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부자의 와인

2015.04.09손기은

스페인 아르테비노의 랄로 안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한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들었다며 슬쩍 웃었다.

 

지난 2001년 아버지를 도와 아르테비노 와인 그룹에 합류했을 때의 나이가 스물 넷이었다. 아버지와는 어떤 점이 달랐나? 기존 경영자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부분을 건들이고 싶었다. 와인 비즈니스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거기에 발맞추는데 나의 젊음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스페인에는 전통적인 와인 생산자도 많지만 최근 새로운 주자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명성을 얻기 위한 시도도 엄청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국왕 펠리페 6세의 대관식에 아르테비노의 세 가지 와인이 선정된 것처럼? 어떻게 선정된 건가? 안톤 가문은 대대로 레스토랑 사업도 하고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펠리페 5세가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세 가지 와인을 서브했다. 이자디 엘 레갈로 리제르바, 핀카 크레세스, 베투스 베르데호. 이후 왕실에서 전화가 와 세가지 와인 모두를 사용하고 싶다며, 비밀을 부탁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국왕이 왜 이 와인들을 골랐을까? 좋은 와인이니까.

하하. 최근 리오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리오하는 정말 넓다. 같은 지역이라도 위치에 따라 수확 시기가 한 달이나 차이날 정도다. 그러니 천 개의 리오하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요즘 리오하 와인은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트래디셔널, 모던, 컨템포러리 스타일이다. 오랜 오크 숙성과 병입 후에도 오랫동안 숙성하는 전통적인 와인 생산자들이 있는 반면, 과일 향이 풍부하고 색이 선명한 현대적인 와인을 만드는 곳도 많아졌다. 컨템포러리 스타일은 그 중간이다. 아르테비노 와인이 추구하는 것도 이것이다. 오크 향과 과일 향의 균형을 발견하는 것.

아르테비노의 와이너리는 모두 올드바인, 토착 품종에 주력한다. 어렵진 않나? 포도나무 수령이 60~70년씩 된 올드바인이다. 척박한 토양, 오래된 나무는 와인 제조에선 좋은 조건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짧지만 강력한 격언을 하는 것처럼, 올드바인도 수확량이 많지 않지만 집중력 있는 포도를 만든다.

스페인의 젊은 남자들은 어떤 와인을 마시나? 다른 나라에 비해 와인을 시작하는 나이가 늦은 편이다. 30대에 들어서야 많이 마시니까. 그리고 최근엔 유명한 산지, 이름난 와이너리를 찾기보다는 스페인 토착 품종으로 만든 가격 대비 좋은 와인을 선호한다. 화이트 와인도 많이 마셔 생산량이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으로 와인 판매가 시작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 와인 중 ‘프루노’는 ‘프루노마니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인터넷의 덕을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 한잔이 있나? 여덟 살 때였나, 할아버지를 따라 와인 셀러로 내려가 오크통에서 바로 와인 꺼내 마신 기억이 난다. 남자 대 남자로서 와인잔을 부딪쳤던 오래전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에디터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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