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내 생각이라고 여겼던 그 의견은, 사실 내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2019.06.12GQ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정당을 따를지,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견 형성 능력은 여론을 향해 우리를 밀어 넣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당신은 지금 동료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평원에 있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들이 마구 날뛰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다음 중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a) 그들이 도망가는 이유와 증거를 조사한다 (b) 도망간다. 만약에 (a)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불순응주의자이다. 당신이 불순응주의자여도 상관없지만, 결국 그 순간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집단생활은 옛 선조들이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만약 당신을 제외한 집단 모두가 얼룩말 사냥을 하고 싶어하는데, 당신은 영양을 잡고 싶어한다고 가정해보자. 부족은 당신의 독단적인 행동에 싫증이 나서, 결국 당신을 추방하려 할 것이다.

우리가 사회에 순응하고 따르려는 이유는 그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셜 미디어가 이데올로기적인 집단사고를 과급하면서 ‘순응’도 복잡성을 띠게 되었다. 대학의 교수이자 오바마 전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저명한 법률학자였던 캐스 선스타인이 자신의 신간 <컨포미티(Conformity: The Power of Social Influences)>를 집필하게 된 이유다.

선스타인 교수는 아주 놀랍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의 일부 사람들이 빨간색을 초록색이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결국 빨간색이 초록색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책을 읽고, 심지어 어떤 정당을 따를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견 형성 능력은 여론을 향해 우리를 밀어 넣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그게 늘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선스타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잘 따르고 잘 순응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인간의 영혼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것을 부숴버릴 수도 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형성한다고 믿고 있지만, 여러 방면에서, 우리는 거의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책을 쓰면서 발견한 아주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우리가 믿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가 신뢰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이 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조지 워싱턴이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리고 원자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입자가 있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사람이나 처음 엘리베이터를 탔던 사람.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가 알려주었던 정보나 행동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여 신뢰하며 따른다. 우리는 지식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대부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던 것들에 의심을 품고 스스로 확인하려 한다면, 단 하루도 쉽게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책에서 ‘인간의 영혼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것을 부숴버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지 알려달라.
회사의 한 직원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스스로 창조한 정말 귀중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에게 빨리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회사에서 그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다른 동료들에게 말할 기회도 잃게 된다.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진다. 순응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방적이지 못한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2년, 3년 혹은 4년 정도만 그곳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조직이 이 사실을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말했던 ‘사회적 폭포현상(Cascade)’을 정의한다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따를 때, 그 이유가 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람이 그 정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첫 번째로 말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게 되는 현상을 사회적 폭포현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세 명의 사람과 함께 있다고 가정해보자. 둘은 새로 개봉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어벤져스 시리즈는 환상적이야!” 세 번째 사람은 아마도 그 영화가 나쁘지는 않은 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이 이미 환상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견해를 비판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동의하게 될 것이다. 아마 자신의 의견이 틀렸고 그들이 맞았을 거라는 생각과 혼자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정말로 어벤져스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셋은 그 영화가 환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그룹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그 영화가 별로였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 결과, 한두 명이 먼저 어벤져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따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례도 겪어봤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두 개의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세번째 과목에서는 잘하지 못했지만, 그 과목의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다른 두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니, 나도 좋은 점수를 줘야겠군.” 이 같은 현상은 취업 시장에서도 적용된다. 만약 두 군데 정도에서 좋은 오퍼를 받았고, 다른 회사에서 이 사실을 들었을 경우라면 당신은 수많은 오퍼를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초반에 어떠한 오퍼를 받지 못했던 지원자라면, 결국, 실력과 관계없이 좋은 오퍼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회사는 폭포현상으로 인해 초반에 여러 오퍼를 받았던 사람을 마음에 들게된다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라고.

개인적으로 책에서 나온 질문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질까?”
만약 모두가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있다면, 삶은 아주 곤란해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주제의 영화도 몇 편 있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얘기도 듣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당신의 옷이나 당신이 방금 한 말 혹은 당신의 파트너에 대한 그들의 생각 등 원치 않은 말들을 계속해서 듣게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예의 바르고 올바른 말을 하기 위한 자체 검열 시스템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 시스템이 붕괴된다. 여러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1%~15% 정도만 노출해야할지도 모른다.

믿을 만한 정보의 출처가 있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더 이상 어느 정보가 믿을 만한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여론을 통솔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인데, 그 외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만 내세운다면, 문제 있는 게 않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밖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시간을 물어보자. 설마 시간 가지고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3시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3시라고 그대로 믿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진화나 문화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신뢰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반면 사리사욕이나 정치적인 동기 혹은 어떠한 분노가 있을 때, 쉽게 타인의 말을 믿지 못한다. 나는 헌법학자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좋은 기사 거리가 읽을 때, 종종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아니야, 잘못된 판결이야.” 그들은 수만 가지 케이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 안전이나 환경 보호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다. “오 맞아, 그렇지”라고 하면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듣는 모든 것들을 항상 신뢰할 수 없다고 느낄 때면, 아주 골치 아플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민주당과 부시 대통령의 반대파로,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곳에서 6개월간 근무한 후에, 내가 가장 싫어했던 부시 정부에 대한 것들 중 2/3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이전에는 그저 사람들이 한 루머나 얘기에 순응했을 뿐이었던 거 같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그는 사람들의 소문 만을 듣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아마존은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접속했을 때 그 제품군들을 보여준다. 당신의 세상이 아마존 같은 커뮤니티에 의존하고 있다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마음속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자. “여기는 내 커뮤니티지만, 이건 잘못된 거야.”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 속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보면 좋다. 그러한 시도가 당신이 정치 성향이나 음악에 대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은 책에서 이 세상이 순응과 따름에 지배 당한다고 말했다. 그 의견이 유익할지라도 반대 의견이라면 묵살당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불건전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득실한 곳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우리 각자가 신뢰 할 수있는 것을 우리 자신의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즈 같이 흥미로운 정보 제공자들이 있다. 뉴욕타임즈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월스트리저널을 싫어하고, 반대로 월스트리트저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뉴욕타임즈를 싫어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목소리를 가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들 모두는 자신의 기준에서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를 싫어하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선호하는 사람이, 뉴욕타임즈를 읽는 것은 긍정적일까?
물론이다. 뉴욕타임즈를 혐오하는 사람이 그것을 읽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란 어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생각이다. 뉴욕타임즈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이 그것을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다른 견해나 토픽을 배워보기 위한 시도는 아주 좋은 도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같은 선상에 있는 정보가 있을 때에만 자신들을 드러낸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그들과 다르다면 그 그룹은 나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그룹 내의 사람이 그들과 반대편에 있는 정치 견해를 읽는다는 사실에 생각보다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무조건 같아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순응과 인간 행동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오늘날 세상의 흐름을 탐구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우려하는 점 하나와 반대로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면 무엇일까.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종족중심주의이다.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그 외의 부류로 나누어서 서로를 자극하며, 결국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추방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생각하는 희망적인 점은 인간은 다른 구성원들의 공통성과 괜찮은 점을 인식하는데 아주 빠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자신과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미소와 서로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이 함께할 것이다. 그 미소와 인식이 내가 생각하는 밝고 희망적인 빛이다.

    에디터
    글 / 클레이 스키퍼(Clay Skipper)
    일러스트레이터
    앨리샤 태턴(Alicia Ta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