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부터 경주까지.
제네시스 지브이 육공 : 서울
GV60은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다. ‘처음’이 갖는 위치적 의미는 대개 맨 앞이지만, GV60은 좀 다르게 해석된다. 발전 과정에서의 처음, 그러니까 GV60은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고, 그 위치는 다시 과거를 잇는 거울이자 성장을 위한 교두보로, 나아가 미래 비전을 향한 과정으로의 의미를 새로 갖는다. 서울을 배경으로 펼친 이유도 같다. 서울은 수도로서 가장 빠른 변화를 통과하는 유기적인 도시다. 발전의 맨 앞에 서서 현상을 영향 삼아 다시 새 현상이 나타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울은 지금에 와 있다. 과거를 간직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선 두 대상은 그래서 닮았다. 어쩌면 해태의 머리 위로 제비가 날고, 책가도가 빌딩처럼 우뚝 솟아 있으며, 남산서울타워 아래로 오리배가 지나는 얽히고설킨 이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닮음은 서로를 마주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현대자동차 더 올 뉴 그랜저 : 부산
부산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설명은 ‘부산다움’으로 묶인다. 부산의 ‘멋’과 ‘맛’도 결국에는 ‘부산다움’이라는 특별함과 자부심 안에서 피어난다. 하지만 ‘부산다움’으로 부산을 가두기에는 이 도시가 가진 다채로운 모습들이 왠지 좀 아깝다. 바다는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고, 거리는 비할 데 없이 소란스러우며, 밤이 되면 더없이 화려해지는 변검 같은 이 도시를 무엇으로 한정하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6년 만에 새로 다듬은 올 뉴 그랜저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축적하며 무려 7세대를 성장해온 그랜저에게 ‘국산 세단’의 타이틀은 이제 좀 비좁다. 하나의 조개껍데기 안에서도 그 빛이 서로 달라 본패와 귀패, 칼패를 나눠 가치를 새로 더하는 자개처럼, 분명 그랜저라는 이름 안에도 무수한 가치가 빛날 텐데. 정상에 선 이에게 훈장처럼 수여되는 영광스런 타이틀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기아자동차 스팅어 지티 트리뷰트에디션 : 경주
스팅어 GT 트리뷰트에디션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디자인 차별화에 목적을 두고 새로 만든 트리뷰트에디션은 그래서 단 2백 대(국내 기준)뿐이다. 그렇다면 이 귀하디귀한 스팅어의 매력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시동을 켜자 기가 죽을 만큼 씩씩하고, 묵직한 엔진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리는 다시 예리하게 뻗어 나가고, 출력이 오를수록 전해지는 밀썰물과 같은 리듬감은 긴장과 재미 사이에서 아슬아슬 외줄을 태운다. 퍼포먼스 세단의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파발마처럼 날랜 스팅어를 몰고 경주를 배경으로 펼친 병풍 속으로 뛰어들어볼까. 낯선 존재의 갑작스런 등장에도 첨성대는 평온하다. 예상 밖의 위트 혹은 예상되는 아이러니, 엉뚱한 존재감 또는 생경한 조화. 스팅어가 출현하며 생겨난 이 모든 장면이 꼭 동화 같아서, 차에 기댄 이들의 대화마저 슬쩍 궁금해진다.
쌍용자동차 토레스 : 제주
토레스가 서 있는 풍경 앞에는 제주의 모든 장면이 촘촘하게 엮이길 고대했다. 제주를 지나며 만난 모든 장면이 그럴듯하게 합성되어 있다면 그 풍경은 분명 귀여울 것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돌하르방의 푸근한 뒷모습, 고래가 되고 싶어 자꾸만 튀어오르는 고등어, 수영을 못 하는 해녀, 산책을 좋아해 날씬해진 꺼먹 돼지 등등. 알고 보면 모두 귀여운 풍경들이다. 그러고 보면 제주공항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환상의 섬, 제주”는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렇게 상상으로 그려낸 병풍화는 새롭지만 특별할 건 없는 그런 일상을 담고 있다. 모두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른다는 토레스를 별 고민 없이 빌딩 숲 앞으로 데려갔다면, 그 장면은 꺼진 텔레비전처럼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 거다. 토레스 앞으로 꺼낸 병풍에는 파란색 크루아상 같은 바다가 넘실대고 있어서, 크림 같은 구름이 펼쳐져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