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호놀드와 지미 친이 담아낸 세상 끝의 모습 <프리솔로> 가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했다. 나를 이끄느라 수고한 나를 위하여.
이 책의 저자 지미 친은 중국인 이민자의 후손으로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세 가지밖에 없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의사, 변호사, 교수. 그러나 지미 친이 손에 쥔 것은 2019년 오스카다. 수직고도 1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요세미티 엘케피탄을 프리 솔로로 등반한 클라이머 알렉스 호놀드의 여정을 담은 작품 <프리솔로>가 그에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안겼다. 프리솔로란 로프도, 파트너도,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암벽을 오르는 일. 물론 알렉스 호놀드는 맨몸이었고 감독 지미 친에게는 이고 져야하는 촬영 장비가 있었다. 오스카는 지미 친이 남긴 작은 족적일 뿐, 그는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탐험가들과 함께 온갖 험한 산맥을 누볐다. 그가 담아낸 풍광 속의 인간은 옅은 바람 같기도 작은 모래알같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 조그마한 점들이 자연만큼 광활해 보인다. 비록 앞산에 오른 후 오리고기 먹기를 꼽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모험이지만, 지미 친의 커다란 발자국에 마음은 요동친다. 그는 왜 고행에 가까워 보이는 순례자의 삶을 이끌고 있을까. 그의 첫 번째 모험 사진집 <거기, 그곳에>(진선북스)에, 저기 먼 산에, 그 이유가 새겨져있다. “내 안의 일종의 경외감과 자기 신뢰를 일깨웠다. 세상이 내 발 밑으로 떨어져 나가고 삶의 법칙이 단순해지는 곳에서 내 최고의 모습을 찾았으니, 그것은 투쟁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