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달러짜리 시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이유는?

2026.06.27.조서형, Cam Wolf

경매에서 100만 달러, 원화 약 13억8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시계 판매가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당신이 예상하는 브랜드들이 있지 않다.

Courtesy of Phillips, Sotheby’s; Getty Images

경매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시계가 판매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경매회사 필립스의 부회장이자 미주 지역 총괄인 폴 부트로스는 이를 “월드컵 경기에서 오랜 공방 끝에 결승골을 넣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빈티지 시계 딜러이자 윈드 빈티지 창립자인 에릭 윈드는 10년 전 자신이 크리스티에서 일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 경매에서 100만 달러를 넘는 시계를 판매하는 것은 경매사의 꿈 같은 일이었다.

“정말 엄청난 일이었죠. 늘 그런 물건을 찾아다녔습니다.” 역사는 2017년 만들어졌다. 크리스티가 리처드 밀 RM056 사파이어 프로토타입을 판매하며 첫 100만 달러 시계를 기록한 것이다. 2016년 경매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된 시계는 단 13개뿐이었다. 연간 기준 전체 수치였다.

하지만 2021년에는 그 숫자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26년은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판매 데이터베이스 에브리워치에 따르면 이미 70개의 시계가 1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됐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기록의 거의 두 배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난 주말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만 필립스는 100만 달러가 넘는 시계 16점을 판매했다.

한때 판매자, 구매자, 경매사, 브랜드, 그리고 시계 자체 모두에게 역사적인 이정표였던 일이 이제는 평범한 6월의 일요일에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아직 2026년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부트로스에게 “요즘은 천만 달러가 새로운 100만 달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생각했다.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지금의 100만 달러는 5년 전의 25만 달러(약 3억4천만 원) 같은 수준이라고요.”

왜 이렇게 100만 달러 시계가 급증했을까?

숫자를 보면 가장 극적인 상승은 팬데믹 시기에 발생했다. 시계를 우량주처럼 바라본 투기적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한 것이다. 100만 달러 이상 시계는 2020년 23개에서 2021년 58개로 급증했다. 이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초고액 자산가 시계 컬렉터도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시계 수집은 완전히 대중화됐습니다.” 부트로스는 예술품과 시계 같은 수집품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에릭 윈드는 이 낙관론이 시장 전체로 퍼지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입찰자 수는 5년 전보다 줄었습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무한한 자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계를 멋진 수집품이자 상승 모멘텀이 있는 자산으로 봅니다.”

그는 시계가 취미의 대상이 아니라 순수 투자 자산으로 변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상승세를 이끄는 브랜드들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태그호이어, 오메가, 까르띠에가 아니라, 이름조차 낯선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F.P. 주른, 렉셉 렉셰피, 카리 부틸라이넨, 필립 뒤포 같은 이름들이 수백만 달러 거래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일부 컬렉터들이 그들을 대량생산 제조업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보기 때문이다.부트로스는 말한다. “최근에는 원래 미술품을 수집하던 컬렉터들이 시계 시장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그 흐름이 드러난다. 2015년 이후 경매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시계 수 순위는 다음과 같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현재 파텍 필립은 100만 달러 이상 낙찰 시계 19개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F.P. 주른은 이미 16개를 기록하며 바짝 추격 중이다. 롤렉스는 올해 현재까지 단 7개만이 100만 달러를 넘겼다.

독립 시계 브랜드 가치가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살아 있는 시계 장인’에 대한 관심이다. 부트로스는 이를 피카소에 비유한다. 만약 피카소가 아직 살아 있다면 경매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컬렉터들은 살아 있는 거장과 가까워지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컬렉터들은 시계 제작자와 직접 교류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가 살아 있는 시대의 작품과,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난 이후의 작품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죠. 미술 시장에서는 매우 익숙한 개념입니다.”

100만 달러 시계가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예전보다 흔해졌다고 해도, 100만 달러를 돌파한 시계는 여전히 브랜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하죠.” 부트로스는 유명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엄청난 주문 요청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한다. 투자 목적의 컬렉터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 “그들은 이런 결과를 보고 ‘저 시계 제작자의 작품을 사면 바로 돈을 버는 거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에릭 윈드는 이런 추종 투자에 신중할 것을 권한다. 실제 매각 과정의 마찰 비용과 수수료를 고려하면 계산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경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체 시계 산업의 축소판이다. 몇 억 원짜리 시계 낙찰 소식은 화려하지만, 실제 판매량 대부분이 발생하는 중저가 시장은 훨씬 불안정하다. 모건스탠리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예전보다 적은 수량을 수출하지만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 추세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강화됐다.

또한 2025년 업계 성장분의 89%가 5만 스위스프랑, 원화 약 8천4백만 원 이상 시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브랜드들이 점점 더 초고액 자산가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100만 달러 시계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시장은 언제나 돈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의 시계

1990년대 블랑팡 2185F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언제 봐도 멋진 조합이 있다. 바로 블랙과 레드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이 색 조합을 사용한 1990년대 블랑팡 2185F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였다. 아마 최근 알고리즘이 블랙과 레드 컬러 시계를 끊임없이 추천해준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제이지의 파텍 필립 스카이 문 투르비용, 루프 디스가 판매한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제니스 포트 로열, 그리고 에릭 윈드가 다뤘던 롤렉스 데이토나까지. 어떤 모델을 봐도 실패작은 없다.

블랑팡은 보통 피프티 패덤즈 같은 다이버 워치로 유명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파일럿 워치도 만들었다. 현재 소유자인 컬렉티브 호롤로지의 지미 잉글리시는 이 모델을 두고 “역대 최고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물론 편향된 의견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전통적인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모델을 단순히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신선하죠.”

어쩌면 다이버 워치 브랜드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파일럿 워치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계를 구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로스앤젤레스의 시계 수리센터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한 고객이 이 시계를 차고 왔는데 바로 눈에 띄더군요. 블랑팡은 알고 있었지만 레망 컬렉션은 잘 몰랐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형태였습니다.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티타늄 소재의 얇은 38mm 케이스와 짧은 러그를 갖고 있었죠. 다이얼 역시 회색과 검정 래커, 그리고 레이싱 레드 포인트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사를 하면서 레망 컬렉션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고급 시계 제작 기술과 뛰어난 실용성, 훌륭한 기술 사양을 모두 갖춘 모델이었죠. 특히 이 모델은 너무 마음에 들어 꼭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몇 주 동안 매물을 기다린 끝에 결국 손에 넣었습니다.

왜 역대 최고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라고 생각하나요?
대부분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는 크기가 큰 편인데 이 모델은 38mm 직경, 11mm 두께, 짧은 러그 길이로 비율이 완벽합니다. 또한 프레데릭 피게 1185를 기반으로 한 F185 칼리버를 사용합니다. 컬럼 휠, 버티컬 클러치, 플라이백 기능을 갖췄고 정확도도 뛰어납니다. 고급 시계이면서도 진정한 툴 워치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죠.

다이버 워치 브랜드인 블랑팡의 파일럿 워치가 왜 매력적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시계를 보면 저와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잠깐, 블랑팡이 이런 것도 만들었어?” 저 역시 피프티 패덤즈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레망 라인, 특히 2185F는 그 모든 매력을 더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패키지에 담고 있습니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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