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조승우 “제일 행복했던 저의 여행지는 무대였던 것 같아요”

2023.05.25김은희, 박나나

“친구여, 나 사는 동안 생을 .” 조승우가 여는 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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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못 합니다, 못 해요” 할 거라고 했잖아요, <오페라의 유령> 기회가 온다 해도.
SW 그게 아마 2년 전 인터뷰 때 한 말 같은데, 응. 코로나 때였죠. 한창때였고. 그때 <맨 오브 라만차>(2021) 할 때였는데, 직격탄을 맞았어요. 저는 그때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GQ 그렇게나요?
SW 그때 데이비드 스완 연출이, <지킬 앤 하이드>도 연출했던 분인데, 원래 12월 15일인가 그랬던 공연 일정이 계속 밀려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내고, 연말도 혼자 보내고, 새해도 혼자 보냈어요. 그런데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있는 그의 아내와 딸도 코로나에 걸려 있었던 거예요. 여전히 공연 날은 확정이 안 됐지만 드레스 리허설을 하러 오케스트라가 오는 길에, 단원 중 한 명이 밀접 접촉자가 되어 오케스트라가 해산됐어요. 그 자리에서. 유선상으로. 결국 데이비드 스완 연출이 울면서 돌아갔어요. 미안하다고,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고. 저희 배우들과 모두가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한국 협력 연출가만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규제가 조금 완화되면서 관객 절반만 받아 공연이 시작되고, <헤드윅>도 바로 연달아 하게 됐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뮤지컬을 20년 이상 해왔는데. 이제 그만해야 될 때가 왔나 보다. 이제 뮤지컬을 그만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GQ 대혼란의 시기였죠.
SW 그런 와중에 또 든 생각이, 20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항상 목마름이 있었어요. 새로운 것에. 제가 지금까지 23년 동안 무대에 섰지만 뮤지컬 작품 수는 열두 작품밖에 안 돼요. 나는 뭘 했던 거지? 너무 머물러 있었던 거죠. 고인물이었던 거죠, 한마디로. ‘더 이상 재공연, 앙코르 공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던 때, <헤드윅>(2021)을 하고 있을 때였나? <오페라의 유령>에서 정식으로 섭외 제안이 왔어요. 고민의 시간이 깊었어요.
GQ 얼마나요?
SW 한 6개월은 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GQ 생각보다 오래 고민했네요. 왜요? 새로운 것이 온 건데.
SW 못 할 것 같아서. 하이 바리톤, 그러니까 지샾 G#, 에이플랫 Ab 음을 계속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음역을 계속 내본 적이 없었어요. 음역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30여 년 동안 해온 명작에 내가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불안감. 제목부터 <오페라의 유령>이다 보니까 내가 벨칸토 Bel Canto 발성을 하지 못하면 이 작품을 소화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자신이 없었다고나 해야 할까요? 주위에 있는 멘토들한테 상담도 많이 해봤죠. 나 할 수 있을까? 시작도 안 해보고 지레 겁먹어서 고민이 깊었는데, 그런데 묘한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 나는 20년 넘게 뮤지컬을 해왔고, 작품 수도 별로 없고, 그런데 그야말로 내 뮤지컬 인생의 2막이 이제 시작될 수 있고, 코로나도 점점 완화되면서 뭔가 될 것 같고, 막상 들어온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내 나이대에 괜찮은 작품일 것 같다. 그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갈고 닦고 미리 준비를 많이 해보자. 그래서 항상 그래왔듯, 예를 들어 <지킬 앤 하이드>(2004)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조승우가 <지킬 앤 하이드>를 해?” 그랬지만.
GQ 그런 시선이 있었다고요?
SW “저 소년이.”
GQ 아.
SW 제가 <타짜>(2006)를 한다고 했을 때도 “어떻게 조승우가 지리산 작두, 그 만화 원작의 덩치 큰 고니 역할을 해?”, <맨 오브 라만차>(2007)를 한다고 했을 때도 “어떻게 조승우가 돈키호테를 해?”, <스위니 토드>(2016)를 한다 했을 때도 “어떻게 조승우가 스위니 토드를 해?”, <헤드윅>(2005)을 한다고 했을 때도 “어떻게 조승우가 트랜스젠더 헤드윅을 해?”… 그런 편견과 선입견과 저는 항상 싸워왔어요. 응, 그래. 이번에도 한번 해보자. 그래서 했는데, 진짜 몸이 부서질 것같이 너무 힘든 과정이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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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제를 기점으로 부산 공연은 절반 지점에 온 셈이죠. 20회 차째.
SW 맞아요. 지금은 하루하루 무대에 진짜 감사하면서, 할 때마다 스태프들과도 입버릇처럼 얘기해요. 참 좋은 작품이다, 그치? 아, 되게 행복하다 지금. 응, 너무 좋다. 참 질리지 않는다, 이 작품.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끝나면 눈물이 되게 많이 나는데 ‘정말 징하다. 어떻게 두 달 가까이 공연을 했는데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눈물 콧물 쏙 빼놓을 수 있나’, 작품이 진을 다 빼놓는 거죠. 그래서 하길 잘했고, 나를 선택해준 에스앤코 컴퍼니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아저씨가 참 고맙다.(웃음) 역시… 인생에서는 늘 선택이라는 게 찾아오잖아요. 험한 길을 택했던 나의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래서 지금 결과는, 못 할 것 같았지만 너무 행복하다.
GQ 그래서 커튼콜 후 깡충깡충 뒷걸음질로 들어가셨으려나?
SW 아 요번에요? 그건 크리스틴이 치마가 길어서 자꾸 걸려 넘어져서, 그 친구가 쑥스러워하길래 나도 같이 쑥스러워하자 그러면서 한 거였죠.
GQ 언제 또 그러셨어요? 제가 본 공연 날 커튼콜 때 그래서요.
SW 공연 보셨어요? 와, 언제 오셨어요?
GQ 좀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요, 운 좋게 3층 맨 끝에 자리가 나서 보게 됐는데.
SW 하이고.
GQ 사람들이 왜 조승우 손을 말하는지 알겠더군요. 그 멀리서 솔직히 얼굴도 표정도 잘 보이지 않는데 유령의 손은 참 잘 보였어요. 손끝으로 감정이 느껴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조승우의 손, 손,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
SW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예요. 조승우의 손은 처음 들어요.
GQ 에이, 팬들이 좋아한다고 소속사에서도 손 사진 많이 찍어 올리잖아요.
SW 아이, 그건 그냥 손이죠. 연기할 때 손은… 잘 모르겠어요.
GQ 그렇죠, 그냥 손인데 그 손으로 이 멀리까지 감정이 보이는 게 신기해서, 오페라의 유령을 연기하기 위해 조승우라는 배우는 무엇에까지 신경을 쓴 걸까, 20여 년 동안 체화된 연기가 손끝에서도 나오는 걸까, 불가사의였어요.
SW 보통 이런 라이선스 뮤지컬, 레플리카 뮤지컬은 어떤 동선이나 제스처들, 중요한 것들 대부분은 약간 안무화돼 있어요. 예를 들면 주제곡인 ‘팬텀 오브 더 오페라’의 배 타고 나오는 장면도 어느 소절 어디에서 (손을 움직이며) 모자를 벗고, 어디에서 망토를 벗고, 어디에서 머리를 쓸어 올리고, 어디에서 크리스틴의 얼굴을 밀고, 당겨오고, 전 세계 다 똑같아요. 그런데 이제 거기에서 자율성을 부과해주는 것은 디테일한 손짓, 이런 것들에는 자유를 주죠.
GQ 그러니까요.
SW 하유, 감사합니다.
GQ 못 할 것 같았지만 하고 있네요.
SW 뮤지컬을 그만… 그만두는 줄 알았어요. 목소리가 안 나와서. 그러니까, 전 준비를 되게 오래전부터 했거든요. <신성한, 이혼>(2023) 시작하기 전부터, 몇 개월 전부터 발성 레슨을 받았어요. 성악 레슨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발성을 더 강화시켜서 음역도 좀 높이고, 성대가 피로하지 않게 내가 잘못 써온 발성을 고치려고 꾸준히 레슨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성대에 무리가 오더니 감기가 오고, 급성 부비동염이 오고, 급성 비염이 오고, 한 달 반 동안 낫지를 않는 거예요. 최종 드레스 리허설 바로 전까지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GQ 처음인 거죠, 그런 경험?
SW 네. 그래서 나 끝났나 보다, 이제 끝났나 보다, 엄청 울었어요. 오케스트라랑 배우들이 처음 합을 맞춰보는 시츠프로브에서 노래를 몇 곡 부르는데 그 수십 명 앞에서 노래 한 곡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이 작품에 피해를 주고 있구나,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되겠다… 그런데 옥주현 배우가 쉬는 날 서울로 잠깐 오라고 그래서 이비인후과 치료도 받고, 한의원에 가서 혀 밑에 파란 혈관 있죠? 거기 침을 놓는 금진옥액으로 죽은 피도 뽑아내고, 옥주현 배우는 부기를 빼주는 팥물을 마셔야 한다고 자기 몸보다 큰 백에 직접 만든 팥물을 얼려 오고, 김주택 배우는 옆에서 계속 편하게 낼 수 있는 호흡법을 알려주고, 전미도 배우, 홍광호 배우, 정말 여기저기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고 도와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어요. 그랬더니 최종 리허설 때부터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게 첫 공연 이틀 전인가? 저는 정말 첫 공연 못 하는 줄 알았어요. 정말 유별나고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공연이 올라갈까 그랬는데 진짜 기적적으로 올라갔죠. 그러니까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 있던 것들이 응어리가 진, 심리적인 이유였던 거예요. 중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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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이라는 건 말이야, 그런 게 아니야. 없는 상황 속에서 아등바등 어떻게든 내 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하는 그런 게 부담감이야. 그 사람들이 영웅이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 거기서 뻥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른이구나. 왜 나는 거기에 대해 계속 숨으려고 하고, 두려워하고, 나는 뭘 그렇게 무서워했던 걸까?”

GQ 왜 그리 중압감이 심했어요? 조승우라는 이름이 내걸린 무대가 한두 개가 아니었잖아요.
SW 저는 이 작품을 잘해내야만 하는 입장이잖아요. 사람들의 기대감 혹은 편견, 선입견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고, 내 선택이고. 나한테 <오페라의 유령>을 하라고? 내가 할 수 있을까? 꿈의 배역이긴 한데… 두렵다. 또 가시밭길인데. 도전할 가치가 없으면 그건 또 재미가 없지.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지. 도전해야지. 응. 그렇게 계약하고 공연하는 데까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계속 엄습해왔던 것 같아요. 스스로 짊어지지 않아도 될 부담감과 중압감을 너무 많이 혹사하면서 짊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몸도 안 좋아졌던 것 같고요. 지금 공연하면서 행복하고 좋긴 한데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진짜 뼈가 부서져라 하고 있는데, 조금 조금씩 더 발전해나가야죠.
GQ 혹시 부산에서 공연하는 동안 발견한 맛집이나 여행한 곳 있어요?
SW (숙소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질 않았어요.
GQ 그럴 줄은 알았지만 왜 그랬어요?
SW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바다를 딱 한 번 봤는데, 서울 한의원 선생님께서 부산에 출장 오셨을 때 저기 광안리 쪽에 계신다고 해서 침 치료 받으러 광안대교 타고 갈 때, 그때 바다 본 게 전부예요.
GQ 드라마나 영화 촬영하러 전국 방방곡곡 다닐 때도 촬영 이외의 시간을 바깥에 쓰지 않는 편이에요?
SW 아이, 촬영하기 바쁘죠. 돌아다니고 경치 구경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GQ 월요일과 수요일이 촬영이면 화요일에 하루 쉴 때라든지 있잖아요.
SW 그때는 대본 보고 대사 외우고 쉬어야죠.
GQ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 끝나고 서울 공연 시작 전 틈에는요?
SW 그때는 한 달의 시간이 있는데 쉴 수가 없는 게, 그때 쉬면 이 감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계속 레슨도 받고, 연습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쉬면… 쉬면 불안해서 못 할 것 같아요.
GQ 나를 찾는 여행은 그럼 대체 언제 해요? 너무 일만 해와서 인간 조승우는 어디 있지 싶다고, 나를 찾는 여행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SW 그건 작품 안 할 때 찾아야지 작품 할 때 나를 왜 찾아, 캐릭터를 찾아야지.(웃음) 작품 할 때는 작품에 집중해야죠. 그런데, 맞아요. <비밀의 숲>(2017) 하기 전 30대 중반에 ‘나는 어디 있지? 내 인생보다 캐릭터로 살아온 인생이 더 많구나’, 그때부터 힐링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어디 여기저기 조금 조금씩 다녀보고 하면서 여행에 흥미를 붙여보려고 할 때 코로나가 터졌어요.(웃음)
GQ 그럼 여전히 물음표 속이에요?
SW 뭐… 저기 갔다 오기도 했어요. 일본도 갔다 오고, 제주도도 갔다 오고.
GQ 새 여행 준비를 도와드릴게요. 골라보세요. 여기 자동차 키, 버스, 기차, 배, 비 행기표가 있어요.
SW 직접 그렸어요? 잘 그렸어요. 저는 비행기랑 기차요.
GQ 이거 타고 어디 가고 싶어요?
SW 음… 스페인. 언젠가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포르투. 여기 가려면 비행기 타고 가야 하고, 거기 가려면 기차로 가는 게 좋죠. 버스는 답답해서 못 타고요, 자동차는 운전 답답해서 못 하고요, 바이크… 바이크 키면 괜찮겠어요. (자동차키 그림을 가리키며) 바이크 키라고 하죠.
GQ 바이크 타고는 어디로요?
SW 어디든 갈 수 있죠, 바이크라면.
GQ 스페인과 포르투에는 왜 가고 싶어요?
SW 스페인은 옛날부터 막연하게, 거기 사람들 열정적인 마인드와 무언가 자유로움? 그런 걸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포르투는 신춘수 대표님(오디컴퍼니)이 가봤는데 너무 좋다 그러더라고요. 물가도 싸고, 경치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인종 차별 없고. 그래서 가보고 싶어요.
GQ 아무 걱정 없이, 아무 짐 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곳에서 뭘 하고 싶어요?
SW 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어디 경치 좋은 데 있으면 거기 계속 있는 걸 좋아해요. 그 동네에서만. 아, 오스트리아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신성한, 이혼> 할 때 피아니스트 선생님이 오스트리아에서 오래 유학 하셨거든요. 그때 유학 생활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너무 좋대요. 그런 데 있고 싶고… 그런데 일단 먼저 곰자하고 가보고 싶어요. 둘이. 뛰어놀 수 있는 데. 곰자랑 둘이 먼저 간 다음에.
GQ 곰자랑 어디를 가야 하나.
SW 제주도라도.
GQ 꼭 다녀오세요. 여행으로 충전하고 온다고 가정하고, 기념품을 고르는 재미가 또 있잖아요.
SW 그렇죠.
GQ 어떤 선물을 고르실래요?
SW 누구에게 줄 선물요?
GQ 보기를 드릴게요. 1번 2024년 한국 초연 20주년 <지킬 앤 하이드>. 2번 2025년 한국 초연 20주년 <헤드윅>. 3번 2025년 한국 초연 20주년 <맨 오브 라만차>
SW 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2023년 5월 일요일 5시 반경의 지금 제 상황은, 제 마음은, 저는 20주년 공연들에는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없어요.
GQ 정말이에요? 공개해도 되는 이야기예요?
SW 네. 왜냐하면 저는 여지껏 거기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저는 계속 흘러가고 싶어요. 이제 제 무대 인생에 2막이 시작됐어요. 이제 첫발을 뗐어요. <오페라의유령>, 7년 만에 첫 신작을 했어요. 난 내 뮤지컬 인생의 절반 이상, 15년 이상을 재공연에 재공연의 재공연에 재공연의 재공연의 재공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나 스스로 발전이 뭐가 됐을까? 나는 과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갔을까, 아니면 계속 머물러 있었을까? 배우로서 성장했을까? 그런 고민이 계속 있었던 거죠.
GQ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20대 때 <맨 오브 라만차>를 처음 할 때 한 대사를 바꾸셨잖아요. 기억나시죠?
SW 네.
GQ “친구여, 난 50년을 살아오는 동안”으로 시작하는 대사를 “나 사는 동안”으로. 관객에게 어른인 척하기 싫다고. 그래서 앞선 보기 중에 실은 <맨 오브 라만차>가 제일 기대됐어요.
SW 그 작품은 예외로 칠 거예요. 그 작품은 언젠가 진짜 나이 50이 됐을 때 “친구여, 나는 50년을 사는 동안…”이라는 대사를 한 번쯤은 쳐보고 싶어요.
GQ ‘라만차’는 예외로 두시는 거예요?
SW ‘라만차’는 저를 있게끔 해준, 제 인생을 바꿔놓은 작품이기 때문에 저와 뗄 수가 없어요.
GQ 중학생 때 그 작품을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었죠.
SW 아직까지도 저한테 최고의 작품이고.
GQ 다행이네요. 조승우 배우도 기대하고 있는 거네요, 정말 50세가 되어 원대사를 뱉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SW 응, 그렇기 때문에 몇 주년 몇 주년 이런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그냥 숫자의 개념일 뿐이지.
GQ 50세가 된 어느 날에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SW 네.(웃음)
GQ 지금의 조승우에게 이번에는 대사의 뒷부분을 빈 칸으로 두고 물을게요. 그러니까 “친구여, 나 사는 동안 언제나 생을 직시해왔소” 대신 “나 사는 동안 언제나 생을…”, 그 다음 무엇이라고 채우시겠어요?
SW 나 사는 동안 생을… 잘 모르고 살아왔소.
GQ 진짜?
SW 응.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살아왔소.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살아왔소. …지금도 잘 모르오.(웃음)
GQ 아직 잘 모르겠어요?
SW 네. 아직도 저는 스스로가 좀 애 같아요. 성인 되려면 멀었다.
GQ 성인이 무엇인데요. 왜 애 같다고 해요?
SW 겁도 많고, 소심하고… 얼마 전에 인상적인 인터뷰를 봤어요. 축구 감독 중 무리뉴 감독이라고 있어요. 아시죠? 그분이 경기에서 몇 번 진 거예요. 기자들이 질문을 했어요. “당신에게 부담감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부담감? 무슨 부담감요?”, “그냥 부담감요.”, “부담감이라는 건 부모가 자식을 밥 굶기지 않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입히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 그게 부담감 일 겁니다.”… 왜 갑자기 이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그가 일하고 있는 신에서는 질문의 요지가 그게 아니었을 거란 말이죠. 당신, 몇 게임 계속 지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아? 네가 팀을 이끌고 있잖아. 그 위치에 있는데 팀이 계속 연패에 빠져가고 있는데 어때? 너한테 어떤 게 제일 부담이야? 나? 난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리 팀 지금 문제없어. 경기를 하다 보면 쓰러질 때도 있고, 잘 못할 때도 있어. 몸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컨디션이 나쁠 수도 있어. 고작 그 경기 몇 번 안 좋았고 졌다고 해서 그거에 내가 부담 느낄 필요가 뭐 있어. 그동안 잘해온 것도 있고, 앞으로 더 잘할 건데. 부담이라는 건 말이야, 그런 게 아니야. 없는 상황 속에서 아등바등 어떻게든 내 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하는 그런 게 부담감이야. 그 사람들이 영웅이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 거기서 뻥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른이구나. 성인이구나. 왜 나는 거기에 대해 계속 숨으려고 하고, 두려워하고, 쪼그라들고, 다른 사람이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떡하지? 내가 이것을 소화를 잘 못 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 싸움에서 지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나에게 이만큼 기대하고 있는데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난 어떡할까? 앞으로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투성이에,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이름값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만 봐도 내가 궁금해서 오는 분들과, 나를 응원해주기 위해서 오는 분들과, 정말로 나의 연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와주신 분들과, ‘그래, 너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분들이 있는데, 비중을 따져보자면 그래도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분들이 가장 적을 텐데, 세상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내 편에 서서 박수 쳐주고 싶어서 오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나는 왜 뭘 그렇게 무서워했던 걸까?… 그걸 느끼게 해준 인터뷰였어요.
GQ 조승우 배우의 2막이 그려지네요.
SW (눈이 작아지게 조용히 웃는다.)
GQ 어쩌면 조승우 인생 2막의 첫 줄 중앙에 앉은 관객은 조승우가 아닐까요? 좀 더 즐기는 거죠. 내가, 나를.
SW 그런데 그전에도 이렇게 소심하고 무서워했어도 즐기긴 즐겼어요. 그래도 제일 행복했던 저의 여행지는 무대였던 것 같아요. 저의 힐링 장소는 무대였어요. 응, 맞아요. 저의 여행지는 무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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