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그냥”

드라마 <구해줘>와 <매드독>으로 불현듯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우도환은 크게 웃지 않는다.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흐트러지고 싶지 않아서.

셔츠는 마르니, 바지는 몬테비아.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없어요. 아니에요. 저 말하는 거 되게 좋아해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인터뷰하다 보면 알 거예요. 다들 과묵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냥 첫인상과 좀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제 자기 전엔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네. <구해줘>나 <매드독>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어느 장면이었나…. 나한테는 다 소중한데 그래도 좀 더 소중한 걸 꼽아달라고 하면 어떤 것을 꼽아야 하나…. 배우 우도환을 떠나서 사람 우도환을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일 텐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요.

마지막이 제일 궁금하네요. 작년 한 해 동안 사람 우도환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영상에 얼굴이 비치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인데, 그래도 제대로 된 역할을 가지고 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작년부터인 것 같아요. 배우를 꿈꾸면서 항상 이 순간을 생생하게 상상했어요. 저런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순간, 그 순간을 나름 생생하게….

수십 번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땐 그 기대감과 상상으로 힘들었겠네요. 60번도 훨씬 넘게,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어떻게 보면 <구해줘>가 그런 오디션의 마지막이었을 텐데, 감독님들도 저를 잘 모르고 영상으로 비친 것도 없으니까 이 아이는 어떻게 연기를 하나 보고 싶어서 부르는 거잖아요. 사실 <라라랜드> 속 장면과 비슷해요. 반응이 영 안 좋으면 시무룩하게 나올 때도 있고요. 근데 정말 오디션을 많이 보다 보니 그걸 넘어서서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그때는 오디션을 보는 것이 나의 일이었고, 캐릭터를 분석해볼 기회가 생기는 거라서 오디션 대본 받는 것만으로도 되게 재밌었어요.

오디션은 찰나처럼 짧다고 들었는데, 보여주고 싶은 우선순위가 있나요? 우선 이 작품에 대해서 나는 이만큼 생각하고 준비하고 분석했습니다, 이걸 많이 어필해요.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시작해요. 어떻게 해서든 감독님이 여쭤보지 않는 질문도 제가 먼저 하고요. 아, 그래서 제가 말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해요.

감독들의 반응은요? 그때마다 달라요. 좋아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있고요. 사람 관계에 답이 없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매드독>의 황의경 PD가 “우도환은 생각이 정말 많다”고 하던데, 이건 여러 뜻으로 들립니다. 아마 제가 캐릭터 분석을 남들과 좀 다르게 해서 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캐릭터의 큰 틀보다 근본적인 것, 더 원초적인 것, 인간의 본능이나 본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가요. 왜 이 캐릭터가 그런 아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죠.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이 흔들리지 않게,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에요. 끝까지 중심을 잡고 가기 위해서요.

본능적으로, 좀 더 열어두고 카메라 앞에 감각으로 서는 배우들도 있는데, 혹시 철저한 준비가 장벽으로 느껴질 때는 없었나요?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면, 어쨌든 내 머릿속에 있는 걸로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막힐 때도 많아요. 선배들이나 감독님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다져지는 것 같아요.

경험의 밑천은 좀 두둑한가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책이나 영화를 좀 많이 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동안 인터뷰에선 늘 조용한 학생이었다고 하던데, 더 많이 놀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요? 아니요. 저는 충분히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또 이야기도 들었고. 지금 일탈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제 딴에는 일탈을 많이 하면서 살았습니다.

예를 들면요? 학원 안 가고 친구들과 놀았던 것들. 그런 게 전부인 것 같아요. 딱히 더 이상의 일탈이 어떤 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일기를 꾸준히 쓴다고요. 생각을 정리하려고요. 흐트러지지 않게, 어디로 새나가지 않게요.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해요? ‘생각’과 ‘행복’. 작년부터 작품을 계속하면서 생각이 많이 드는 한 해였고,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정말 행복한지 더 되새겨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반듯하다는 말은 어때요? 반듯….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그냥.

코트는 캘빈클라인, 카디건은 노앙, 바지는 몬테비아.
코트는 캘빈클라인, 카디건은 노앙, 바지는 몬테비아.

“아무도 모르는 단역으로 일할 때도 스스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나는 작은 배우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요. 배우라고 말을 내뱉는 순간,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야죠.”

‘어느새 뜬’, ‘빠르게 주연 자리를 차지한’ 이런 수식어를 대할 땐 어때요? 이 속도가 무섭진 않아요? 무섭진 않고요, 선배님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해요. 절대 단기간에 된 선배님은 한 분도 없다고. 그만큼 노력을 하니까 그만큼의 대가가 있는 거라고요. 제삼자는 보기에 단기간에 유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분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많은 걸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거니까.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이 절 좋아해주실 때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아버지가 연극을 하셨는데, 아버지를 보며 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고 하셨어요. “너만 행복할 수도 있는 직업이다”라고요. 근데 열아홉 살에 그게 뭔지 알았나요? 모르죠. 그런데 몇 년 지나니까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 뜻을 이해하진 못해도 어떤 마음으로 저한테 그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 것 같아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12학번 대학생으로 돌아간다고요. 친구들 사이에선 어떤 사람인가요? 동기들 사이에선 제가 자기 관리가 되게 뚜렷한 친구로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같이 놀자, 술 마시자 하면 저는 정말 안 마셨거든요.

네? 1학년 때도요? 그때는 선배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서 갔지만, 1학년이 지나고 나서부턴 내가 관리를 해야 이쪽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술 먹으면 살도 찌고, 몸이 나태해지니까요. 그 시간에 그냥 다른 걸 하자. 그래서 정말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술도 안 마시고 놀지도 않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답답하진 않아요? 전혀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되게 어려웠어요. 근데 가면 갈수록 그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지키지 않으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켜낸 시간엔 무엇을 했어요?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정시에 일어나고. 물론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놀기도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성격인가요? 아니요. 배우라는 꿈을 꾸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그거였던 거예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면 가능하지 않을까? 남들 놀 때 나는 놀지 않고, 남들이 분석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분석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요. 남들과 다름을 가장 추구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앞서나가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과 놀면서, 일탈을 하고 술을 마시면서 경험치가 쌓이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택했을 뿐이에요.

<마스터>에서 대사 하나 없이 불쑥 등장한 우도환을 볼 때처럼, 호기심이 막 샘솟는데요? 동시에 우도환에게 이 일이 정말 간절하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네. 정말 너무너무 간절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그걸 못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인생에서 후회를 남기지 말자’가 저의 가장 큰 목표인데, 난 아직 어리니까, 젊으니까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에요.

크게 후회해본 적이 있나 보네요. 음…. 아니요. 후회를 해봤다기보다는 중학생 때부터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인생이란 뭘까’ 공원에 앉아서 서로 질문을 하면서요.

지금의 우도환에게 인생은 뭐예요? 그냥 중학교 때 내린 결론이 아직까지 유효한 것 같아요. 인생은 인생을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요. 항상 찾아가고 궁금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자체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일기 쓰는 공간이요. 책상에 앉아서 손으로 써요. 거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축구를 좋아한다는 프로필이 좀 잘못된 건 같아요. 서예가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하하. 저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요, 진짜 이번 기회에 붓글씨 한번 배워볼까 생각을 했어요. 붓으로 멋있고 예쁘게 글씨를 쓰면 어떤 느낌일까, 멋있는 영화 포스터들처럼요. 나도 한번 내 이름이라도 멋있게 써보고 싶다, 진짜 그 생각했어요.

손수건 하나 접을 때도 네 귀퉁이 정확히 맞출 것만 같은…. 아유, 아니에요. 집에 먼지 보여도 그냥 둬요.

오늘 처음 소리 내서 웃은 것 같아요. 저 말도 많은 편이죠? 좀 재미가 없긴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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