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한국 다이빙의 에이스, 우하람

2019.05.08GQ

우하람은 멋지게 떨어지는 법을 터득했다. 뛰어내리는 게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른다는 각오로 도약한다.

김천실내수영장은 ‘첨벙’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훈련 중인 다이빙 선수들이 우르르 물로 뛰어들었다. 듣고 있으니 입수할 때 나는 소리는 모두 달랐다. 터엉, 타앙, 철썩, 철푸덕. 그 중에서 ‘촥’하고 스타카토처럼 짧게 끊어 치는 소리가 무엇보다 경쾌하게 들렸다.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입수. 우하람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샤프한 소리가 나야 보기에도 좋아요.” 물에서 나온 그가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의 우하람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역대 최연소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한국 다이빙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3년 전, 올림픽에 첫 출전해 한국 다이빙 최초로 결승에 올랐고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톱10’에 들었다. 이미 기량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다이빙은 떨어지면서도 화려함을 놓치지 않는 스포츠다. 우하람은 앞으로 두 바퀴 반을 돌면서 세 차례 몸을 비트는 기술을 구사할 줄 안다. ‘할 줄 안다’고 표현한 건 전 세계를 통틀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자부해요. 다이빙은 멘탈과 노력이 중요해요. 기술을 얼마나 섬세하게 해내냐의 싸움이거든요. 연습하는 만큼 결과가 나와요.” 일일이 세어보지 않았지만 이날 우하람은 백 번쯤 다이빙대의 계단을 올랐던 것 같다. 물론 계단으로 다시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 “경기에 나서면 점프 직전 아무 생각도 안 해요.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꼬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몸에 맡겨요.”

10미터 플랫폼 끝에 발을 걸치고도 무서울 게 없는 우하람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은 생각에 골몰하는 중이다. “국제 대회는 정말 작은 차이에서 성적이 갈려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참 어려워요.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아요.” 아쉬움보다 으스대지 않는 열의가 느껴지는 뉘앙스였다. 오는 7월, 광주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우하람은 자신의 네 번째 세계선수권대회를 홈 팬들의 응원 속에서 치르게 됐다. 이게 미묘한 차이를 좁혀줄까? “분위기가 진짜 중요해요. 다른 나라에서 경기를 치르면 현지 관객이나 중국 응원단에 위축되기도 해요. 이번에는 다를 것 같아요.” 외롭게 싸워온 우하람은 팔 마디의 물기가 마르기 전에 다시 물로 뛰어들었다.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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