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2017.03.12GQ

포토 저널리스트 신웅재는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기록했다. 과연 대학살, 빈곤, 아동 노동, 기아는 지구에서 해결될 수 있을까? 대답 없는 질문들은 계속된다. 목격과 증언을 통해. 그리고 사진이 사유와 행동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며.

르완다 | 대학살 1994년 4월 6일. 르완다의 하뱌리마나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의문의 로켓포에 격추당한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투치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던 라디오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진다. “팡가(풀을 벨 때 사용하는 긴 칼)와 총을 들고 일어나라. 바퀴벌레들을 몰살시켜라!” 후치족은 투치족을 말살했다. 마을에서,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병원에서,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이후 3개월간 80만 명에서 1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투치족이 학살당했다. 학살의 흔적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르완다 땅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수도 키갈리 Kigali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냐마타 Nyamata 교회에는 이곳에서 살육당한 약 5만명의 투치족의 피 묻은 옷가지, 유골들이 그대로 보존, 전시되어 있다. 벽에는 핏자국이, 바닥과 곳곳에는 총알 자국들과 수류탄들이 터진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다. 살육은 성모 마리아의 눈 앞에서, 예수의 성체를 모신 성체 함앞에서 자행되었다.

 

미얀마 | 빈곤 미얀마 낭쉐 Nyaung Shwe의 아이들은 쓸 만한 물건들, 재활용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가끔 음식 쓰레기가 쏟아지면 아이들이 몰려들어 먹을 만한 것을 찾기 위해 그 더미 속을 헤집는다. 이 쓰레기 투하장은 유네스코 생물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풍광의 인레 Inle 호수 근처 고급 호텔에서 도보로 불과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아름다운 호수, 늘어나는 관광객,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이 그려내는 부조리한 풍광. 최근 미얀마에선 실질적인 권력자인 아웅 산 수치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녀는 미얀마의 국부인 아웅 산 장군의 딸이자, 민주화 운동 지도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지만 미얀마에서 최고 권력을 손에 넣은 후 돌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웅 산 수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 한국에서도 그 누군가가 몇 년 전에 비슷한 말을 했다.

 

볼리비아 | 아동 노동 광산에서 일하는 알베르토는 갱도가 무너져 죽을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계속 일해야 한다”고 답할 뿐이다. 올해 열 살인 이 소년은 3년째 볼리비아 포토시 세로 리코 Cero Rico 광산촌에서 주석, 은, 아연을 찾아 캐내고 있다. 2014년, 볼리비아 정부는 10세 이상 14세 이하 아동의 노동과 고용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아동 노동은 볼리비아에 이미 존재하며, 이를 없애는 것은 사회 통념에 반하는 일이다.” 사회 통념의 뜻은 다음과 같다. ‘널리 퍼져 있는 건전한 상식’. 알베르토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말라위 | 기아 열여섯 살 조셉은 하루 종일 빈 물병을 들고 다닌다. 물 마시는 시늉을 하면 갈증이 가시는 것 같아서다. 아버지는 오래전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어머니는 재작년에 막내 동생을 낳고 세상을 떠났다. 15개월 된 막내 아이삭은 국제구호단체의 비상식량 지원 덕에 영양실조 상태에서 회복했다. 그나마 5형제를 함께 돌봐주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할머니와 함께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에는 못 가지만 가끔 동네 친구들과 가죽 껍데기 뭉치로 축구를 하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1인당 GDP 266불, 에이즈가 만연하고 기대수명은 54세에 불과한 가뭄의 땅 말라위에서 조셉은 살고 있다. 살아야 한다.

    에디터
    신웅재
    포토그래퍼
    신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