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새론의 서론

2014.03.28GQ

열다섯 김새론이 말을 하기 전에 뜸을 들인다. 카메라 앞에서 웃고 울기 전에도 천천히 눈을 감는다. 김새론의 시작이 길고 깊다

니트 톱 파비아나 필리피.

니트 톱 파비아나 필리피.

밤색 원피스 준야 와타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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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일 자주 하는 말이 뭐예요? 음…. ‘음….’ 이거요. 뭔가 말하기 전에 계속 ‘음’ 하는 버릇 같은 게 있어요. 인터뷰 같은 거 할 때도 어려운 질문 있으면 자꾸 ‘음’, ’어’ 이래요.

말하기 전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음…. 그런 것 같아요. 음…. 또 제가 표현하는, 제가 생각하는 걸 상대방이 똑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조곤조곤 말을 잘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머릿속에서 한번 필터링? 정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른스럽다는 말도 많이 듣죠. 늘 ‘생각 많다’, ‘생각 깊어 보인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스럽다’는 말은 잘 모르겠어요. 어른스러운 것의 기준을 모르겠어요. 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고, 그분들을 보면서 자랐으니까, 말하는 거며 하는 행동, 좋아하는 것들이 뭐라고 해야 되지,
좀 고지식하다?

어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건가요? 음…. 어른들의 생각을 제가 몰라서 제 생각과 비교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요….

언제부터가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음….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지금 학생들은 학교 힘들고, 공부 힘들고, 빨리 어른 되고 싶고 막 그러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막상 돼서 이제 사회생활도 하고, 힘든 일도 많이 겪으면 ‘아~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할 것 같아요. 그때라고 생각해요.

하하. 학교의 어떤 것이 그리울 것 같아요? 점심 먹을 때, 아~ 행복해요. 정말 딱 3교시 될 때부터 너무너무 배가 고파요. 학교에 매점이 없거든요. 4교시 될 때부터 급식 생각밖에 안 해요. 제가 만약 어른이 되면, 급식을 기다리는 초조함이 없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때 그런 것들 없어지는 게 좀 걱정이긴 해요.

김새론의 학교와 주위 친구들의 학교는 의미가 좀 다르죠? 일단은 저는 꿈이 정해져 있고 제 꿈을 찾았으니까, 그 쪽 관련된 공부들을 좀 더 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안 하고 시간 날 때 짬짬이 하고…. 친구들 보면 어느 진로로 갈지 모르니까 두루두루 해놓잖아요. 그런 거 보면 되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연기하면서 학교 다니는 게 힘들면, 친구들은 학원 다니면서 학교 다니는 게 힘들 것 같다고 늘 생각해요.

촬영 현장에서 눈물 쏟은 적 있어요? 아홉 살, 열 살 때 졸려서 엄마한테 투정 부리던 거? 그런 거 말고 연기 외에 운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아, 뭐 하나 있다면 학교를 못 가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수련활동이나 현장학습 같은 것들 많이 못 갔거든요. 그런 거 있는 날 촬영 있으면 그때 되게 속상해서 많이 운 적은 있었어요. 그냥 조금 서러웠어요.

무섭게 혼난 적은요? 음…. 아직까지 혼나거나 한 적은…. 아, 저 <여행자>라고 처음 작품 찍을 때, 감독님께서 뭐라고 인상 쓰며 심각하게 막 다그치시는 그런 분위기였던 적이 있어요. 외국인 감독님이어서 중간에 스크립터 분이 통역을 해줬는데, 그 부분은 뭐라고 하셨는지 설명을 안 해주셨어요. 흐흐.

<도희야>, <맨홀>까지 올해만 영화 세 편이 연이어 개봉해요. 감독을 만나 미팅할 때 배우로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해요? 저는 그냥 제 자신을 보여드려요. 만약에 감독님이 보시기에 그 역할이나 그 상황이 저랑 안 맞으면 그건 제 작품이 아닌 거고요.

자신에게 맞는지 스스로 따지기도 해요? 저에게 맞고 안 맞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아직 어리고 여러 경험을 해봐야 되니까 어떤 역할이든 받았을 때는 다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어려서라기보다 일단 이 직업이 맞는다고 하고, 안 맞는다고 안 하는 그런 직업이 아니잖아요. 어떤 역할이든 주어졌을 때 제가 그 사람이 돼서, 관객들이 그 광경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만신>의 박찬경 감독은 김새론이 계산이나 흉내가 아닌 본능적이고 순수한 연기를 한다고 했어요. 스스로 평가를 한다면요? 음…. 아무래도 영화 많이 했고 역할들은 또 다 어두운 것만 하다 보니까, 내면연기를 주로 했잖아요. 여태까지 보면 해봤자 몇 마디 짧은 대사들뿐이었고 말을 많이 하는 그런 연기도 별로 없고요. 말도 많고 밝은 아이 역할을 맡아서 한 적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부분이 아마 가장 연습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해요.

험난한 역할과 상황이 힘들진 않아요? 저는 영화를 찍을 땐 딱 그 역할이 돼서 연기를 하되, 끝나면 저로 잘 돌아와요. 역할일 땐 그만한 상황들이 있고, 저일 때는 또 저의 일상생활이 있으니까요.

김새론에게도 주연로서 부담감, 책임감 같은 게 있나요? 영화에 대한 흥행이나 계산적인 생각들은 저의 보호자나 어른들이 하세요. 저는 일단 그 역할에 많이 많이 몰입하는 데만 신경쓰고 있어요.

시간이 흘러, 여배우가 된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어요? 음…. 아…. 그런 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라든지…. 아뇨, 그런 건 상상 안 해봤어요. 지금 상상해보자면 왠지 키는 컸을 것 같아요. 얼굴은…. 얼굴은 마네킹처럼 이렇게 십자가로 두고 생각하게 돼요.

얼굴이 안 보여요? 네. 상상이 안 돼요. 매일매일 뭐 학교 갈 때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 달라진 걸 모르겠는데 몇 달 전 사진을 보면 확 달라져 있잖아요. 그러니 상상할 수가 없어요. 계속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길이며 “계속 왜 이만큼이야~~” 하면서 큰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머리 길이도 길고 얼굴도 달라지고 키도 많이 크고 너무 신기해요.

시간이 더 흐르면, 가십이나 루머에 시달릴 일도 더 많아질지 몰라요. 그런 것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일단 지금을 즐기면서 계속 재미있어하는 상태로 쭉 가야지 계속 질질 짜고 힘들어하고, 마음이 착잡해지기 시작하면 뭐든 다 하기 싫어지잖아요. 더 커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다면 <힐링캠프>가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자기가 쌓인 거 막 말하는 거 보면 진짜 힐링될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공감도 해주고 같이 소통할 수 있잖아요?

혹시 우리가 김새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나요? 첫인상이 강하고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들이 “쟤 되게 말 없을 것 같다, 쟤 무서울 것 같아, 별로 일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다가 좀 친해지면 막 완전 밝아지니까 완전 다르다고 하고요. 어둡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 아이가 아니라 그런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걸요.

요즘 방에 혼자 있을 땐 뭐 해요? 향초 좋아해요. 엄-청 좋아해요. 방에서 노란 불 하나랑 초만 켜고 있는 거 되게 좋아해요. 아늑아늑한 게 좋아요. 냄새도 나고 타닥타닥 소리도 나고…. 나무 심지 같은 건 그런 소리 많이 나잖아요.

낮이 좋아요, 밤이 좋아요? 낮이요. 밤이라면, 여름밤만 좋아요. 추울 때 저녁이 되면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요. 저녁 되면 기분도 처져요. 그런데 요샌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 되게 많이 해요. 공부 같은 것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을 때도 있고, 기타나 악기 같은 것도 배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좀 아쉬운 것 같아요. 그냥 하루가 길어지기보다는 아예 날짜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고양이가 좋아요, 강아지가 좋아요? 고양이 좋아해요. 강아지는 정도 많이 필요하고 챙겨줄 것도 많은데 저희 가족들이 다 바쁘니까, 더 좋은 주인을 만날 수도 있는데, 더 못해 줄까 봐 미안해서요. 고양이는 알아서 하잖아요. 크게 힘든 것도 없는데, 집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크니까 좋아해요.

김새론은 고양이예요, 강아지예요? 음…. 강아지요! 성격이 밝고 사람들과 붙어다니는 걸 좋아하니까요. 저 그렇게 시크하지 않아요.

앞으로 다른 꿈이 생기면 어쩌죠? 그럴 것 같진 않아요. 아마도요. 지금까지도 제가 막 억지로 하거나 그랬으면, 너무 힘든 것도 많고 잠도 못 자고 하니까 중간에 그만뒀을 텐데 계속 좋아서 하고 있으니까요. 하면서 점점 재미있고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고,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뭔가를 열심히 해서 뭔가 결과물이 나왔다는, 노력에 대한 보답이 생겼다는 그런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분홍 셔츠와 겹쳐 입은 톱은 앤디앤뎁, 깃털 치마는 맥앤로건, 부츠는 수콤마보니.

분홍 셔츠와 겹쳐 입은 톱은 앤디앤뎁, 깃털 치마는 맥앤로건, 부츠는 수콤마보니.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안하진
    스탭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헤어 / 김지현, 메이크업/권영은, 어시스턴트 / 박현상,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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