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 브랜드와 일본 최고의 하이브리드 디자인 장인이 다시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일찌감치 2027년 여름을 대표할 첫 번째 샌들이 탄생했다.

릭 오웬스와 아디다스만 파리 패션위크에서 재회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 날까지 현장을 지킨 이들은 10여 년 만에 다시 성사된 사카이와 버켄스탁의 협업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일본 브랜드 사카이의 202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공개된 이번 협업은 버켄스탁의 대표 모델 세 가지를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두 가지 샌들로 재탄생시켰다. 첫 번째 모델은 브랜드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을 딴 ‘아오야마 107’이다. 1963년 처음 출시된 버켄스탁 최초의 샌들인 ‘마드리드’의 원 스트랩 구조와 1973년 등장한 대표 모델 ‘애리조나’의 투 스트랩 디자인을 결합했다.
두 번째는 ‘카세트 75’다. 애리조나와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은 ‘보스턴’ 클로그를 하나로 합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샌들뿐 아니라 같은 가죽 소재를 사용한 유틸리티 백도 함께 선보인다. 두 가지 크기로 출시되며, 바닥에는 버켄스탁 특유의 뼈 모양 아웃솔 패턴을 적용했다.
사카이의 창립자 아베 치토세는 GQ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있다는 공통된 철학을 바탕으로 두 브랜드가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과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어디까지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탐구했다”며 “그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강한 확신과 영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아베 치토세는 꼼데가르송 출신으로 1999년 사카이를 설립했다. 스웨트셔츠와 MA-1 봄버 재킷 같은 스트리트웨어에 고딕 감성의 하이패션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5년 동안 나이키, 디올, NASA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패션계 대표 협업 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버켄스탁과의 인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는 검투사 샌들에서 영감을 받은 ‘샌들 부츠’ 두 가지를 선보였고, 2015년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했다. 또한 당시 버켄스탁의 일본 전용 서브 브랜드였던 타타미를 위해 플랫폼 애리조나도 디자인한 바 있다. 그 이후 10년 동안 두 브랜드 모두 크게 달라졌다. 사카이는 협업 열풍을 주도하며 손잡이가 달린 스마이슨 노트, 알리야 그래픽 티셔츠, 칼하트 WIP와의 꾸준한 협업 등 예상 밖의 히트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버켄스탁 역시 피시 공연을 즐기는 히피나 교외의 아빠들이 신는 신발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아식스, 어그, 살로몬과 함께 Z세대가 가장 즐겨 신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버켄스탁과 사카이의 재협업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이번 컬렉션은 내년 봄에야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브랜드가 다시 만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몇 달 정도 더 기다리는 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