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을 그리려거든 붓이 있어야 한다. 그 부드러움을, 그 방탕함을, 비열함을, 광기를…
르네 클레망 <태양은 가득히> 1960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이클립스> 1962
장 피에르 멜빌 <르 사무라이> 1967
오직 20세기에만 가능했던 게 있다. 테크놀로지 얘기가 아니다. 어떤 인간과 그 인간이 표현해낸 펜으로는 안 된다. 너무 거칠다. 그의 얼굴을 그리려거든 붓이 있어야 한다. 그 부드러움을, 그 메마름을, 그 결기를, 방탕함을, 비열함을, 광기를, 광채를 그리려면 끝내 붓이어야만 한다. 20세기 남한에서 극장 간판을 그리던 이들도 알랭 들롱(과 신성일)을 그릴 때 가장 어렵고도 즐거웠다 하니, 곧 매혹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태양은 가득히>는 스물다섯에, <이클립스>는 스물일곱에, <르 사무라이>는 서른둘에 찍었다. 그야말로 20세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미남의 3부작이다.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