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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필’의 최영선 대표가 말하는 내추럴 와인

2018.12.15GQ

내추럴 와인이 삽시간에 와인바 전체를 바꾸는 중이다.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매년 한국에서 내추럴 와인 테이스팅 행사 ‘Salon O’를 개최하고 있는 ‘비노필’의 최영선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Q. 내추럴 와인을 삐딱하게 볼 때, 흔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 혹은 오해 몇 가지를 먼저 묻고 싶다. 독특한 향 때문에 “맛이 없다”, “맛이 일정하지가 않다”고 말하는 문제는 어떤가?
A. 누군가에게 독특하게 맛이 없는 부분은 한결같이 맛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개인의 취향으로 볼 때 “맛이 없다”고 하는 부분까지 내추럴 와인이 가진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포장하면 안될 것 같다. 차라리 이런 표현은 어떨까? 회사 근처에서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찌개로 늘 점심을 먹다가, 어느 주말 근교 사찰을 찾아 사찰 음식으로 점심을 한다면, 그 맛이 어떨까? 아무런 인공 가미를 하지 않은 맛이 처음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맛이 일정하지 않다는 건, 일반 와인처럼 안정제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경우도 있어서일까?
A. 첫 거래를 시작하는 와인 수입사에 늘 간곡하게 요청하는 사항이 있다. 유럽에서 배를 통해 한국에 도착하는 경우, 모든 배는 상당 기간 동안 적도를 통과하게 되고 이 기간 동안 와인은 끓어 넘치는 등 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내추럴 와인은 가격과 관계없이 무조건 냉장 컨테이너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 컨테이너 하역 작업 시 열에 노출될 염려가 있는 4~9월까지는 냉장 컨테이너가 꺼질 비상 사태에 대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유통 시 서늘한 계절을 제외하고는 냉장차를 이용해야 한다. 간혹, 정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한국으로 운송되고, 역시 세심한 주의하에 각 업소로 배송되어 소비자를 만나는 내추럴 와인은 프랑스 현지보다 상태가 좋을 때도 있다. 마셔보고 깜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

Q. 세심한 유통만큼이나 유통 후의 와인의 안정화도 중요한데, 안정화에 실패한 내추럴 와인에서는 대체적으로 어떤 맛이 나나?
A. 열화되어 생기를 잃고 밸런스가 깨진다. 섬세한 변화라 눈치를 못 채는 경우도 있지만, 내추럴 와인 본연의 활력은 사라지는 셈이다. 사람도 긴 여행을 마치면 휴식을 취해야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듯이, 흔들리는 차 등 이동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와인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균형감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내추럴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며칠 혹은 몇 주(움직인 정도에 따라)정도 와인 보관이 최적화된 곳에 놓아뒀다가 마셔야 한다.

Q.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인지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으로 일반적인 평가가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A. 사찰 음식도 사찰마다 맛이 다르듯 내추럴 와인도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아 해마다 맛이 많이 다르지만 고유한 스타일은 있다. 그래서 그 스타일과 맛에 대해서는 당연히 평가가 가능하다. 프랑스에는 2~3종의 내추럴 와인 리뷰 잡지도 있다. 내추럴 와인은 분명 와인이고, 사실 더욱 와인인 셈이다.

Q. 내추럴 와인은 양조 과정이 특별한 와인을 묶어 부르는 카테고리다. 일반 와인처럼 집집마다 맛이 다른데, 그럼에도 ‘내추럴 와인의 맛’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맛이 있을까? ‘Earthy’하다, 펑키하다 등의 표현들을 쓰기도 한다.
A. 살아 있는 유기물에서 오는 생기. 처음엔 익숙하지 않지만, 마시다 보면 차이가 느껴진다. 맛은 매우 주관적이며 개개인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오히려 기존의 일반 와인들에 대한 상식이나 경험이 적을수록, 내추럴 와인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것 같다. 특히나 20~30대 젊은 층의 소비가 두드러지는데, 이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Q. 내추럴 와인은 오픈 후에도 맛이 꼿꼿하게 오래 가는 편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정말 그런가?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A. 일반 와인도 그렇듯이 내추럴 와인도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만든 와인이 있고,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빠른 숙성을 거쳐 상대적으로 값이 합리적인 와인이 있다. 포도를 수확해서 병입까지 3~5년, 나아가 7~8년이 걸리는 장기 숙성을 거친 내추럴 와인들의 생명력은 어마어마하다. 병을 오픈하고 그대로 방치해둔 채 한달 혹은 몇 달을 그대로 살아 있는데, 사실 그 이전의 긴 숙성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짧은 숙성기간을 거친 와인들은 그렇지는 않다. 간혹 좋은 테루아의 생명력을 지닌 단기 숙성 와인들은 오픈 후 며칠간 잘 버티기도 하지만, 일반화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살아 있는 내추럴 와인은 아무리 숙성을 짧게 했더라도, 안정제를 듬뿍 넣은 죽어 있는 와인과 그 생명력이 확연히 다르다. 오픈 후 몇 시간 지나면 바로 생명을 잃고 마는 일반 와인보다는 훨씬 길다고 볼 수 있다.

Q. 유독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내추럴 와인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
A. 사실 지금껏 말한 오해는 종주국인 프랑스의 10여 년 전의 모습과 같다. 시장이 성숙하면서 그런 오해나 편견이 사라지는 것일 뿐, 초기 시장의 모습은 거의 유사한 듯하다. 프랑스는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대략 15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이다. 유기농 음식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와인은 아닌 셈이다.

Q. 그리고 여전히 ‘내추럴 와인’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3년 전,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내추럴 와인이란 포도밭의 유기농법을 포함해 양조장에서 양조하는 과정에서의 첨가물마저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양조하는 철학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썼다. 혹시 인증제도의 논의는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리고 소량의 So2의 첨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그 정의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o2 첨가량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So2를 전혀 넣지 않는 양조가들은 그 작업의 지난함을 다 겪어내고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와인에 대해 내추럴 와인이 아니라고 비난 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다. 하지만 포도의 상태나 발효의 상태 등에 따라 아주 극소량만 넣은 경우, 병입 시에만 극소량을 넣은 경우는 대부분 인정하는 추세다. 인증제도는 논의가 되고 있지만, 인증제도라는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Q. 혹시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내추럴 와인들이 어떤 경향성을 가진, 특정한 스타일의 것들인지 궁금하다. 충분히 다양한 스타일의 내추럴 와인이 수입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더불어 간혹 한국의 내추럴 와인 바에서는 하나의 수입사가 취급하는 와인만으로 리스트를 꾸리는 식의 일도 잦다.
A.지금 한국의 내추럴 와인 수입과 유통은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거의 모든 스타일의 내추럴 와인들이 수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한 와인바에서 특정 수입사의 와인으로만 리스트를 채우는 것은, 일반 와인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 경우는 한 수입사가 충분히 다양한 와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에디터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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