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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예요

2012.02.01GQ

흑백으로 찍어서 흑백이 아니다. 프라다 3.0은 유일무이한 흑백 UI의 스마트폰이다.

프라다 3.0은 모든 UI를 흑과 백으로 표현했다. 더 극적으로 대비하자면, 아이폰 4S의 컬러수는 1천6백만 개이고, 프라다 3.0은 두 개다. 그러나 흑백의 단순성에 대한 지탄이 디자인으로 넘어가자 탄성이 되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지나치게 귀엽고 친근한 것으로 다수에게 평가받아온 안드로이드 OS의 UI가 더 이상 옆집 친구처럼 보이지 않는다. 흑과 백의 아이콘은 장식성을 거의 배제하고 선으로 핵심만 표현했다. 감히 한국에서 본 어떤 UI보다, 디자인 면에서 만족스럽다. 형식적인 제약을 감안하면, 잘된 디자인이라기보다 ‘특별한’ 디자인이라서. 하지만 모든 사진과 영상과 앱을 흑백으로 표현하지는 않다. 흑백만 보여줄 거면 4.3인치 IPS 디스플레이까지는 필요 없었을 테니까. 프라다 3.0이 재미있는 부분은 흑백으로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가운데 최상급의 휘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 노트북은 400니트만 되어도 밝다고 하고, 작년 말에 발매한 한 스마트폰은 550니트의 휘도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밝다며 떠들썩했다. 프라다 3.0의 디스플레이는 800니트다. 영상이나 사진 감상에서 어떤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프라다 3.0의 무기는 흑백만이 아니다. 1기가헤르츠 듀얼코어 CPU, 800만 화소 카메라, 16기가바이트 메모리 탑재 등 초고사양은 아닌데, 최적화가 잘되었다. 안드로이드 OS 기반 여타 스마트폰과 비교해서 불편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흑백이란 단순성 덕에 실행 속도 향상과 UI의 직관성까지 얻었다. 흑백은 디자인일 뿐만 아니라 방법이었던 것 같다. 다만, 컬러로 표현되는 안드로이드 마켓의 앱은 프라다가 디자인한 80여 개의 흑백 아이콘으로 바꾸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하다. ‘흑백 논리’라는 말이 가지는 단순성은 프라다 3.0에서 무효다. 말하자면 프라다 3.0은 이 단순성을 고유함으로 분명히 했다. 기껏해야, 여성을 위한 스마트폰, 저가형 스마트폰, 고사양 스마트폰 정도로 나눌 수 있는 시장에서 프라다 스마트폰이라는 독자적인 지평을 만들었다. 프라다 3.0은 프라다답다. 이것은 명품 브랜드답다, 혹은 뒷면의 사피아노 패턴에서 보이듯 패션 하우스 프라다의 특질을 잘 살렸다, 가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그들의 고유함을 되새겼다, 에 가깝다. 경쟁적인 성능 향상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고유함을 프라다 3.0은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제품 구매에선 프라다란 브랜드에 현혹되는 것만큼이나, 자신에게 명품의 가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사실 프라다 3.0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명품’ 취급을 못 받는지는 가격으로 알 수 있다. SK텔레콤에서 2년 약정 요금 할인을 적용할 경우 최대 26만원대. 즉, 한 달에 만원 조금 넘는 기기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제 당신도 프라다를 가져볼 때가 되었다.

RATING ★★★★☆
프라다가 ‘명품’이어서가 아니라, ‘프라다’라서 관심이 생긴다면.
FOR “혼자만의 사랑으로 남은 나.”
AGAINST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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