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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의 신동석 감독이 말하는 ‘아이’

2018.09.06GQ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신동석 감독은 한 아이의 경우를 말한다.

첫 장편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화이트 멀버리상을 수상했다. 개봉을 앞둔 기분은 어떤가? 긴장되지만 행복하다. 이렇게 반응이 올 줄 생각도 못 했는데, 개봉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들의 죽음 이후, 부모와 아들이 구해준 소년은 각각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과거에 지인들이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다. 혼란과 방황 속에서 긴 애도의 시간을 보냈고, 잘못된 위로는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한다는 걸 알았다. 그 후 애도의 윤리에 대해 고민했고, 누군가 죽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줄곧 썼다.

소년 기현의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죄의식과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위악적이지만 실은 사랑이 필요했던 아이. 이런 아이는 어떻게 떠올렸나? 타인의 고통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공감에서 가장 먼 인물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의 고통에 가장 공감하기 힘든 처지의 사람이 그 고통을 이해하려면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까? 처음에 기현은 부부가 겪는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부가 그를 포용하고 애정을 주면서, 사랑받고 싶은 감정을 알고, 죄책감을 느끼며, 그들의 아픔에 마침내 공감한다. 이건 이 영화가 고통에 다가서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현이 진실을 밝힌 까닭도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서일까? 그런 것도 있다. 사랑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실되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랑을 받는다 해도 그 토대가 전부 거짓이라면 기만일 뿐이니까. 기현이 갑자기 구토하는 신처럼, 그 고백은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튀어나온 거다.

기현 역의 배우 성유빈의 연기가 지극히 그 또래다워 좋다. 어려 보이는 성인 배우가 아니라 실제 그 나이의 배우가 연기를 했으면 했다. 촬영 당시 유빈이는 열여덟 살로 기현의 나이와 같다. 날것 같은 연기가 나오더라. 마지막 신에선 자기가 담아야 하는 감정 중 하나를 빠뜨렸다고, 테이크를 더 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학교 준비물을 하나 못 챙겨온 아이처럼 말이다. 복합적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였는데, 그 추상적인 걸 자기만의 구체화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구나 싶었다.

친구의 죽음에 연루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죄 많은 소녀>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감독들에게 십 대 아이들을 통해 어떤 죄의식을, 세계를 탐구하려는 연출적 욕망이 있는 걸까? 영화제를 돌면서 동시대 한국 영화를 많이 봤는데, 이상할 정도로 자식이 죽은 부부, 물에 빠져 죽은 아이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 많더라. 프로그래머도 이야기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의식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감히 극화하진 못해도, 그 고통이 무의식중에 비이져 나오는 것 같다.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인가?
여성 형사가 살인범을 쫓는 얘기인데 들리는 것처럼 장르적인 이야긴 아니고, 이해할 수 없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타인의 삶>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영화과 자기소개서에 “영화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고 썼다. 사람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벽 같은 게 있다고 하면,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창으로서 영화를 생각한다. 그런 창으로서의 영화를 쭉 만들고 싶다.

    에디터
    이예지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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