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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만 관심 있는 한국 남자

2018.01.26정우영

개그맨 안영미의 말처럼, 한국 남자가 여자의 신체에서 “딱 세 군데만 관심 있는” 이유는 뭘까?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의 강동우 교수가 답했다.

제가 예전에 안영미 씨가 한 말을 약간 다르게 한 적이 있어요. 저도 한국 남자는 세 군데밖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가 방송국에서 경고 먹었거든요. 하하. 저는 입술, 가슴, 성기(안영미의 경우 가슴 양쪽과 성기를 일컬어 “세 군데”)를 꼽았어요. 늘 나오는 얘기지만 한국 남자들에게 성교육이 부재한 걸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따로 시간을 내서 성에 대해 배운다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죠. 성장기에는 입시에 시달리고 결혼 전에는 취업과 회사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남자들이 가장 많은 주의를 듣는 게 뭐예요. 성에 관한 것이죠. 참고 멀리해야 한다, 널 망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말들이요. 하지만 성은 생명이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이 과정에서 모순이 발생해요. 내가 성적으로 원하는 것은 부정적인 것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 남자가 성교육 강의 대신 보는 게 뭔가요. AV, 그것도 서양이 아닌 일본의 AV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서양 AV에도 물론 천박한 게 많지만 그것 이상으로 차분하게 상대방과 관계하는 AV도 많거든요. 하지만 일본 AV 중 그런 작품 생각나는 거 있어요? 일본 AV에는 열등감이 깔려 있어요. 일본 AV에는 한 명의 여자를 여러 명이 상대한다거나 일대일의 관계에서도 딜도를 쓴다거나 여자를 성적으로 제압하는 작품이 많죠. 정신분석학적으로 이것은 홀로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 남자들이 성교육 경전으로 삼는 건 열등감에서 출발하는 성관계인 거죠. 섹스가 교감이 아닌 승부처럼 변질된.

의학적으로 남녀의 뿌리는 같아요. 여자의 클리토리스에 해당하는 게 남자의 귀두라고 볼 수 있어요. 단지 서로 다른 성호르몬 때문에 분화된 거예요.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성감대가 있고, 여자에게 그곳이 가슴과 성기인 건 맞지만 성감대는 신체의 어떤 곳이나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제각각이에요. 가슴과 성기에만 집착하는 남자는 볼륨만 조절하면서 음악을 듣는 거예요. 하지만 섹스는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면서 음악을 듣는 행위죠. 간지러움을 느끼는 곳이 있다면 잠재적인 성감대라고 보거든요. 그런 곳을 서로 찾아가면서 시도하고 나눠야죠. 보통 페티시즘은 여자의 발목 굵기처럼 뜻밖의 사실에 집착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슴과 성기에 대한 집착도 페티시즘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봐요. 한국 문화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오히려 매우 특이한 종류의 페티시즘인 거죠.

이런 환자가 있었어요. 아내와 섹스하기 전에 꼭 포르노를 보면서 혼자 발기하고 그다음에 바로 삽입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남들은 아내와 하지도 않는데 다행인 줄 알아라’, ‘절세미인이 되어 다시 태어나면 노트북을 켜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뻔뻔한 남자였죠. 특정 조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관계에서도 좋을 게 없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그를 불구로 만드는 것이기도 해요. 예컨대 신체적인 이상에서 오는 발기부전 못지않게 상황적 발기부전도 흔하거든요.

이제 국제결혼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보니 국제결혼한 부부도 상담 받으러 많이 와요. 외국인 아내들이 한국 남자들에게 가지는 불만은 대체로 네 가지예요. 첫째, 스킨십을 안 한다. 둘째, 스킨십을 할 줄 모르는 건지 하기 싫은 건지 붓질하듯이 슥 지나가고 만다. 셋째, 성관계 시 하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넷째, 삽입해서 섹스하다가 멈춘다거나 속삭인다거나 애무로 돌아가는 경우가 아예 없다. 시작과 끝이 정해진 것처럼 일방통행이다. 하하. 한국 남자들에 대한 참 생생하고 적절한 지적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섹스가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에 덧붙여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가슴과 성기는 목적지가 아니에요. 차라리 길을 잃은 상태에 더 가깝겠네요.

    에디터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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