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동네를 가도 OO식당으로 끝나는 가게는 무조건 맛집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사실일까?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 서촌에서 밥을 사먹는 ‘맛잘알’ 에디터가 여러 식당 중에서 진짜 맛있는 식당 5곳을 추렸다. 노포 백반집부터 데이트하기 좋은 밥집까지 아껴둔 맛집들을 눈물을 머금고 공개한다.
공기식당
가게 소개ㅣ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를 선보이는 작은 카레집이다. 벽에 붙어있는 ‘정숙’이라는 문구가 조금 긴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식사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카레의 맛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주인의 숨은 뜻이 담겨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자부심이기도 하니 왠지 더 맛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토치로 겉면을 살짝 구워낸 치즈를 얹은 밥과 카레가 따로 나오는데 한꺼번에 부어서 비벼먹지 말고 꼭 밥 위에 카레를 조금씩 올려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만 쫀득한 밥맛과 크리미한 카레의 풍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에디터 본인이 퇴근하고 혼자 이 집에 방문했는데 한술 한술 떠먹다보니 왠지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며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 울컥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이 집의 카레는 맛있다는 말을 하기보단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드는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달까.
추천 메뉴ㅣ오늘의 메뉴
주소ㅣ서울 종로구 필운대로6길 20-1 1층 11:40-19:30 (BT 14:30-17:30), 월요일 휴무
대하식당
가게 소개ㅣ이 곳에 가게 된다면 ‘오늘은 집을 걸어서 못 가겠구나’ 생각하자. 마치 9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마냥 벽지 한 가득 그 때 그 시절 포스터들이 붙어있는 가게 내부는 분명 소주가 술술 넘어가리라는 예감이 확 올 테니까. 메뉴는 오직 삼겹살 한 근. 그날 판매하는 삼겹살의 도축일을 가게 밖 화이트보드에 적어놓아 신선한 고기를 맛 볼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믿음은 덤이다. 때깔 고운 핑크빛 삼겹살을 솥뚜껑에 지글지글 구워 먹으면 되는데 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반드시 묵은지를 삼겹살과 함께 불판에 올리자. 심지어 삼겹살보다 이 구운 묵은지 때문에 1시간이나 걸려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잘 구운 삼겹살과 묵은지를 함께 포개 먹는 순간 절로 이 문구가 머릿 속에 떠오를 지도 모른다. “내 인생은 대하식당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추천 메뉴ㅣ삼겹살, 소주
주소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27 16:00-22:00, 일요일 휴무
서촌식당
가게 소개ㅣ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주인공들이 퇴근하고 단골 밥집에 들려 하루를 마무리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왜 우리 동네엔 저런 집이 없지?’ 서촌에는 있다. 방금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식당에서는 그 분위기가 담뿍 느껴진다. 점심에는 간장계란밥의 고급버전인 명란계란밥을 시작으로 저녁에는 퇴근 후 반주가 절실한 직장인들을 위해 육전부터 칼칼한 알탕까지.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 곳은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반찬마저 손수 만들어내기에 다른 밥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진정한 집반찬까지 맛 볼 수 있다. 메인 메뉴는 말할 것도 없이 밥도 술도 꿀떡꿀떡 들어가는 건 당연하고. 정말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큐 구독자들을 위해 앞으로 못 가리라 생각한 채 지금 이 글을 쓴다.
추천 메뉴ㅣ계란밥, 육전
주소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 11:30-21:00 (SAT 11:30-14:30), 일요일 휴무
청하식당
가게 소개ㅣ근처 직장인들부터 동네 주민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는 가정식 백반집이다. 단돈 7천원에 기본 반찬만 다섯가지를 내어주는 푸근한 인심은 물론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한 찌개 맛은 마치 할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야쿠르트까지 후식으로 제공하니 방문한 사람들은 입 모아 ‘배를 채우러 왔다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우고 간다’고 할 정도라고. 모든 메뉴가 맛있지만 반드시 라면을 시켜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면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반 분식집처럼 냄비에 끓인 라면을 스댕 그릇에 담아주는 그런 흔한 라면이 아니다. 처음부터 뚝배기에 펄펄 끓여내오는 이 집의 라면을 맛보면 이게 왜 단골들의 히든 메뉴인지 분명 알 테니까 배불러도 일단 시켜라.
추천 메뉴ㅣ제육볶음, 라면
주소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5 아침식사 가능
함박식당
가게 소개ㅣ가게 분위기와 닮은 셰프가 혼자 운영하는 1인 식당이다. 도쿄 코엔지 골목 어귀에 있는 동네 맛집같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데미그라스 소스 냄새가 기분 좋게 풍겨오는데 이 소스가 바로 이 곳의 시그니처다. 함박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영업한다면 시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100% 직접 소스를 만드는 것이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셰프가 매일 정성스럽게 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소스 양이 6배로 들어가는 하이라이스는 하루 5그릇 한정이라고 하니 주문이 가능하다면 필히 시키도록 하자. 뚝심있는 철학이 담긴 수제 소스에 씹는 맛이 살캉하게 살아있는 함박을 입안 가득 오물거리고 있자면 당신은 지금 단돈 만원 대로 일본 여행에 온 거나 마찬가지다.
추천 메뉴ㅣ하이라이스, 곤타 함박
주소ㅣ서울 종로구 필운대로1길 6 1층 11:30-20:30 (BT 14:30-17:00),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