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배우 김래원과의 인터뷰

2009.04.15GQ

배우로 산 10년이 과연 평범할 수 있을까? 김래원은 그랬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걱정도 없다.

젊은 남자

머리를 뒤로 넘기고 찍은 사진은 못 본 것 같길래 이렇게 했다. 괜찮은 것 같다. 마음에 든다. 원래 사진 찍는 걸 좀 어색해한다. 워낙 많이 찍으니까 특별한 감흥이 없기도 하고. 인터뷰가 중요한 것 아닌가? 사진은 인터뷰에 딸려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이 눈에 들어와야 인터뷰를 읽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신과 나이가 같다는 걸 알았다. 예상치 못했다. 당신은 항상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삼십대일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고. 아마 활동기간이 길어서가 아닐까?

다들 당신이 삼십대일 거라고 했다. 그렇게 본다는 건 아는데, 내가 느끼는 건 아니다.

손해 아닌가? 전혀 신경을 안 쓴다. 다른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마흔이나 십대로 보는 것도 아니잖나. 내 역할의 나이에 맞게 소화를 잘 했고 열정적으로 했다고 칭찬하는 말로 듣는다.

이미지가 굳어 보인다는 걱정은 없나? 그냥 내가 이십대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밝고 재미있는 성격이 아니라서다. 내성적인 면도 있고, 되도록 정확한 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극중에서는 장난치는 신들도 많은데, 그 모습들도 실제 김래원이 갖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보기에 불편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배역이 많이 들어왔나? 아니면 그런 역할에 먼저 눈이 갔나?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김래원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역할을 찾아서, 막 억지로 소화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래 갖고 있으니까. 연기를 할 때 그 역할을 흉내내려고 하진 않는다.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더 성숙한 편이지만 십대 때부터 사회 경험을 했기 때문일 거다. 연기 활동도 사회생활 아닌가?

배우는 이렇게도 나뉜다. 연기를 일로 생각하는 쪽,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쪽. 당신은 전자처럼 보인다. 내가? 그렇지 않다. 전자와 후자를 합쳐 놓은 쪽인 것 같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오히려 후자 쪽에 가깝다.

당신의 이름에선 왠지‘성실함’이 앞서서 그랬을까? 내가 성실하다면 배우로서 후자 쪽을 택했기 때문일 거다. 지금 내 나이에서 최고를 뽑아내려면 성실함과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 중에서도 열정인 것 같다. 얼마만큼 그 작품에 목말라 하느냐는 것.

그렇게 목말라 하나? 본능인 것 같다.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마 다른 일을 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십 년 넘게 했다. 만족하나? 물론 아쉬움은 있다. 그때 조금 더 할 걸, 아니면 너무 과했구나 같은. 내 자신을 좀 더 놓고 표현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배우는 어때야 된다고 생각하나? 기자는 어때야 되나?

사람이나 대상, 사건에 대한 호기심이 중요하다. 그런데 막상 누굴 처음 만나면 어색하다. 나는 일치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 가져야 되는 기본적인 것들에.

기본적인 것들? 그건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책을 통해서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뭔가? 누구나 아는 거겠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역할에 대한 애정, 성실함과 열정이 다. 배우는 공인이니까 인격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하면 안 되는 거고.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는 하지 않을까? 그런 경우는 어떡해야 하나? 물론 사람이니까 유혹도 있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게 나인 것 같다.

감정을 쏟아내는 직업이기도 한데 관리가 되나? 관리가 잘 된다. 이런 말을할때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거다. 이후에 무슨 실수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말을 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갖고 인격적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어야지 다짐한다.

지금 이 인터뷰가 좀 답답한가? 답답하다기보다, 나도 그렇지만 당신도 자신만의 세계가 강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

듣고 싶은 건, 그냥 김래원이 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니까 오늘이 어려운 거다.

인터뷰에 있어서도 배우들은 다양하다. 말을 즐겨 하는 사람도 있고 한마디 한마디 아끼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후자다. 인터뷰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이 배우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가는 거지 배우가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예를 들어 이번 작품은 어땠는지, 엄정화 씨와의 호흡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있고, 평소 김래원은 뭘 즐기며, 연기를 할 때 연습을 어떻게 하고. 보통은 그런 질문인데 당신의 질문은 좀 색달라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지만, 평소에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종류의 질문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바로바로 대답을 못하는 것 같다. 바로 생각해서 말할 정도로 언변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팬들은 일단 그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고 무슨 얘길 해도 귀담아 듣지만 평소 관심이 없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런 인터뷰를 지루해한다. 정보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그냥 순간을 담고 싶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한 시간을 인터뷰 하면 그 한 시간을 담는 거다. 지금도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인터뷰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지난 인터뷰들을 보다가 혹시, ‘이번 작품 재밌게 봐주세요. 열심히 하는, 성실한 배우가 되겠습니다’로 끝나는 인터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 볼까? 좋다.

연애에는 관심 없나? 왜 관심이 없겠나? 젊고 건강한 남잔데. 하지만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따로 있다.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하는 게 더 중요하고 같이 하는 식구들도 중요하고.

일은 찾아가고, 연애는 기다린다? 맞다. 절대적으로 내가 나서서 찾거나 그런 편은 아니다.

연말에 군대에 가지 않나? 되게 재미없고 차갑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정말 이성적인 사람 같다. 당연히 갔다 와야 되는 거니까. 내가 걱정을 안 하니까 주변에서도 걱정을 안 한다. 배우는 남들에게 보이는 삶을 살지만, 나는 느끼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느끼는 삶? 어떻게 보일까봐 걱정하는 것보다 내가 떳떳하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봤을 때 문제될 만한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바르고 건강하게 가려고. 군대 얘긴 접고 다른 얘기 하자.

음… 그럼 세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나도 방금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 나이 또래는 나와 다른 게 뭘까? 다른 사람들 보면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펼쳐질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시기. 나는 운 좋게도,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즐기고 있을 때 직업을 가져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듯하다. 보통 직업을 가져도 옳은 길일까 흔들리곤 하는데 나는 십 년을 넘게 해 왔고 앞으로도 같은 직업을 갖고 있을 테니까 거기에 대한 고민도 없는 편이다.

배우가 그렇게 좋나?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연기하는 게 좋고,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설레고. 다음 작품이 나올 때 기대되고. 한 번도 지겹다고 생각한 적 없다. 천직이다.

축하한다. 그런데 당신은 혼자인 것 같다. 또래 남자 배우들과도 떨어진 느낌이 든다. 또래나 동갑내기들 많다. 군대에 가 있는 친구도 많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잘 생각을 안 해봤다. 본의 아니게‘원톱’으로 가는 작품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연기에 대해 누군가와 비교하는 편인가? 나는 나인 것 같다. 많이 부족하고 뚜렷한 색깔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거나 누군가를 쫓아가진 않는다.

여기까지다. 약속시간이 이미 지났다. 말이 좀 통할 만할 때 끝나서 아쉽다. 음… 나로서는 좀 독특한 인터뷰였다. 우리가 두 번째 만났거나 시간이 훨씬 많았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말들이 오갔을 것 같다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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