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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상자

2010.09.16GQ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 TV, 스마트로이를 국내 업체 GPNC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가 나오는‘스마트’한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TV가 스마트폰만큼 파급력을 지닐지는 모르겠으나.RATING ★★★☆☆FOR 참을성이 없다.AGAINST 참을 인이 세 개

‘바보 상자’라고 불렸다. 인간을 세뇌시켜 아이큐도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큐의 시대를 지나, 텔레비전을 안 본다는 것만으로 뭔가 지적으로 보이던 시대도 지나, ‘똑똑한 TV’라는 형용모순같은 말이 나왔다. 이곳저곳의 보도자료와 번역으로 만든 기사가 ‘스마트TV 시대가 온다’고 전했다. 구글 TV와 애플 TV가 출격준비 중이라는 것인데, 난데없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스마트TV가 출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라고 했다. 구글에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스마트TV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한국에서 먼저 나올 수 있느냐고 사람들은 물었다. GPNC의 스마트로이가 대답해야 할 질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중소기업들의 주요한 임무 중 하나는 ‘시장 선점’이었다. 최근에는 아이패드 출시를 노심초사하는 전자책 시장이 그러더니, 이번에는 스마트 TV 차례다. 물론 전자책이고 스마트 TV고 간에 시장 선점만을 노리고 있다는 말로 이해한다면 오해다. GPNC의 시도 자체가 하루아침에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추후 웹 부문을 담당하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걸 그리 강조하는걸 보면, 선점이란 거대 기업들에 대항하는 어쩔 수 없는 승부수인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스마트TV라면 적어도 ‘큰 화면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TV’란 평가는 뛰어넘을 뭔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겐 IPTV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를 IPTV와 차별화하는 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유무다. 이를 통해 TV가 전파표시장치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스마트로이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수는 많지 않다. 전자액자,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 게임 등이 있지만, 기본제공 소프트웨어에 가깝지 어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에서 확인되었듯이 스마트 TV 경쟁의 핵심은 하드웨어보다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연구개발 투자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유도한다고는 하나, 개발자의 자발적인 참여는 기업의 자금으로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플리케이션 때문에라도 준비가 더 필요했을 텐데, 너무 빨리 나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스마트로이는 스마트TV에서 가능하다고 알려진 것들을 가까스로 달성한다. 어플리케이션이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유선으로 연결하면 곧바로 인터넷을 쓸 수 있고,(무선은 스마트로이에 부착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TV 리모컨과 인터넷자판을 결합한 ‘쿼티 리모컨’을 제공한다. 스마트TV의 기준인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1.5 버전으로 버젓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마트TV용 운영체제가 아니라스마트폰용 운영체제다. 구글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스마트TV용 안드로이드운영체제의 비밀이 이것이다. 스마트TV의 꼴은 갖추었으나, 어설프게 보이는 데는 여기에서 오는 시각적인 이유가 크다. 스마트폰용 OS를 쓰다 보니 내부에서 구동하는 프로그램의 화질이 그다지 깨끗하지 못하다.

썩 괜찮은 외장디자인을 지닌 무난한 42인치 TV이므로, TV와 인터넷만주로 사용해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겠다. 이때는 1백39만원대의 부담스러운 가격이 걸림돌이다. TV 하나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드는 비용치고는 크다. 모든 TV가 똑똑해질 필요는 없고, 심지어 정말 똑똑한 제품은 다른 똑똑한 제품을 쫓아가지 않는다.’ 선점’의 깊은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스스로 똑똑해지지 않으면 ‘선점’의 딜레마는 끝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신문에 ‘스마트 자전거’가 나온다는 기사가 실렸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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