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괴짜라 불리는 진짜, 빌 머레이 < 2 >

2013.02.01GQ

친구들의 아내에게 다짜고자 전화를 걸어 장난을 치는 남자, 주민들이 놀고 있는 노래방을 습격하는 남자, 뉴욕 킥볼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를 이끄는 남자. 빌 머레이는 살아 있다.

카디거는 마크 맥네어리 뉴 암스테르담, 타이는 알렉산더 올치, 바지는 무드 오브 노르웨이, 구두는 콜 한, 모자는 캉골.

카디거는 마크 맥네어리 뉴 암스테르담, 타이는 알렉산더 올치, 바지는 무드 오브 노르웨이, 구두는 콜 한, 모자는 캉골.

오스카상은 빌 머레이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무수히 많은 질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웨스 앤더슨 감독은 그것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머레이가 살아 있는 배우로 지낼 수 있는 집이 되어준다. 머레이는 상처받은 자크 코스토를 연기했던 <스티브 지소우와의 해저 생활> 같은 영화가 보기보단 훨씬 더 코미디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철저히 통제하는 앤더슨의 연출 방식에 쉽게 적응했다. 젊은 시절 마구 즉흥 연기를 하던 모습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연기다. “웨스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런 한계가 있어서 더 도전하게 돼요. ‘내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뭘 하면 딱 맞아 들어갈까?’하는 식으로요.” 곧 개봉하는 앤더슨의 영화 <문라이즈 킹덤>에서, 머레이는 앤더슨의 의도에 딱 맞는, 그만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십 년 동안, 머레이가 든든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한 가지 분야가 있다면 코미디를 자청하는 코미디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들은 좀 달라요. 제가 하던 것들과도 완전히 다르다고요.” 그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 말이 맞다. 표면적으로 <행오버>나 <사고친 후에> 같은 영화들은 ‘머레이 고전’의 직계 후손들이다. <미트볼>, <괴짜들의 병영일지>, <고스트버스터>, <사랑의 블랙홀> 같은 영화들 말이다. 글레이저에 따르면 코미디 감독들이 지금도 머레이에게 끊임없이 접근하고 있지만, 머레이가 할 만하다고 느끼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아마 선택했겠죠.” 머레이가 마음에 들어 했던 한 가지 예외는 <좀비랜드>였다.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는 대재앙 속에서 머레이는 머레이 자신을 연기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서 머레이가 좀비 분장을 하고 다닌다는 설정인데, 고지식한 세상과 그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나쁘지 않은 은유였다. 머레이는 코미디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있다. “초기 영화들은 재미로 했던 것들이에요. 생사가 달린 것 같은 엄숙한 분위기는 없었어요. 그때 제가 만들었던 영화들은, ‘카메라 두 개 켜고, 자 촬영하자’ 하는 식이었어요. 내가 오늘날의 코미디에 뭔가 기여할 것이 있다면 어디를 통해 기여할지 모르겠어요. 다시 매니저를 고용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만약 다시 웃기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으면, 시나리오를 하나 쓰겠죠. 완성시킬 거예요. 가능하다니까요.”

가능하다.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이를 먹어 점잖아지고, 오스카상을 받는 영화에서 장인에 가까운 엄숙하고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고 생각하면 우주의 종말과 비슷한 느낌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하이드 파크> 시사회 후, 한 영화인이 루스벨트가 수영을 하는 장면에 대해 질문했다. 불구가 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끔찍한 모습의 다리를 만드는 데 어떤 특수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이었다. 한참 침묵을 지키다 머레이가 말했다. “그건 분장이 아니라, 연기입니다.”

그가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갔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다. 섬 끝에 있는, 최근에 완성된 루스벨트 포어 프리덤 기념비를 보기 위해 갔던 것이다. PBS에서 기념비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최근 루스벨트 역할을 했으니 아들과 친구들을 데리고 한번 보러가기로 했다고 한다. “루이스 칸이 디자인했어요.” 그가 자신의 스마트폰 속 사진들을 넘겨보며 감탄했다. “이건 ‘방’ 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가로세로 1.2미터, 높이 2.4미터 화강암 블록들인데, 사이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어요. 안쪽 면은 광을 냈기 때문에 실제로 빛이 이 방을 꿰뚫어요.”

문제는 기념비가 공사 마무리 단계라서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주위를 돌며 몰래 들어갈 길을 찾아야만 했다. “작은 차에 앉아서 거길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죠.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저한테 걸어와서 ‘당신이 여기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라고 했죠.” 머레이는 유명인이 얼굴의 힘만으로 이곳 저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릴까, 약간 멋쩍어했다. “절 알아보는 것 같진 않았어요. 한 명은 영어를 거의 못했고, 다들 별로 영화광 같진 않았거든요.” 경비원쯤은 머리케인의 힘 앞에서 적수가 되지 않는다. “사실 시간만 충분했으면 말발을 발휘해서 들어갔을 거예요.”

    포토그래퍼
    PEGGY SIROTA
    기타
    글/ 브렛 마틴(Brett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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