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설계하긴 해야 하니까, 버티더라도 뭘 알고 버티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돈은 어떻게 버는 거냐고, 경제 전문가 선대인에게 대놓고 물었다.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하게 느껴지는가? 삶이 지금보 다 윤택해질 거라는 기대가 거의 없다. 그건 대다수 가계가 실제로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할 거다. 그래도 경제는 2~3퍼센트씩 성장한다고 하니까. 하지만 전체 가구가 경제 활동을 해서 성장한 것이 그 정도다. 가구 숫자는 계속 늘어나니까, 가구당 혹은 1인당 소득은 성장률이 더 떨어진다. 대다수는 소득증가보다 비용 증가를 더 많이 느낀다.
비용이라면, 살아있는 한 쓸 수밖에 없는 돈을 말하는 건가? 소득 계층별로 10개 그룹으로 나누면 하위 80퍼센트 그룹은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다. 하위 30퍼센트 정도 그룹은 실질 소득이 줄었다. 심각한 양극화다. 2~3퍼센트 성장은 대부분 상류층에서 한다. 대부분의 중산층과 중하위 계층은 실제로 가난해지고 있다.
소주, 음식물 쓰레기 봉투, 양파, 두부, 다 올랐다. 생필품 종류의 상승률은 더 높다.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건 좀 의아한 얘기다. 여기에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다. 고비용 구조의 핵심은 부동산과 사교육이다. 부동산 가격은 좀 떨어질 만하면 정부가 무리한, 심지어 부채를 동원한 부양책을 쓴다. 사교육비 가계 지출이 줄었다고들 하지만, 그건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실제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단가가 떨어진 게 아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은 상류층에 집중돼 있고 부동산, 사교육비 중심의 고비용 구조가 해소가 안 된 상황이다. 그러니까 늘 쪼들린다는 느낌이 드는건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에 중산층이 있긴 한가? 이제 거의 판타지 같은 단어다. 보통 한 사회의 중위 소득을 100으로 보고 50퍼센트에서 150퍼센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그렇게 봐도 중산층은 점점 줄어든다.
일이 없고 저녁이 있으면 오히려 불안한 삶,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으니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은행에 넣어둔 돈은 늘어나지 않고, 부동산은 너무 비싸다. 역시 주식인가? 하지만 거기야말로 혼탁한 판 아닌가? 결국 지피지기다. 준비부터 해야 한다. 공부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단칼에 죽는다. 한국은 투자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경제 자체, 일자리,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 생활 경제를 꾸려 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 혹은 금융상품을 팔아야 하는 금융업체와 이해관계가 닿아 있는 사람들, 언론이 그 점을 파고든다. 다 틀렸다는 건 아닌데, 많은 정보에 그들의 이해관계가 다 섞여 있다. 그 말을 잘못 들으면 큰일 난다. 한국은 지금 저금리 저상장 시대다. 아무 데나 투자해서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경제지의 경우 광고수익 때문에 금융업체의 이해관계와 닿아 있는 기사를 많이 싣는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거다. 자기가 자신이 없으면 내 돈을 잘 불려줄 수 있는 객관적인 전문가를 잘 찾으면 되는데, 한국에는 그런 사람도 별로 없다.
은행에서는 뭘 자꾸 가입하라고 하고, 그건 또 다 알파벳 약자로 돼 있다. 펀드도 뾰족한 대안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것 말고는 더 위험해 보이고. 아예 원금이 깎이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뭔가를 안다는 건 일단 내가 돈을 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5천원이든 1천만원이든 한정된 돈을 갖고 성공 가능성과 수익률이 높은 쪽에 투자해야 한다. 그걸 선별해내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 굉장히 많은 펀드가 안정적인 한국 주력 산업에 투자하라고 한다. 지금 뭐, 굉장히 안정적이다. 안정족인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고객은 안정적으로 돈을 잃고 있다. 그러니까 개인이 공부해야 한 다. 일단 시장에 들어가서 좌충우돌 깨지면서 배울 수도 있지만 좋은 선생님, 좋은 교재 만나서 공부하면 훨씬 효율이 높아진다. 실패의 비용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선대인의 빅픽처>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당신이 딱 잘라 “말도 안 돼는 소리다”라고 쓴 부분이었 다. 어떤 경제신문을 인용한 후에. 요즘 기자들은 객관적이지 않은 것을 많이 쓴다. 따져봐야 한다. 언론이 보도했다고 해서 믿으면 안 된다. 나는 국내외 경제의 데이터를 확인해 어떤 흐름을 파악하는 훈련이 돼 있다.
이제 정말 주식뿐인가? 무조건 주식을 하라고 책을 쓴 건 아니다. 다만 일반인이 어떤 투자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여러 가지가 있다. 환투자, 외환시장의 파생상품 거래…. 그런데 나도 굳이 그렇게 안 한다. 그런 투자는 많은 정보와 판단이 필요하다. 늘 긴장해야 한다. 되게 피곤하다. 일반인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가? 그건 답이 아니다.
주식은 안 그런가? 잘 접근하면, 주식은 충분히 할 만하다. 일반인이 그래도 쉽게 생각하는 게 부동산과 주식 아닐까? 하지만 부동산은 소득 여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을 거다. 게다가 부동산은 내가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접근함에 따라 실제로 주택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돈이 되겠다 싶어서 집을 두세 채씩 막 사 모으면 그 사람은 좋을지 모르지만, 정작 진짜 집이 필요한 사람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 주식은 자기가 참여해서 제대로 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손해도 자기가 감당하고 만다. 주식투자를 안 하는 대다수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 지분만큼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뜻이다. 주식을 사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의 자금 조달에 기여하는 거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한국 경제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대상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좋은 종목을 선별해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그러면 혼탁한 판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나? 성장형 우량주라는 표현을 한다. 단기적 등락이 있더라도 길게 보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주가가 항상 직선으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오르다가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회사는 금방 망하거나 도태되지 않는다. 주춤하기도 하고 뒷걸음질 할 때도 있지만 결국 다시 오른다. 한국 시장이 워낙 조급해서 5년, 10년을 잘 못 기다리지만 기본적으로 장기 가치 투자가 맞다. 내 책 뒤에 추천한 책 중 몇 권만 정독해보면 ‘아, 주식투자란 이런 거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나도 그랬다. 나는 원래 투자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니까 해봤다. 공부부터 했다. 그랬더니 좀 보였다. 그것을 데이터로 확인도 했다. 나는 데이터를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주식은 장기적으로 보면, 근본적으로 망할 기업만 아니면, 대체로 좋은 종목 골라 놔두면 우상향한다.
시행착오가 없었나? 초반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40퍼센트였던 적도 있다. 그러면서 배웠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은 수익률이 작은 경우에도 몇 십 퍼센트씩 났다. 일단 공부를 해야 한다. 책 뒤에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을 써놓은 이유다. 자기 수준에 적합한 책만 골라 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서점에 가면 정말 헛소리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채워놓은 책이 70~80퍼센트다. 한국은 기술적 분석, 차트 분석을 심각할 정도로 많이 한다.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에 그 실체에 대해 잘 정리돼 있다.
차트라는 건, 경제 전문 TV에 누가 나와서 막 전망하는 그 그래프? 다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소리 믿으면 10번 중에 8, 9 번은 잃게 돼 있다. 그건 투기다. 한국에 그런 성향이 있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테마주처럼 실체 없는 것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 휩쓸리지 않으면, 그 시장 안에서도 전혀 관계없다. 투자는 내가 이 기업과 결혼한다, 이 기업의 경영인과 내가 아주 작은 지분이라도 동업을 한다는 뜻이다.
여력이 없다면? 무조건 하라는 게 아니다. 소액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 공개 시장에서 딱 한 주 산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를 왜 하는지를 이해한 후, 투자 성향과 개인의 상황도 생각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 건지까지 계획한 후, 윤택하게 살고 싶을 때 필요한 자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스스로 판단해서 적절한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제대로 할 수 있다.
- 에디터
- 정우성
- 일러스트
- 문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