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건설 현장 근무자가 말하는 ‘몸’

2016.03.05GQ

이범석

직업 키다리 아저씨 인테리어

나이 44세

188cm

몸무게 110kg

“전기 7년, 바닥재 7년, 목재 7년 했어요. 전기 자동 제어 기술자로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인테리어가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키다리 아저씨’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시공 기간을 감안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하고, 나머지는 경력직 사람들을 써요. 그라인더에 손가락이 잘린 적도 있고, 위험한 순간이 숱하게 있지만 그렇게 힘쓰는 일은 아니에요. 저는 기술이 재밌어서 정신없이 일한 쪽이죠. 아무래도 상가 인테리어하기 전 철거가 제일 힘들어요. 크레인도 써야 하고, 용접도 해야 하고, 작업 환경도 열악하고. 팔 근육이 안 붙을 수가 없죠. 직업에 맞는 몸이 돼가요. 몸은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요. 하하. 키 크고 힘 좋으면 두 사람이 할 일도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좋죠. 취미 삼아 헬스를 한 적은 있어요. 6년쯤? 2백 킬로그램 넘게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젊었을 땐 몸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했어요. 이젠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해야죠. 배가 많이 나왔잖아요. 맨날 술을 마시니까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술을 안 마실 수도 없고요. 우리끼리 술로 씻어낸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일할 때는 안 마셔요. 배도 나오고 그리 볼품은 없지만 펑퍼짐한 옷도 안 입고요. 기계 쓰는 사람들은 항상 조심해야 돼요. 홍보는 전혀 안 하고 손님이 소개해준 분들의 의뢰만 받아요. 현장마다 최선을 다하면 인연이 이어져요. 이 일은 정년이 없는 게 참 좋아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일해야죠.”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황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