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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인간이 아닌 것

2021.09.07GQ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흐릿하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와 연구원이 매일 그 경계를 재정의하는 중이다. 이들의 궤적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인간 그리고 로봇의 향로다.

로봇 공학자이자 교수 이시구로 히로시 Ishiguro Hiroshi가 자신의 모습을 본떠 만든 제미노이드 HI-1 로봇. 두피 속 ‘뇌’를 보여준다. HI-4 버전까지 나왔는데, 이시구로 박사는 그사이 나이가 들며 변한 자신의 얼굴을 로봇 얼굴과 비슷하게 성형했다. 로봇과 이질감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척 힐드레스 Chuck Hildreth는 열여덟 살 때 고압 케이블에 닿아 두 팔과 세 발가락을 잃었다. 사진은 친구 더크 Dirk의 딸인 아넬 판 데르 메르베 Anèl Van Der Merwe와 함께한 모습. 더크는 데카 Deka라고 부르는 인공 팔의 디자이너로, 과거 힐드레스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데카는 최신 인공 팔 모델인 루크 Luke의 전신이기도 하다. 데카와 루크 모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상해를 입은 군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 미국 국방 기술 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DARPA이 자금을 지원했다. 루크는 전극을 통해 근육의 신호를 포착하고 진동으로 ‘촉각 피드백’을 전달해 바나나를 뭉개지 않고도 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섬세함과 감도를 제공한다.

로봇 공학자 아사다 미노루 Asada Minoru가 이끄는 오사카 대학 연구소가 아이의 미숙한 폐처럼 조산으로 생기는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모델. 35주 된 태아 수준의 로봇으로 관절과 척추도 갖췄다. 의학적인 주요 가치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인큐베이터에 보관 중이다.

로봇 공학 박사 과정인 학생 다미앵 프티 Damien Petit가 가상현실(VR) 뷰어인 오큘러스와 헤드셋을 착용한 모습. 헤드셋에는 시각 피질에서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전극이 장착돼 있다. 오큘러스에서 나오는 신호와 헤드셋의 신호가 서로 교차하면서, 오큘러스에는 로봇 HRP-2의 눈인 두 대의 카메라에 비치는 것이 보인다. 프티는 움직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HRP-2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CNRS의 아브데라만 케다르 Abderrahmane Kheddar 교수의 지도 아래, 일본 츠쿠바 첨단 산업 과학 기술 연구소 산하 일본·프랑스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우회전” 또는 “팔 들어” 같은 지시는 필요하지 않다. 의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연구의 목표는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 다른 이유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아만다 키츠 Amanda Kitts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자금을 지원한 초창기 생체공학 프로젝트 ‘베타 테스터 Beta Tester’ 중 한 명이다. 키츠는 타깃형 신경 자극 전달로 알려진 말초 신경계 연결 수술을 받았다. 왼팔과 함께 절단된 신경을 되살린 뒤 건강한 왼쪽 가슴 조직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동전 크기의 전극이 장착된 케이블 묶음이 이곳부터 인공 팔이 부착되는 팔꿈치 바로 위 지점까지 이어진다. 인공 기관에는 생각만으로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소형 컴퓨터와 작은 전동 액추에이터, 손바닥까지 촉각을 전달하는 센서가 탑재돼 있다. 아만다가 인공 팔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질 때 아들의 피부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생체 공학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작업은 로봇 공학의 성배로 여겨진다. 미국 테네시주 밴더빌트 대학교의 연구팀이 2007년에 만든 이 기계식 팔은 로켓 엔진 같은 소형 과산화수소 엔진으로 구동한다. 과산화수소가 연소되어 생기는 증기가 전원을 공급하는 밸브를 여닫는 방식이다. 18시간 동안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증기가 만들어지며 증기 온도는 최대 230도까지 올라가는데, 사람이 땀을 흘리는 것처럼 물로 바뀌어 흩어진다. 팔은 약 10킬로그램의 무게까지 들어 올릴 수 있고 전구를 조이는 일처럼 섬세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1998년에 촬영한 이 사진에는 1세대 다빈치 로봇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봇 회사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이 개발한 첨단 수술 로봇인 다빈치 로봇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사용 허가 승인을 받기 2년 전 모습이다. 현재 로봇 수술 비율은 전체 수술의 2퍼센트를 차지하고, 연간 매출액만 약 40억 달러에 달한다. 다빈치 로봇의 최신 버전은 인튜이티브 서지컬 본사 로비 한쪽의 시연실에 자리하고 있다.

MAX AGUILERA-HELLWEG ㅡ의학 학위를 겸비한 포토 저널리스트. 전 세계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포착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 뒤 그 결실을 모아 지난 2017년에 책 <휴머노이드>를 출간했다. 4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그의 사진은 <라이프>, <뉴욕타임스 매거진>, <롤링 스톤>, <디스커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타임>,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실렸다.

뇌가 통제하는 인체에 연결되는 생체공학적 팔다리는 자연스럽기 어려웠다. 생리학을 더 잘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사용하는 복제 로봇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는 전환점에 도달했고, 이제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개선되는 양상이다. 인간과 기계,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상상 이상으로 친밀해질 수도 있다. 의학에서 얻어낼 수 있는 모든 특성을 쏟아 부은 기계는 신체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기회를 심어주고, ‘바이오닉(Bionic, 생체 공학적인)’이라는 단어는 인간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만든다.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인간이 아닌 것. 인간은 로봇을 두려워하지만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는 존재는 인간이다.결국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대상은 인간뿐이다.

    Photographer
    Max Aguilera-Hellw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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