ‘스크린으로부터의 해방’은 현대 럭셔리의 핵심 가치다. 최신 휴대폰을 가진 사람보다 언제든지 휴대폰을 꺼둘 수 있는 사람이 부자다.

휴양지보다 독특한 경험

부자들은 점점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쓴다. 이런 조사 결과는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최근의 럭셔리 소비자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고 싶다고 답했다. 단순히 하와이의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보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한다거나, 남극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거나, UTMB에 참가하는 식의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 곧 강력한 지위 신호가 된다. 돈뿐 아니라 시간을 투자할 여유를 증명하며, 이에 더해 건강한 신체까지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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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강인한 몸

예전 부자들이 명품 시계를 찼다면, 요즘 부자는 심박수 데이터가 표시되는 스마트 워치를 찬다. 운동 능력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화평론가들은 이를 ‘신체 자본’이라 부른다. 10% 이하의 낮은 체지방, 철인3종 경기, 하이록스 완주, 마라톤 서브3 등의 기록을 가졌다면 이것이야말로 신종 부자에 해당한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양질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며, 충분히 자고 꾸준히 관리할 시간이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조용한 취향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콰이어트 럭셔리가 여전히 강세다. 굳이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고 우아하게 부를 뽐내는 방법이다. 패션 매거진 ‘글래머’의 기사에서도 콰이어트 럭셔리 아이템은 튀는 디자인과 로고 없이도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는 식으로 계속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라이빗한 정보 먼저 아는 사람

이제는 모두가 알겠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무형의 정보도 엄연한 자산이다. 예약하기 힘든 레스토랑, 공개 전인 협업 제품,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여행지, 소수의 인원만 프라이빗하게 참가하는 전시 소식 등. SNS 시대에는 돈을 얼마나 가졌는가 보다 희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권력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스케줄 

부자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바쁘게만 살 것 같지만, 요즘 부자는 다르다. 오히려 바쁘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부유하게 느껴지는 쪽은 오히려 “이번 달은 좀 여유를 가지고 쉬어 가려고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희귀한 자원은 여유이기 때문이다.

2026년의 부자는 더 이상 어떤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손목에 찬 비싼 시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계를 보며 안달하지 않아도 되는 삶의 자세다. 여유와 건강이 새로운 부의 기준이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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