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SBS KPOP CLASSIC’ 채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방송된 SBS 인기가요 방송분을 차례로 스트리밍해 우리의 시간 여행을 돕는다. 실시간 채팅창을 불 붙게 한 그때 그 시절 키워드를 골랐다.
우선 감상 2001년 1월 ~ 2001년 12월 / 우선 감상 1998년 2월 ~ 1999년 12월
파격무대
파격의 파격을 거듭하는 특별한 콘셉트 무대는 인기가요만의 자랑. ‘바꿔’의 주인공 이정현이 레이디 가가도 울고 갈 콘셉트 퀸. 이정현은 메탈릭한 불사조 날개를 달고 무대에 등장하는데, 심지어 이 날개가 분리까지 되면서 댓글 창을 불 태웠다. 샤크라는 ‘한’을 부르며 부다의 환생인 양 부처님 분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구피는 ‘쇼크’라는 곡을 통해 무려 얼굴 전체에 은박칠을 하며 저 세상 무대 분장을 보여줬다. 그 시절이었으면 노라조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노라조 저리 비켜!
탑골 OO
200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친구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울 거다. 이들은 이왕 탑골 공원 정문으로 들어온 김에, 등장하는 모든 가수들을 현재의 누군가와 비교하며 논다. 스페이스 A 루루는 탑골 제니, 백지영은 탑골 청하, 김현정은 탑골 에일리, 핑클은 탑골 블핑으로 부르는 식이다. 참고로 시원한 가창력의 박미경은 탑골을 넘어 구한말 청하로 불린다. 또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으로 윤계상을 기억하는 까닭에 지오디는 ‘장첸 소년단’이 됐다.
MC 패션
안재모와 김민희, 이동건과 김규리, 김진과 김소연이 짝을 이뤄 MC를 맡았다. 이들은 ‘솔’도 아닌 ‘시’ 톤으로 세기말 방식의 진행 실력을 보여준다. 때로 MC 특별 무대라고 해서 쿨의 노래도 소화해야했다. 배우 김효진과 신민아가 인기가요 차트를 분석하는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점잖은 배우로 활동 중인 배우들의 앳된 모습이 신선하다. 머리를 끝부분만 염색하고 크롭트한 상의로 발랄함을 선보인 김민희, 그 시절에도 성숙하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김소연, 눈가에 흰 펄을 흩뿌려 놓은 <키키> 모델 시절 신민아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기말 감성
노스트라무스의 예언도 그렇고 컴퓨터 바이러스인 Y2K도 그렇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무렵 은 뭔지 모르게 참 흉흉했다. 자연스레 문화 속에도 세기말의 감성이 스며들었는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불안함이 ‘미래에서 온 테크노’로 발현되곤 했다. 앞서 언급한 탑골 가가 이정현도 테크노 여전사로서 맹활약을 했으며 H.O.T나 젝스케스, 핑클 등도 한번쯤 이 ‘미래 전사’ 콘셉트를 선보여야만 했다. 펄이 잔뜩 들어간 메이크업과 금속 장신구들이 세기말 인기가요를 대변한다.
과감한 카메라 워크
장정진 성우의 비염 섞인 소개와 함께 힘차게 시작하는 인기가요의 무대는 지금으로선 보기 힘든 과감한 카메라 워크로 ‘방송 앵글의 새 장’을 열었다.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럽게 가수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말 그대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하도 왔다 갔다 정신없는 통에 일부 가수들은 아예 카메라를 잡고 고정 시키며 자기 파트를 소화하기도 했다.
원픽 통신망
5G 시대에 천리안과 나우누리를 소환하는 마법. 그 시절 인기가요 MC들은 희한한 투표 방식을 설명해준다. 1위 선정에 참여하려면 전화를 걸거나, 인표샵01410 접속 후 SBS에 들어가라는 것. 넷츠고,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유저들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추억의 투표 방식이 정겹다. 디지털 노인정을 찾게된 요즘 친구들에겐 생소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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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