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 제스트, 앨리스, 파인앤코, 소코, 키즈, 트라이싸이클 등 서울 바텐더들이 모인 까닭.

해마다 ‘월드 50 베스트 바’의 순위는 트렌드를 좇는 전 세계 여행자가 다음 날 마실 술을 결정한다. ‘월드 50 베스트 바 2025’ 7위에 오른 모에비우스 밀라노 Moebius Milano에서 지난 5월, 서울의 바텐더 여섯 명을 초대해 ‘Seoul Takeover’ 를 열었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우리는 서울의 모든 것에 푹 빠져 있어요. 3년 전 처음 서울에 가본 이후, 저는 휴가 때마다 서울에 가요. 패션, 뷰티, 디자인, 모든 것에서 서울은 10년 앞서가 있는 느낌이에요. 젠틀 몬스터, 아더에러, 쿠어, 송지오 등 서울의 모든 것이 스타일리시해요. 송지오 디자이너에게 가서 전해요. 발 사이즈 300짜리 스니커즈 좀 내 달라고.(웃음)” 2미터 장신인 모에비우스의 오너 로렌조 쿠에르치는 내 정수리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 밀라노 중심에 있는 모에비우스는 들어가자마자 압도당할 만큼 층고가 높고 긴 바와 캐주얼 타파스 비스트로, DJ부스와 라이브 공연 섹션, 플로팅 구조로 된 2층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모에비우스 스페리멘탈 등 각각의 공간이 마치 레고처럼 맞물려 포옹한다.
그동안 각국의 바텐더들을 초청해 게스트 바텐딩을 열어온 모에비우스지만, 이번 이벤트가 더 흥미로웠던 건 제스트, 앨리스, 소코, 파인앤코처럼 이미 유명한 바는 물론 새롭게 주목할 청담동 골목의 다크호스 키즈, 연남동 신상 바 트라이싸이클까지 서울 바 신의 오늘과 내일을 모두 품었다는 것이다. 정성에 화답하듯 한국 바텐더들은 보란듯이 필살기를 꺼내어 각각 두 가지 칵테일을 준비했다.
이틀간 열린 서울 테이크 오버에 밀라노에서 술 좀 마신다는 멋쟁이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컴피티션 파이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유명한 바텐더들도 뭐든 한 잔씩 들고 몸을 흔들고 있었다. 바텐더와 게스트를 경계 짓는 길다란 바가, 이들을 가르는 대신 접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에비우스의 진가는 이벤트 전후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더 드러났다. 이탈리아의 대표 칵테일 스파글리아토가 시작된 ‘Bar Basso’, 캄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전설의 바 ‘Camparino’부터 동네 오래된 와인바, 피자집, 로컬 다이브바까지 이 팀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었으니까. 오너 로렌조의 덩치만큼 모에비우스는 실제로 거대한 공간이었지만, 문턱과 자세를 겸손하게 낮추고, 지역 안팎의 누구든 환영하며 누구보다 뜨겁게 지역과 연대하고 있었다. 그 화끈한 환대의 온도는 내가 서울의 바-앨리스, 제스트, 소코, 파인앤코, 키즈, 트라이싸이클-에서 늘 보는 풍경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모에비우스가 ‘밀라노 호스피탈리티 위크’의 일환으로 서울 바 신을 이 도시로 데려온 건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서로 다른 환대의 장면이 조화롭게 겹칠 때, 뜨거운 심장이 없는 AI가 (아직은 절대로) 흉내 내지 못할 의미 있는 연결의 순간이 빚어진다. 밀라노 최전선의 크리에이터가 꼽는 지금 가장 쿨한 서울, 그리고 서울의 바텐더들이 동경하는 태생부터 쿨한 밀라노가 작심하고 손깍지를 낀다면 당장이라도 환대의 내일을 만들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