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각자의 목소리로 외치고 항의하고 요구해서 열매까지 맛 보았던 한 해였다. 그러니까 하나의 목소리는 단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GQ >는 올해도 < GQ >로서 한 해를 치밀하게 돌아봤다. 편향과 편애로 무장하고 따졌다. 그리고 이것은 2017년 < GQ > 어워드다.
올해 문소리는 스크린 안팎을 종횡무진했다. 첫 연출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여배우 ‘소리’ 역으로 출연한 문소리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한다. 경력 18년 차에 국제영화제 수상 다수, 연기로 더 인정받을 것도 없는 여배우는 “죄다 조폭 아니면 형사인 한국영화”에서 맡을 역할이 없어 울분을 토하고, 제작자와 술자리 합석을 한 뒤 화장실에서 몰래 분노의 파운데이션질을 해대고, 짬짬이 시어머니 수발과 아이 돌보기, 어머니의 임플란트 할인 때문에 치과 의사와 사진을 찍는 고단한 일상을 산다. 먼저 1막에서 여배우란 환상을 지근지근 깬 감독 문소리는 배우 문소리의 삶을 자기 연민 없이 산뜻한 유머와 균형감으로 관조한다. 이윽고 3막에 이르러 한 발짝 나아가 슬쩍 던지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변화구까지 받고 나면, 연출 입봉작치고는 너무 훌륭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이 영화는 자신이 누군지 알고, 연출하고 연기할 수 있으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감독이자 배우인 문소리에게 올해의 영화인이라는 칭호가 아니면 뭐가 있을까.
- 에디터
- 손기은, 정우영, 이예지, 이재현
- 일러스트레이터
- kimi&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