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우 몰러 나간다

2010.10.08GQ

모든 고장에서 ‘명품 한우’를 외친다. 정말 그런지 찾아가봤다.

홍천 한우
사는 곳 홍천군은 홍천 소의 종자개량에 1995년부터 전력을 쏟아왔다. 족보도 대대로 갖췄고, 외부로 소를 팔지도 않는다.
먹는 것 알코올 발효 사료를 먹인다. 맥주 찌꺼기로 만드는데, 홍천에 하이트 공장이 있기 때문에 조달이 가능하다. 고기를 양념할 때 소주를 약간 넣는 요리법처럼, 알코올 발효 사료는 한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생김새 깔끔하게 키워서 털이고 눈이고 모두 반짝거린다. 다른 지역 한우보다 주인을 보고 명랑하게 반응하며 활동적이다.
키우는 사람 홍천군 서석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박용길대표가 말한다. “서석이 홍천중에서도 한우를 잘 키우기로유명한 동네입니다. 논농사를 지으면서 소도 키우는 복합농가가 많아요. 그래서 볏짚도 좋은 걸로 자기 논에서 가져와서 먹여요. 그래야 소가 소화를 잘 시키거든요. 소가 사람의 관심을 빨리 눈치채는 거 알아요? 아침마다 눈을 마주쳐줘야 등급도 잘 나옵니다. 제가 번식우 한 마리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저기 옆의 폐가가 제가 태어난 생가입니다. 생가 옆에서 소를 부치니까 더 애틋해요.”
시식한 한우 거세우알등심 1++ 등급.
시식의 변수 불은 숯불, 고기 두께는1.5센티미터. 등심 중에서도 중심부만 잘라서 알등심으로 파는 곳을 찾았다.
혀에서 녹는 시간 20초. 두께에 비해 치아가 꽂히는 건 연하고 부드러운데, 씹히는 건 끝까지 쫄깃쫄깃하다. 그래선지 목으로 넘어가기 전엔 육질이 좀 뭉치기도 한다.
야채를 찾는 시간 고소해서 야채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좀퍽퍽한 것 같아 새콤한 국물이 생각날뿐이다.

횡성 한우
사는 곳 예전부터 횡성에선 부업 삼아 농가마다 소를 한두 마리씩 키웠다. 이젠 횡성 한우가 유명세를 타면서 인구 3만의 도시에 한우가 5만 마리다.
먹는 것 자동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소의 몸무게를 잰 뒤 알맞은 양의 사료가 자동으로 나온다.
생김새 키도 덩치도 크다. 얼마 전엔 1200킬로그램 나가는 소가 팔린 적도 있다. 얼굴은 모두 순하고 부드러운데, 대부분 생후 6개월 이전에 거세를 하는 편이라 그렇다.
키우는 사람 횡성군 공근면에서 한별한우 목장을 운영하는 김일섭대표가 말한다. “한 마리 가지고 시작해서 30년째 소를 기르고 있어요. 지금은 이장도 됐고요. 횡성한우의 초창기 멤버라고 보면 됩니다. 요즘 횡성은 등급률도 거의 1등급으로 평준화가 됐어요. 전국적인 인지도도 달성이 됐으니까 이젠 위생적인 한우, 기능성 한우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횡성 한우 먹어보셨죠? 육즙이 좋죠? 횡성에는 유통할 때의 숙성기술과 같은 노하우가 쌓여 있는 것 같아요. 횡성에서 소 키울 맛 나죠.”
시식한 한우 거세우 등심 1++ 등급 21일 숙성육.
시식의 변수 횡성에서 숙성육을 내기로 유명한 한 식당을 찾아갔다. 불은 돌판, 고기 두께는 약 2센티미터.
혀에서 녹는 시간 20초. 두께가 상당한데, 부드럽다. 바싹 익혀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건 여전하다. 고기도 그렇지만 숙성도 아주 잘 돼 그렇기도 하다.
야채를 찾는 시간 숙성을 통해 한우 본래의 맛이 알알이 배고 살아나게 했다. 꼭꼭 씹으니 계속 고소한 맛이 산다. 기름이 많은 부위 몇 점을 빼고는 다른 야채가 일절 생각나지 않았다.

안동 한우
사는 곳 경상북도 북서부 지역은 사계절이 뚜렷하다. 특히 선명한 봄이 소에게는 제일 중요한데, 봄이 되어야 풀이 나고 소도 살이 차오른다.
먹는 것 좋은 물을 먹는다. 안동엔 석회질이 적은 지하수가‘콸콸콸’이다. 큰 소는 400리터의 물을 먹어 치우니 물 맛으로고기 맛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생김새 ‘잘생겼다’고 할 만한 건장한 골격. 살이 탄탄해 우시장에 내다 팔면 보기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
키우는사람 안동시 서후면 울림목장 정균덕대표가 말한다. “1988년 부터 농장을 시작해서 지금은 소가 2300마리예요. 소가 주인 차 소리까지 아니까 진짜 예민한 동물입니다. 아이큐가 좀 낮아서 그렇지…. 가장 중요한 건 소를 처음부터 우량아로 키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어릴 때 많이 먹으면 기름이 차서 조금 먹어도 배불러요. 날씬하게 키워서 마지막 단계에서 밥을 많이 먹여야 합니다. 내가 가진 재주는 그거밖에 없습니다.”
시식한 한우 거세우 등심 1+ 등급.
시식의 변수 불은 숯불, 고기 두께는 약1.5센티미터.
혀에서 녹는 시간 15초. 두께와 등급을 감안하면 질기다기보단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편이다. 입 안에서 고기 결이 느껴진다.
야채를 찾는 시간 고소한 맛이 강하고 느끼하지 않다. 거의 마지막 한두 점을 남기고 상추 쌈을 쌌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성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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