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정리의 모든 것 – 집기

2016.04.07정우영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집은 점점 좁아지고, 가구는 점점 작아진다. 하지만 욕망은 쉽게 줄어드는 법이 없다. 줄일 수 없다면 정리해야 한다.

도구 카메라가 책상 위에 있는 집 안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칠까 말까 하지만 드럼 스틱을 가방에 넣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정리는 논리적이지 않다. 어떤 물건은 쓰임새와 관계없이 곁을 지킨다. 하지만 모든 사례가 애착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카메라 이상의 크기를 지닌 물건은 딱히 자리를 찾아주기 어렵다. 이른바 ‘서랍장’은 가구 중에서 가장 사치품이고, 그래도 어딘가에 보관하려면 정리의 규칙과 어긋나게 여기저기 흩어지기 십상이다. 아이 카사의 폴딩 상자가 유용하다. 소, 중, 대 세 가지 크기가 서로 호환하고, 각각의 크기별로 적층이 가능하며, 측면을 접을 수 있는 구조라 옆으로 수납할 수도 있다. 열 가지 색상으로 크기가 애매한 물건들에 규칙을 부여해 정리하기 쉽다.

대안 거의 모든 제조/유통업에서 플라스틱 박스가 쓰인다. PTC 상자, 공구 상자, 만능 상자, 볼트 상자, 배추 상자, 빵 상자, 캠핑 상자, 계육 상자, 공병 상자, 어 상자. 이름만으로 짐작이 가는 박스도, 아닌 박스도 있을 것이다. 너무 커서 쓰임새가 제한적인 농수산물 상자를 제외하고, 상자들의 이름과 대략적인 크기를 알고 있으면 찾기 쉽다. 공구 상자와 PTC 상자는 직사각형으로, 가장 작은 호수부터 가장 큰 호수까지, 긴 변이 35~65센티미터, 짧은 변이 25~45센티미터 사이에 분포한다. 볼트 상자도 직사각형이지만 긴 변과 짧은 변의 차이가 비교적 작다. 즉, 덜 길쭉한 모양이다. 크기는 별 차이 없지만, 종류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점도 다르다. 만능 상자는 정사각형에 가깝다. 긴 변 43~55센티미터, 짧은 변 40~45센티미터 사이에 분포하고, 여섯 종류다. 같은 품목의 상자라도 호수에 따라 높이는 상이하므로 이 부분에 유의한다.

GQ POINT 항상 똑같은 위치에 놓는다. 정리 정돈의 가장 기본적인 명제지만, 이것은 방법이라기보다 효과다. 모든 물건의 위치를 정해놓아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빼놓을 것과 집어넣을 것, 함께 넣을 것과 따로 넣을 것, 곁에 둘 것과 멀리 둘 것을 결정하는, ‘편집’의 개념으로 정리에 접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치가 정해진다.

    에디터
    정우영
    일러스트
    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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