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사람들이 말하는 혼자라서 좋은 이유

2022.05.24주현욱

새로운 이성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귀찮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그렇게 혼자가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혼자라서 행복한 이유를 물었다.

📝언제나 ‘텅장’이었던 통장에 그럴듯한 금액이 찍혀 있다.
한 번에 데이트로 꾸준히 나갔던 자동차 기름값부터 밥, 커피, 영화, 술 등의 고정 지출이 사라진다. 전 여자친구의 생일이나 기념일이라도 되면 선물은 기본, 여행 계획까지 꼼꼼히 세워 아낌없이 펑펑 쓰고 왔다. 그때는 몰랐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걸. 이렇게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인연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돈을 모으고 또 모은다.
박기훈, 작가

📝혼자일 때의 해방감이 있다.
둘일 때 느끼는 안정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해방감이 생각보다 큰 행복감을 준다는 걸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애를 할 때 주말을 거의 함께 보내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소홀해졌었는데, 지금은 언제든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런 만남은 내게 또 다른 종류의 행복이다. 그걸 잊고 지냈다. 또 연락으로 인해 사소하게 생기는 불편함도 사라진다. 반대로 상대가 연락이 너무 안되면 괜히 신경이 쓰여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나 자신만 챙기면 되는 지금이 마음 편하고 충분히 행복하다.
박효영, 웹 디자이너

📝누군가와 사사건건 내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굳이 연인이란 이유로 과하게 꼬치꼬치 캐묻는 상대방에게 토로하고 싶지도 않다. 누굴 만난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게 아니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함께여서 외로운 것보다 백 배, 천 배는 낫다. TV 속 나온 맛집을 가고 싶거나,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거나, 새로 나온 영화를 보고 싶거나, 이 모든 걸 그때그때 원하는 사람과 즐길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게 또 어디 있을까.
김경선, 스타일리스트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전에 긴 연애들을 끝내고 처음 경험하고 있는 솔로 라이프, 생각보다 외롭지 않고 오히려 신난다. 혼자인 게 좋은 이유는 자유다. 질투할 사람이 없다. 내가 어디를 가는지, 누구와 있는지,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없다. 연인이라는 관계성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자유로워져 구속당할 일이 없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사람이다. 이것 또한 혼자가 되면서 알게 된 부분이다. 간혹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마음에 드는 이성과 썸을 타면 된다.
정관우, 콘텐츠 에디터

📝오로지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상대방에게 구속받지 않고 오로지 나의 시간을, 나를 위해, 나에게만 집중해서 보낼 수 있다. 그날의 기분과 상황과 바이오리듬에 맞춰 여행을 갈 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 또 누군가를 만나거나, 생각지도 못한 휴식을 보내게 될 때 ‘급 만남’이라는 것에도 자유롭다. 물론 둘이라는 좋은 점도 많지만, 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을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지금의 나로서는 혼자라는 단어가 외롭기보단 기대되는 단어다.
박수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비로소 혼자가 되었을 때 나 자신과 직면하기 쉬워졌다.
새로운 취미 생활에 푹 빠져 보기도 하고, 몰랐던 장르에 대해 혼자 알아가는 재미도 생겼다. 무엇보다 어떤 걸 해야 할 때 누군가에게 꼭 알릴 필요도 없고, 혼자 떠나고 싶다면 마음껏 떠나면 된다. 이성과 만남에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때때로 혼자의 기간이 길어지면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워서 억지로 누군갈 알아가려 애쓰는 시간에 나를 좀 더 사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지현, 큐레이터

📝미래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연인과 함께 있을 때 나를 진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사랑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된다. 혼자가 된 순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수 있다. 미래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오늘 뭐 먹을지 내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고, 술자리 약속을 마음대로 갈 수 있으며, 소개팅도 자유롭게 한다. 복잡하기만 했던 상황을 이제는 즐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서 난 혼자가 좋다.
최수정, 광고 마케터

📝오히려 트렌디하다.
사실 혼자라는 게 좋을 리가 있나. 같은 음식을 먹어도 둘이 먹어야 더 맛있고, 같은 영화를 봐도 함께 봐야 더 재미있다. 그래도 혼자라서 좋다고 느낄 때는 아무래도 오롯이 나에게만 온전히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거다. 펑펑 울고 싶을 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염없이 망상에 빠져 있고 싶을 때 등 남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 다 할 수 있다. 요즘은 혼밥, 혼영, 혼술 등 혼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도 꽤 많다. 시대가 변했고 혼자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은 나는 의도치 않게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자기합리화다. 그래도 혼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필요하다.
차민수, 비주얼 디렉터

주현욱

주현욱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문장으로 본질을 풀어내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2015년 패션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GQ KOREA'를 중심으로 'VOGUE KOREA', 'Noblesse' 등 주요 매체에서 컨트리뷰팅 에디터를 겸했으며, 네이버·신세계·한섬 등 기업 브랜디드 프로젝트에서 배우부터 작가까지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와 화보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의 적막을 사랑하며, 희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고 필름 스코어를 탐닉합니다. 모든 관람작에 예리한 평점과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쓸데없이 집요한 구석도 있습니다.

더보기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