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프로페시나 웨이브 라이더를 신고 있다고 해서 미즈노를 다 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신은 아직 표면만 훑고 있을 뿐이다. 미즈노에 신을 만한 신발이 있는 줄 몰랐다고? 그렇다면 더욱 이 기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의 연례 보고서 ‘빅 팩츠’에 따르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니커 브랜드는 미즈노다. 미즈노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무려 124% 증가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진지한 러너들이나 기능성 러닝화를 지나치게 잘 아는 사람들의 브랜드 정도로 여겨졌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웨이브 프로페시 LS, 웨이브 라이더 10, 그리고 MXR 같은 모델 덕분이다. 크고 반짝이며 미래적인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함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서구권 소비자들이 거의 본 적 없는 또 다른 미즈노 세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스톡엑스는 국제적으로 운영되지만, 스니커덩크나 킥스크루 같은 아시아 리셀 플랫폼을 몇 분만 둘러봐도 유럽에는 출시조차 되지 않은 미즈노 모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생소한 트레일 슈즈부터 실험적인 라이프스타일 모델, 그리고 영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비교적 무난한 컬러웨이와는 전혀 다른 조합까지 다양하다. 온라인 한정 모델도 있고, 서구권 스니커 팬들이 존재조차 알기 전에 사라지는 협업 제품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즈노는 일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1906년 오사카에서 미즈노 리하치와 미즈노 리조 형제가 설립한 이 브랜드는 지금도 자국 시장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전제로 제품을 개발하는 반면, 미즈노는 여전히 일본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에 두고 상당수의 제품을 만든다.
물론 지역 한정 모델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나이키는 수십 년 동안 미국 한정 제품을 출시해왔고, 아디다스 역시 특정 시장을 위한 실험적인 모델을 선보여 왔다. 뉴발란스도 일본을 테스트베드처럼 활용하며 5년에 한 번 출시되는 1300JP 같은 특별한 제품을 선보인다. 브랜드가 자신들이 가장 잘 이해하는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미즈노는 모든 제품을 글로벌 이벤트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아시아에서 미즈노의 위치는 서구권과 완전히 다르다. 단순한 스니커 브랜드가 아니다. 러닝, 축구, 야구, 골프까지 스포츠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즈노는 말 그대로 어디에나 존재한다.
또한 아시아 소비자들은 미즈노 특유의 기술 중심적이고 퍼포먼스 지향적인 디자인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럽 시장에서 지나치게 틈새 취향으로 여겨질 수 있는 제품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은 여전히 보다 클래식하고 삼바 스타일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의 영향도 있다. 웨이브 프로페시 LS가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영국에서 미즈노는 여전히 비교적 전문적인 브랜드로 인식된다. 리테일러들 역시 미즈노를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아직 고민하는 단계다. 살로몬과 경쟁하는 브랜드인가? 뉴발란스인가? 아식스인가? 아마 셋 다 맞는 답일 것이다.
그래서 매장들은 모험적인 제품보다는 이미 검증된 모델 위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미즈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휠라를 생각해보자. 영국에서 휠라는 1990년대의 유산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로고를 기억하지만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처럼 움직인다. 스포츠 다이렉트에서 산 트레이닝복 정도가 마지막 기억인 사람이라면 놀랄 만큼 세련된 스니커를 쏟아낸다. 엄브로 역시 비슷하다. 영국에서는 축구 유니폼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수년 동안 서구 시장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신발과 의류 컬렉션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이 현상은 스포츠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홍콩이나 도쿄, 서울의 대형 쇼핑몰을 걸어보면 패션의 규칙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구 소비자들이 패션 브랜드로 생각하지 않는 브랜드들이 오히려 패션 브랜드처럼 소비된다. 농담이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컬렉션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다. BBC 어스 협업 제품은 품절된다.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진짜 멋진 옷으로 받아들여진다.
미즈노가 아시아에서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인 패션 서열에 속하지 않는 브랜드를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즈노는 정말 이상하고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도 그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즈노가 실제로 새로운 모델을 자주 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쟁 브랜드들이 걸핏하면 신제품을 내놓는 동안 미즈노는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진짜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달에도 미즈노는 월드컵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렐리아 LS를 공개했다. 며칠 뒤에는 일본 디자이너 고바야시 세쓰마사와의 협업도 예고했다.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것은 미즈노가 원래 헤드라인을 장악하거나 틱톡에서 바이럴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미즈노 팬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즈노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 크리스 알더스는 올해 초 GQ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목표라면, 그 게임은 애초에 우리가 이기려고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 철학은 왜 미즈노 최고의 신발들이 영국에 출시되지 않는지를 설명해준다. 동시에 왜 사람들이 지금 미즈노에 열광하는지도 설명한다.
모두가 다음 트렌드와 다음 대박 협업을 쫓는 스니커 시장에서 미즈노는 그저 자기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설령 최고의 스니커 일부를 지구 반대편에 남겨둔 채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