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운동은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과 같다. 살을 뺄 건지, 몸을 만들 건지, 스트레스를 털어낼 건지, 확실한 방향을 정했다면 딱 이 운동만 하면 된다.
몸 만들기: 웨이트트레이닝
체형 변화(근육맨)가 목적이라면 쇠질 만한 게 없다. 다른 운동은 건강을 주지만, 웨이트는 몸을 만든다. 무거운 원반을 들었다 놨다, 밀었다 당겼다. 그게 전부다. 이 터무니없을 만큼 단순한 동작이 대포알 어깨를 만들고, 등을 화나게 하며, 옷 핏을 바꾼다. 인바디를 쟀을 때 100그램이라도 더 붙은 근육량에 기뻐지는 그 현상이, 이 운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다. ACSM(미국스포츠의학회)이 3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항 운동은 근기능·근비대·신체 수행 능력 전반에서 단일 운동 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이라면 파워리프팅보다 머신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자세가 만들어지기 전에 무거운 걸 들면 몸이 아니라 병원을 만든다.
* 장점: 변화가 인바디 숫자로 명확히 보인다.
* 단점: 운동보다 식단이 더 어렵다.

자세 교정: 필라테스
현대인의 3대 난치병, 거북목, 라운드숄더, 허리 통증. 의자와 책상이 얼마나 무서운 발명품인지 일깨워주는 증거들이다. 필라테스는 겉으로 보이는 패션 근육이 아니라 복횡근, 다열근 같은 심부 근육을 깨워서 척추가 제자리를 찾게 만든다. 필라테스를 ‘여성 운동’으로 보는 시선이 아직 있는데, 이건 틀렸다. 조셉 필라테스라는 인물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억류된 동료들의 재활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운동을 거의 못 하는 몸에서도 시작할 수 있고, 관절에 충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체육과학회지에 실린 국내 연구 메타분석에서 필라테스는 허리 통증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처음엔 그룹 수업으로 시작하고, 1~2개월 후 1:1 리포머로 넘어가면 자세 교정 효율이 달라진다.
* 장점: 부상 위험이 낮고, 몸의 변화가 비교적 빠르게 느껴진다.
* 단점: 밀착 수업 중심이라 비용 부담이 크다.

다이어트: 크로스핏
크로스핏의 최대 장점은 시간 대비 운동 효과에 있다. 역도·체조·달리기를 섞은 WOD(오늘의 운동)는 보통 20분 내외로 끝난다. 그리고 운동이 끝나면 반강제로 바닥에 눕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우승자가 크로스핏터라는 점 때문에 ‘인자강의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크로스핏은 강한 자가 하는 게 아니라, 할수록 강해지는 운동이다. 유산소와 근력을 동시에 잡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다이어트에 최적이다. 유산소만 하면 살과 함께 근육도 빠지는 요요의 구조를, 크로스핏이 막는다. 한국융합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8주간의 크로스핏 프로그램은 성인 남녀 모두에서 체지방률·심폐지구력·근지구력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완전 초보라면 기초 클래스를 2~4주 먼저 밟아야 한다. 자세 없이 고강도를 버티면 다치는 건 시간문제다.
* 장점: 짧은 시간에 강력한 성취감과 칼로리 소모. 근육 유지하며 다이어트 가능하다.
* 단점: 입문자 부상률이 가장 높은 운동 중 하나다.

스트레스 해소: MMA(미트 치기)
때리기 전엔 몰랐다. 내게도 한 방이 있다는 걸. MMA는 업무 스트레스, 밀려 있는 숙제, 내 안에 숨어있는 흑염룡을 가장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운동이다. 보통 UFC 같은 격투가 지망생의 운동으로 알고 있지만, 일반인도 충분히 취미로 할 수 있다. 격투기를 전문으로 배울 게 아니라면 복싱이나 주짓수처럼 단일 종목만 가르치는 곳보다, 미트 치기가 포함된 MMA 체육관을 찾는 게 좋다. 그라운드 기술과 타격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미트를 치는 게 이 운동의 핵심이다. 몸이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때리는 행위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엔도르핀을 올린다. PubMed에 실린 복싱 인터벌 트레이닝 스코핑 리뷰에서 비접촉 복싱은 불안·우울 증상 감소, 기분·자존감·집중력 향상과 유의미한 연관을 보였다. 스파링은 최소 6개월 이후. 첫날부터 스파링을 시키는 도장은 피하는 게 맞다.
* 장점: 스트레스 배출 효과가 뛰어나고, 실생활 호신 기술을 익힐 수 있다.
* 단점: 폼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적절한 체육관을 찾기 다소 번거롭다.

재미 + 사회성: 풋살 & 배드민턴
운동 효과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면 생활체육의 양대산맥, 풋살과 배드민턴을 추천한다. 이 두 종목은 운동하는 내내 ‘살 빼야지’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하게 된다는 데 핵심이 있다. 그저 눈앞의 상대를 이기고 싶고, 다음 서브를 받아내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그 몰입이 심폐지구력을 올리고 민첩성을 키운다. 운동이 목적이 아닌데 운동이 되는 역설, 이게 이 두 종목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다. 풋살과 배드민턴 동호회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주말 일정이 채워진다. 경기 끝나고 맥주 한 잔이 루틴이 되고, 그 루틴이 다음 주에도 나가게 만든다. 의지력으로 운동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동력이다.
* 장점: 의지력이 거의 필요 없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져 운동이 저절로 된다.
* 단점: 동호회 운이 중요하다. 분위기나 실력 차이가 크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