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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신조어 ‘뚜따’와 ‘득광’을 아세요?

2021.11.05GQ

자동차 기술과 문화는 시대와 함께 운전자의 관습과 행동 양식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이런 신조어가 태어났다.

“뚜따 상태로 가니 하차감이 좋더라고.” 세차장에서 열심히 차를 닦고 있을 때였다. 옆 칸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내밀어 그들의 차를 살펴 보니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었다. 즉, ‘뚜따’라는 건 ‘뚜껑이 따지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럼 ‘하차감’은? 우리에게 ‘승차감’은 익숙한 단어다. 국어사전을 펼치면 ‘달리는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차체의 흔들림에 따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라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하차감은 그와 반대로 차에서 내렸을 때의 감각일 것이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땐 ‘차를 타고 내릴 때 편한 높이를 얘기하는 건가?’ 싶었다. 틀렸다. 알고 보니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리는 과정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어딜 가나 주목받을 정도로 좋은 차는 전에도 수두룩했다. 그렇다면 좋은 차라는 설명을 굳이 하차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의 상품성이 이전과 변했다는 것, 동시에 사람들이 자동차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차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고급 자동차가 아니다. 이제 막 출시한 현대 캐스퍼처럼 아직은 도로에서 보기 드문 경차에도 적용 가능하다. 혹은 국내에 단 두 대밖에 없는 희귀한 알파로메로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클래식카 인구와 저변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잘 관리된 자동차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 오너 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그들이 자주 쓰는 신조어로 하차감이 정착했다는 추측이다.
사람들이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이유는 어떤 새로운 현상을 마땅히 표현할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가 급변하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 수백 년 전에 창조된 단어로 모든 현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자동차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를 비추어 자동차 문화가 어떻게 변모했고,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 있는지 알 수 있다.


‘차박튀’라 했다. ‘차를 박고 튄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뺑소니가 떠오른다.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뺑소니가 사회적인 현상인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차박튀’가 뺑소니와 다른 점은 특정 상황에 겨누어 쓴다는 것이다.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를 긁거나 부딪친 후 도망가는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됐다. 공유 자동차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 탄다는 개념이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주차 중 실수로 남의 차를 살짝 긁거나 가벼운 접촉이 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주차 후 차 문을 과감하게 열어 옆 차에 상처를 내는 ‘문콕족’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린이’와 ‘스텔스’처럼 운전 실력이 부족하거나 초보를 뜻하는 신조어도 자주 들린다. 자린이는 자동차와 어린이의 합성어다. 본디 게임 분야에서 젊은 사람들이 쓰던 합성어 구조를 자연스럽게 자동차 분야로 끌어왔다. 예전에는 비슷한 경우를 ‘김 여사’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사회적 젠더 이슈로 여성을 비하한다는 의미로 여겨지면서 이제는 잘 쓰지 않게 됐다. 하지만 김 여사라는 신조어의 본질에는 남녀를 떠나 ‘운전에 익숙하지 않아서 변수가 많은 사람’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이 젠더 이슈를 덜고 자린이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스텔스는 어두운 밤길에서 앞뒤 램프를 켜지 않고 달리는 차를 의미한다. 스텔스로 주행하는 운전자 대부분이 자신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현상이 잦은 이유는 최신형 자동차 헤드램프에 주간 전조등 기능이 의무로 장착되기 때문이다. 낮이든 밤이든 헤드라이트 일부분이 켜진다. 도시에서 밤에 주행할 때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앞이 대충 보인다. 그래서 운전이 서투른 일부 운전자는 헤드램프가 작동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순수 전기차가 보급화되면서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첫 차로 선택하는 오너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에겐 자동차의 모든 기준이 전기차라는 제품에 맞춰진다. “시기상조회에 가입했어요.” 전기차 동호회의 가입 인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시기상조회’란 전기차 인프라와 기술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그룹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집 밥’이라는 말도 전기차 오너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쓰인다. “잘 버텨서 외식하지 말고 집 밥 먹어야죠”라는 식이다. 외부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집에서 충전하겠다는 뜻이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가 정해진 전기차의 특성상 충전을 위해 경로를 계산해야 하고, 충전할 때마다 기다려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가 ‘집 밥’이라는 단어에 잘 녹아 있다.
특정 자동차를 설명하거나 자동차의 컨디션을 설명하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테슬라이프’는 테슬라와 라이프를 합친 말이다. 전기차를 상징하는 테슬라를 타는 오너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사용자가 느끼는 자부심과 함께 품질과 서비스 분야에서 느끼는 고충을 그들만의 언어로 공유한다.
‘조선 벤틀리’는 현대 제네시스를 설명할 때 쓰는 신조어다. 벤틀리는 1919년에 창립된 영국의 수공업 자동차 브랜드다. 최고급 자동차를 설명하는 롤스로이스와는 약간 다른 결로 엄격한 품질 기준으로 뛰어난 퀄리티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보자면 ‘조선 벤틀리’라는 신조어는 국산 자동차의 제조 수준이 그만큼 뛰어나고 고급스럽다는 점을 강조하는 셈이다. 동시에 제네시스 제품 라인업은 세단에서 SUV까지 대폭 늘어났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 제품 카테고리에 걸쳐 일반 소비자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편 집은 못 사도 원하는 차를 타겠다는 의지가 젊은 오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수입중고차 거래가 지금처럼 활발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설명하는 신조어도 속속 등장한다. “신조차라서 상태가 좋아요”에서 쓰인 ‘신조차’는 신차와 1인 소유라는 의미가 합쳐진 말이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신차’와 ‘신조를 가지고 차를 관리했다’라는 의미를 포괄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세차벙’도 많이 쓰이는 신조어다. 이전에도 ‘세차 벙개’는 자주 쓰였다. 글자가 긴 것인지 입에 쉽게 붙도록 세단어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차벙은 보통 계획적으로 세차를 하지 않는 것을 반영하기도 한다. 예전과 다른 기후 변화로 날씨가 계절과 상관없이 작동하고 일기 예보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모여서 세차하겠다는 맥락이다. “저 요즘 득광했거든요.” ‘득광’은 세차라는 자동차 문화와 오너의 발전 단계를 오묘하게 잘 결합해서 만든 창의적인 결과물이다. 얻을 득에 빛 광을 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차를 관리하는 디테일링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고 차체에 빛을 내는 방법을 익혔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동차 분야의 다양한 현상이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해석되면서 신조어라는 결과를 낳는다. 앞으로도 자동차 관련 신조어가 계속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등장하는 제품과 자동차 문화가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 /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피처 에디터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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