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정리의 모든 것 – 책

2016.04.06정우영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집은 점점 좁아지고, 가구는 점점 작아진다. 하지만 욕망은 쉽게 줄어드는 법이 없다. 줄일 수 없다면 정리해야 한다.

책 지금 책이 많든 적든, 큰 책장을 사는 게 좋다. 회사원의 집에 여전히 교양수업 때 쓴 책이 있고,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혹은 < 테스 >를 아직 버리지 않은 걸 안다.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사주는 것도 책이다. 책은 친구처럼 애착이 깊으면서, 미래처럼 멀지만 따라잡고 싶다. 또한 책장은 조금 비어 있는 게 좋은 까닭도 있다. < 책장의 정석 >의 저자이자 독서가 나루케 마코토에 따르면 이것은 “내가 성장할 여백을 상징한다”. 꼭 정서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책장을 어느 정도 비워놓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책장을 아름답게 한다. 이 책장의 주인은 이 공간을 편집한다는 것. 슬라이딩 방식의 책장을 권한다. 책의 사용성을 훼손하지 않는 병렬 구성으로, 가장 많이 수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책장 한 칸은 깊이 28센티미터, 높이 21센티미터를 기준으로 삼는다. 깊이가 28센티미터가 넘으면, 안쪽에 한 권, 앞이 조금 나오도록 바깥 쪽에 한 권을 넣을 수 있고, 높이가 21센티미터가 넘어야 일반적인 4·6판보다 큰 A5판 책도 꽂을 수 있다.

대안 어떤 이유에서든 책장을 두기 부담스러운 공간이라면, 공간 박스를 사느니 선반과 책 쌓기를 활용한다. 천장에 가깝게 선반을 설치하고 ‘자료가 될 만한 책’을 놓으면 생활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 ‘자주 보는 책’과 ‘지금 보는 책’은 책등이 보이도록 네 권이 맞물리게 쌓으면 꺼내보기 쉽다. 반드시 벽이 아니라 어디든 놓을 수 있으며, 잘 쌓으면 이 탑 위에 판을 올려 좌식 탁자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GQ POINT 적절한 수납이 인테리어다. 근사한 영화 포스터와 값비싼 소품이 놓이지 않아도, 그 사람이 아끼는 뭔가만 드러나도 사랑스럽다. 예컨대 뭘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집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장의 배치에 담긴 의미를, 솔 르윗과 에바 헤세의 화집이 책장 한 칸에 놓인 걸 눈여겨본다. 나루케 마코토는 말했다. “책장에는 외출복만 넣어둬야 한다. 파자마나 속옷은 당치도 않다.”

    에디터
    정우영
    일러스트
    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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